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애플TV+ 시리즈 '파친코' 원작 소설가
한국계 미국인 여성 작가들 활동 활발해져
국내 새 번역 재출간 "원작 구조 최대한 유지"
한국 교육열 조명한 차기작 '아메리칸 학원'
"'파친코'처럼 '학원' 단어도 독자가 알아야"
"1990년대 한국계 미국인 여성이 소설을 쓴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엉뚱한 일이었어요."
4대에 걸친 재일조선인 가족 이야기를 그린 소설 '파친코'의 작가 이민진(54)이 한국을 찾았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애플TV+ 시리즈가 올 초 전 세계적 인기를 끈 후 첫 방한이다. 재미교포 1.5세대 작가인 그는 8일 열린 '파친코' 개정판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젊은 시절 글쓰기를 좋아했지만 작가가 될 생각은 못했다면서 당시 미국 사회상을 거론했다. 그의 첫 직업은 변호사였다.
약 30년이 흐른 지금 미국 문학계는 확연히 달라졌다. 2017년 출간된 '파친코'는 큰 인기를 끌며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또 'H마트에서 울다' '마이너 필링스' 등 다른 한국계 미국 작가들의 작품들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민진 작가는 이를 미국 안팎의 복합적 요인으로 설명했다. 한류 영향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진 데다 미국 내에서 한국계 작가들의 역사가 쌓이고 그 활동도 활발해진 상황이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직도 더 많은 한국계 작가들의 활동이 필요하며 독자로부터 더 사랑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작가가 미국 독자들에게 자주 건네는 말은 "나는 당신을 한국인으로 만들려고 합니다"다. 한국인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이해하길 바라서다. 그는 간담회에서 "문학에서는 가능한 일"이라며 "저도 톨스토이 작품을 읽을 때는 러시아인이 되고 찰스 디킨슨 작품을 보면 영국인이 된다"고 했다. 문학을 통해 인종과 문화를 뛰어넘는 공감이 가능하다는 믿음에서 그는 '우리는 가족이다'라는 사인 문구를 쓰기도 한다. "(사회가) 더 나아지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가 서로에게 속해 있다는 걸 아는 것인데, 그것을 표현할 단어가 '가족'이라고 생각해요. 우리의 연결성을 봐달라는 의미입니다."
차기작 역시 한국인이 소재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파친코'와 함께 한국인 디아스포라 3부작이라고 명명한 '아메리칸 학원'은 교육의 다양한 역할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담아낼 예정이다. 차기작을 소개하던 그는 제목을 "'아메리칸 아카데미'라고 쓰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한국인의 교육열에 관한 이야기를 이해하려면 독자도 반드시 '학원'이라는 단어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영어 제목에도 '학원'이라고 쓸 계획이다. 일본어인 '파친코'를 영어 제목으로 쓴 것과 마찬가지다.
이번 개정판에 대해서는 만족감을 드러냈다. 기존 판권 계약 종료로 새로 인연을 맺은 출판사(인플루엔셜)를 선택한 기준을 묻자 작가는 "두 작품을 썼고 이제 쉰 넷이다. 관심을 받거나 돈을 벌려고 책을 쓰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뒤 "번역의 정확성이 중요한데 내게 권한을 줬고 책 구조도 내 의도를 최대한 살려줬다"고 답했다. 개정판은 원서와 똑같이 3부(고향·모국·파친코)로 구성돼 있고 주요 인용문도 빠짐없이 들어가 있다. 그는 "글쓰기는 혁명과 저항의 행위"라며 "'파친코'도 위험할 수 있는 책이고, 이런 점을 출판사가 인식하길 바랐는데 그런 점이 맞았다"고 덧붙였다. 또 오디오북·e북 시스템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인플루엔셜은 자사 오디오북 플랫폼 윌라에서 10일부터 '파친코' 1, 2권을 각각 10회 분량으로 연재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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