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공평? 우영우가 자폐 진단 받은 '11월17일'의 비밀

알림

공평? 우영우가 자폐 진단 받은 '11월17일'의 비밀

입력
2022.08.07 08:00
수정
2022.08.07 08:27
0 0

공정 담론의 장 '우영우'
"11월17일 탄생화 머위... 꽃말은 '공평'"
추론 잇따라 팩트체크 해보니
문 작가 "'우영우' 제작사와 계약한 날"
'우영우' '증인' 전 '미생'이었던 작가...저임금 단기 아르바이트하며 생계 걱정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어릴적 우영우(위 왼쪽 사진)가 성인이 돼 변호사가 된 모습. 우영우는 다섯 살이던 2000년 11월17일 자폐성 장애 진단을 받았다. ENA 방송 캡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어릴적 우영우(위 왼쪽 사진)가 성인이 돼 변호사가 된 모습. 우영우는 다섯 살이던 2000년 11월17일 자폐성 장애 진단을 받았다. ENA 방송 캡처

우영우(박은빈)의 아버지에게 2000년 11월 17일은 특별한 날이다. 그의 딸은 이날 병원에서 "자폐성 장애" 진단을 받았다. 우영우의 나이 다섯 살 때였다. 아이는 그때까지 "엄마" "아빠"란 말을 입 밖에 내지 못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의 문지원 작가는 우영우가 자폐 진단을 받은 날을 왜 11월 17일로 잡았을까. '우영우' 폐인들은 이 날짜에 주목했다. 그리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에 온갖 추측을 쏟아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권민우(주종혁)가 동료인 우영우 변호사를 대상으로 역차별당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넷플릭스 캡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권민우(주종혁)가 동료인 우영우 변호사를 대상으로 역차별당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넷플릭스 캡처

그중 가장 설득력을 얻은 가정은 '11월17일 탄생화 머위 유래설'. 머위의 꽃말이 공평인데, '우영우'를 통해 '이 시대의 공정은 왜 약자를 향하는가'란 생각할 거리를 던진 문 작가가 드라마의 주제 의식을 살리기 위해 머위를 끌어왔을 것이란 추정이었다. 극에서 권모술수라 불리는 권민우(주종혁)는 극한 경쟁에 내몰려 기계적 공정에 집착하는 일부 2030세대의 자화상으로 여겨진다. 그런 그는 역차별 담론의 인장 같은 말을 드라마에서 이렇게 쏟아낸다.

"이 게임은 공정하지 않아요. 우영우는 매번 우리를 이기는데 정작 우리는 우영우를 공격하면 안 돼요, 왜? 자폐인이니까. 우리는 우변(우영우 변호사)한테 늘 배려하고 돕고 저 차에 남은 빈자리 하나까지 다 양보해야 된다고요. 우영우가 약자라는 거, 그거 다 착각이에요".

연세대 학생의 청소노동자 고소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출근길 시위를 향한 일부 혐오의 목소리 등에서 엿볼 수 있듯 약자 배려에 자신의 이익이 조금이라도 침해받는다고 생각하면 '공정은 무엇인가'라고 날을 벼리는 세태다. 일그러진 시대, 시청자들이 공존의 화두를 던지는 '우영우'에 몰입해 공정의 담론 장처럼 여기다보니 드라마의 작은 설정까지 공정과 관련된 메타포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 작가는 진짜 머위의 꽃말에 영감을 받아 11월 17일을 우영우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받는 날로 설정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17일은 제가 '우영우' 드라마 제작사(에이스토리)와 계약을 맺은 날입니다." 최근 본보와 따로 만난 문 작가에 단도직입으로 '11월17일 탄생화 머위 유래설'을 물으니 그는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대본을 쓴 문지원 작가. ENA 제공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대본을 쓴 문지원 작가. ENA 제공

'우영우' 폐인들에겐 다소 김빠지는 답일 수 있지만, 이날은 문 작가에겐 특별한 날이다.

'우영우'와 영화 '증인'(2019)으로 빛을 보기 전 문 작가도 '미생'이었다. 단편 영화나 장편 시나리오를 만들 시간과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저임금의 단기 아르바이트만 했다. 그러다보니 돈이 늘 부족했고, 제대로 벌지 못해 생계 걱정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문 작가는 2013년 콘텐츠진흥원의 창의인재동반사업에 문을 두드렸다. 합격한 문 작가는 창작지원금으로 8개월 동안 매달 100만 원씩을 받으며 글을 썼다. 이 8개월은 문 작가가 생계 걱정에서 해방된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한다.

영화계 관계자에 따르면 '우영우' 촬영을 지난달 끝낸 문 작가는 차기작 준비에 한창이다. 그는 소설을 영화로 각색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양승준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