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장 광화문광장 가봤더니>
면적 2배 커지고 진입하기도 쉽게
6일 개장 첫날부터 무더위 속 인파
예전보다 '쉼' 공간 대폭 늘어 만족
6조 거리 등 조선시대 흔적도 가득
'미디어파사드'로 화려한 밤 '볼거리'
"모두가 안온한 세상 꿈꾸는 공간 돼야"
“워터파크보다 더 재미있어요.”
6일 개장한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을 찾은 김재민(8)군은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 설치된 ‘명량분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를 흠뻑 맞으며 신난 얼굴로 말했다. 소나기와 폭염에도 이날 광장에는 재개장을 맞아 수천 명의 시민들이 찾았다. 광화문광장은 오세훈 서울시장 첫 임기 때인 2009년 완공됐지만, 시민 접근성과 활용성이 떨어져 논란이 됐다. 이에 2017년부터 재구조화 사업이 논의됐고, 2020년 12월 공사에 들어가 1년 9개월 만에 다시 시민들 품으로 돌아왔다.
2배 넓어진 광장, 나무 5,000그루와 3개 분수
새롭게 탄생한 광화문광장은 이전보다 훨씬 넓어졌다. 기존에 광장을 둘러싸고 있던 12차로 중 서쪽 세종문화회관 앞 6차로를 없애 총 면적이 4만300㎡로 종전(1만8,840㎡)보다 2배 넘게 확대됐다. 광장 폭도 35m에서 60m로 1.7배 늘어났다. 차로를 없앤 덕에 시민들이 광장에 진입하기도 쉽고 편해졌다.
넓어진 공간에는 분수와 정원 등 시민들 쉼터가 곳곳에 조성됐다. 세종대로 사거리 이순신 동상 앞 명량분수를 시작으로 ‘한글분수’와 ‘터널분수’ 등 광장 내에는 분수 3개가 있다. 바닥에 설치된 분수에서 나오는 물줄기에 맞춰 아이들은 자유자재로 뛰어놀며 더위를 식혔다. 이날 세 살배기 딸과 광장을 찾은 이지은(36)씨는 “예전에는 집회가 많고, 교통량도 많아 광장에 놀러 올 생각을 못했다”며 “아이와 어른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나 매우 만족스럽다”고 했다.
광장 전체 면적의 25%를 차지하는 녹지(총 9,367㎡)도 기존보다 3배 이상 늘어났다. 분수 옆으로 느티나무와 느릅나무, 팽나무, 은행나무 등과 라일락, 산수국, 수수꽃다리, 진달래, 무궁화 등 관목이 어우러져 광화문 방향으로 길게 이어진다. 숲과 정원에는 76종 5,024주의 나무가 자란다. ‘사계정원’ 벤치에 앉아 있던 시민 김영목(54)씨는 “유럽 공원에 와 있는 것 같다”며 “누구나 편하게 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이 많아져서 좋다”고 전했다.
광장 곳곳에는 지형 단차(段差)를 이용해 쉴 수 있는 공간도 많아졌다. 조용준 서울시 공공조경가는 “전통적으로 궁궐이나 집 뜰에 층계 모양으로 단을 만들고 단마다 화초를 심은 ‘화계’ 공간이 있었다”며 “사람들이 도심에서도 소음 등에 방해받지 않고 쉴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조선 ‘육조 거리’ 살려낸 광장
조선시대 역사적 자취도 많이 복원됐다. 강성필 시 광화문광장사업반장은 “광화문광장에서 가장 중요한 곳을 꼽자면 유구(옛 토목건축의 구조와 양식 자취)”라며 “차로가 있던 곳을 발굴하다 보니 과거 흔적인 유구가 발견됐고, 그것을 최대한 살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공간으로 완성됐다”고 말했다. 광장이 있는 서울 세종로의 원형은 조선시대 ‘육조(六曹ㆍ조선시대 6개 중앙관청)거리’다. 광장 조성 과정에서 삼군부와 사헌부, 예조, 병조, 공조 유구가 발견됐다.
공사 중 발굴된 ‘사헌부 문 터’를 비롯한 유구와 매장문화재 중 일부는 발굴 당시 모습 그대로 현장 전시됐다. 이날 전시를 유심히 지켜보던 박진택(63)씨는 “광화문의 역사를 가늠해볼 수 있어서 가슴이 벅차다”며 “복잡한 도심 한복판에서 역사를 되새겨보는 기회가 됐다”고 만족해했다. 조선이 건국된 1392년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연도별로 새긴 212m 길이의 ‘역사 물길’도 광장 바닥을 따라 흐른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임창숙(74)씨는 이날 광장 중앙에서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으로 내려가는 ‘해치마당’ 진입로를 따라 이어진 53m의 초대형 영상 창(미디어월)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는 “예전 조선총독부(중앙청) 건물이 있었을 때부터 촛불집회에 이르기까지 항상 광화문과 함께해 왔다”며 “이 공간의 변화를 보니 가슴이 뭉클해진다”고 했다. 이날 오후 8시30분 세종문화회관 외벽에 설치된 미디어파사드에서는 개장을 기념하는 첫 전시 ‘라온하제(즐거운 내일을 뜻하는 순우리말)’가 상영됐다.
이날 광장을 찾은 이혜인(42)씨는 “내게 광화문은 모두가 한마음이었던 촛불집회를 떠올리게 하는 공간”이라며 “국민 모두가 안온한 세상을 꿈꾸고 누리는 광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광장 바닥에는 8,800여 개의 서로 다른 형태의 동그라미가 그려진 돌이 깔려 있다. 강성필 반장은 “색과 형태가 각기 다른 돌들이 모여 하나의 광장을 구성했다”며 “개인의 가치를 모아 하나의 큰 가치를 만드는 민주주의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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