휴가 복귀 후 박 부총리 사실상 경질
"여론 기대에는 미치지 못해" 지적도
추가 인적 쇄신 나설지 초미의 관심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여름휴가 복귀 일성으로 "저를 되돌아봤다. 늘 초심을 지키고 국민의 뜻을 잘 받들겠다"고 했다. '내부 총질' 문자 노출 이후 13일 만에 재개한 출근길 문답에서다. 국정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한 만큼 국민의 질책을 수용하겠다는 자성의 메시지로 풀이된다.
돌아온 윤 대통령은 첫 쇄신 조치로 취학연령 하향·외국어고 폐지 정책 혼란을 자초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사실상 '원포인트 경질'했다. 하지만 내각과 대통령실 참모진, 그리고 집권여당의 지도부가 뼈를 깎는 인적 쇄신을 하고, 정책 혼란과 인사 구설 등 난맥상을 보완할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는 여론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尹 "필요한 조치하겠다" 8시간30분 만에 박순애 사퇴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휴가 복귀 소감을 묻는 질문에 "돌이켜보니 부족한 저를 국민들께서 불러내서 호된 비판과 따뜻한 응원으로 이 자리까지 오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낮은 자세'를 취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내각이나 대통령실 참모진에 대해 인위적인 물갈이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날 '박 부총리의 사퇴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모든 국정 동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게 아니겠느냐"며 "국민 관점에서 살펴보고 필요한 조치가 있으면 하겠다"고 답했다. 최근 여론의 비판을 수용해 박 부총리의 거취 정리 필요성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해석됐다.
실제 윤 대통령의 언급 이후 약 8시간 30분 만에 박 부총리가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자진 사퇴' 형식을 취했지만 사실상 경질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부총리 사퇴는 윤석열 정부가 정식 임명한 국무위원 가운데 첫 낙마 사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국일보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그간 인사를 신중하게 하겠다는 기조였지만, 이번엔 국민들의 비판 여론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방향을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책임장관제'를 지향하며 각 부처 장관들에게 정책 재량권을 준 만큼 책임도 확실하게 묻겠다는 취지도 담겼다고 한다.
"국민 뜻 거스르는 정책 없다" 변화 예고
국정 운영 방향의 변화도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국민 뜻을 거스르는 정책은 없다. 중요한 정책과 개혁 과제의 출발은 국민의 생각과 마음을 세심하게 살피는 과정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대국민 소통 강화'를 재차 강조했다. 취학연령 하향 정책 논란도 여론을 수렴하는 공론화 과정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많았던 만큼 이를 바로잡겠다는 얘기다.
당분간 '민생 경제 살리기'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추석을 한 달여 앞두고 고물가로 비상이 걸린 데 대해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과감하고 비상한 대책을 준비해 달라"고 한 총리에게 지시했다.
"박순애 사퇴 정도로 돌파 안 돼"… 커지는 전면 쇄신 압박
이날 윤 대통령 메시지는 휴가 기간 국정 운영 구상을 가다듬은 뒤 내놓은 나름의 해법이다. 하지만 "국민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다시 점검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있을 뿐, 지지율 하락과 악화한 민심을 가져온 원인에 대한 구체적인 진단은 빠졌다. '내부 총질' 문자 파동이 드러낸 여권 내 권력 다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잇단 구설수, 인사 잡음, 그리고 무엇보다 대통령다움이 결여된 자신의 언행과 태도 문제에 대해서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당정대 전면 쇄신안을 내놓은 대신 국정 운영의 안정성에 방점을 찍은 만큼 국정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거나 여권 내부에서 실수나 혼란이 다시 불거지면 쇄신 압박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당장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미 식물 장관으로 전락한 박 부총리의 사퇴 정도로는 돌파할 수 없다"며 "더 낮은 자세로 국민 뜻을 받들겠다는 원론적 대응으로는 무책임만 키울 뿐"이라고 직격했다.
여권 내에서도 윤 대통령이 위기를 돌파하려면 △대통령실 비서실 인적 쇄신 △정책실장과 민정수석 공백 보완 △특별감찰관 임명 △제2부속실 설치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그룹과 거리두기 등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도 땜질 처방으로 무너진 둑을 메우는 건 어렵다고 보고 있다"면서 "(추가적인 쇄신안 발표는) 취임 100일 등의 행사가 남은 만큼 조금 더 지켜봐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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