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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하면 '장호원 황도'... 달콤한 맛의 비밀 '햇사레'에 숨어있어

입력
2022.08.08 04: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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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우리고장 특산물 : 이천 '장호원 황도'
'햇사레'는 '햇살에'의 연음으로 만든 브랜드
햇빛 많이 받을수록 달콤 브랜드 가치 1688억
1963년 일본산 복숭아 나무서 자연변이
1994년 2월 ‘장호원 황도’ 공식 명칭 생겨
"축제 열고 원조목 찾아내 보존사업 추진"

지난달 29일 복숭아 나무에 열린 장호원 황도를 이재권 대표가 만져보고 있다. 이천시 제공

지난달 29일 복숭아 나무에 열린 장호원 황도를 이재권 대표가 만져보고 있다. 이천시 제공

지난달 29일 경기 이천시 장호원 풍원농원 내 창고. 종이 상자가 수북이 쌓인 공간에는 노란색에 붉은 빛까지 감도는 복숭아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창고 안쪽에 한발을 들여놓자, 코끝을 자극하는 달콤한 향이 은은하게 퍼지고 있었다. '장호원 햇사레'가 뿜어내는 여름 복숭아의 유혹이었다.

햇사레는 ‘햇살에’를 연음해 쉽게 발음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한글 브랜드다. 햇사레 브랜드는 1,688억 원(2016년 햇사레공동조합법인 통합관리 보고서 기준)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이미 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장호원 복숭아 농장 주인들은 '장호원 황도'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다. 대를 이어 35년째 복숭아 농장을 운영 중인 이재권 풍원농원 대표는 “농협에서 자체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말에 이름을 지어 유통하고 있다”며 “이제는 전국 브랜드가 됐지만 여전히 ‘장호원 황도’라는 이름이 더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장호원 햇사레 복숭아. 지역 농가에서는 통상 장호원 황도라고 부른다. 이천시 제공

장호원 햇사레 복숭아. 지역 농가에서는 통상 장호원 황도라고 부른다. 이천시 제공


대한민국 고유 품종, 장호원 황도

장호원 황도는 50년 전인 1963년 처음 선보였다. 일본에서 들여온 엘버타(미백) 품종(1870년 미국 조지아주에서 육성된 황도) 가운데 일부가 자연변이한 것이 ‘장호원 황도’로 추정된다. 복숭아는 자연변이가 굉장히 활발해 현재 복숭아 품종만 300개에 이른다. 이재권 대표도 현재 13종의 복숭아를 재배 중이다.

‘장호원 황도’는 ‘엘버타’보다 크고 맛도 달콤해 재배가 시작됐고, 입소문을 타고 다른 농가로 확산됐다. 당시에는 ‘엘버타’로 불렸지만 농가에선 ‘장호원 복숭아’, ‘감곡 복숭아’로 불렀다. 이후 농촌진흥청에서 자연 발생한 변이품종으로 인정받아 1994년 2월부터 ‘장호원 황도’라는 정식 명칭이 붙었다.

지난달 29일 이재권 대표가 복숭아를 포장하고 있다. 이천시 제공

지난달 29일 이재권 대표가 복숭아를 포장하고 있다. 이천시 제공


물렁물렁한 미백에서 단단한 황도로

엘버타처럼 손가락으로 조금만 눌러도 쑥 들어가고 껍질을 벗겨 먹으면 젤리처럼 물컹물컹한 복숭아 품종이 미백이다. 과거에는 여름에도 선선한 바람이 불어 미백이 가장 인기였지만, 지구 온난화로 미백보다 단단한 복숭아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었다. 이 대표는 "미백은 물렁물렁하다 보니 유통 과정에서 조금만 부딪혀도 멍든 것처럼 보여 상품성이 떨어져 농가들이 외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미백이 사라진 자리에는 단단한 마도카(일본산) 품종이 대신했다. 이후 자연변이와 인공변이 등을 통해 국내산 품종도 단단한 복숭아가 많아졌다.

출하 전 나무에 열린 이천 '장호원 황도'. 이천시 제공

출하 전 나무에 열린 이천 '장호원 황도'. 이천시 제공


말랑말랑 쫄깃한 ‘장호원 황도’

국내 복숭아는 통상 6월 말부터 10월 10일까지 품종별로 순차적으로 수확된다. 어린애 주먹만 한 크기의 ‘홍비금’ 품종은 6월 말에 나오며, 작지만 당도가 높다. 7월부터 나오는 복숭아는 ‘수황’과 ‘단황도’다. 7월 하순에는 ‘그레이트’ 품종이 생산되는데 단단하고 봉지를 씌우지 않아도 막 키울 수 있어 농가에서 가장 선호하는 품종이다. ‘그레이트’는 미백보다 조금 단단해 소비자들에게 인기도 많다.

8월에는 성인 남성 주먹만 한 ‘마도카’ 품종이 주로 수확된다. 8월 중순에는 황도 계열의 ‘천중도’가, 하순에는 ‘중황도’와 ‘하황도’가 나온다. 9월에 주로 생산되는 복숭아가 ‘장호원 황도’로, 단단하고 단맛이 좋다. ‘장호원 황도’의 당도는 전남 나주에서 생산되는 배와 비슷한 수준이다. 현재 이천 장호원 일대 679가구에서 연평균 5,000톤의 복숭아가 생산된다. 전국 생산량과 비교하면 비중이 크다고 할 순 없지만, 당도가 높고 수도권에 자리 잡고 있어 경쟁력이 높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포장된 장호원 햇사레. 이천시 제공

포장된 장호원 햇사레. 이천시 제공


복숭아 고르는 법과 더 맛있게 먹는 법

복숭아는 햇빛을 많이 받을수록 당도가 높아진다. 이 때문에 나무 상부에서 자란 복숭아가 알도 크고 맛도 달콤하다. 이 대표는 "복숭아 가운데 줄을 중심으로 양쪽 대칭이 똑같은 게 더 맛있고, 좌우 대칭이 안 된 복숭아는 크기가 큰 쪽이 더 달다"고 귀띔했다. 달콤한 복숭아지만 시간을 두고 먹을 생각이면, 신맛이 약간 도는 게 좋다. 2, 3일 냉장고에 넣어 두면 당도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다만 신맛도 단맛도 없는 복숭아(천중도)는 계속 같은 맛이기 때문에 바로 먹는 게 좋다.

이천시는 ‘장호원 황도’를 대표 특산물로 정하고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이천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최근 2년간 중단된 축제를 올해 다시 재개해 햇사레를 더욱 알리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라며 “장호원읍 진암리 도월마을 백족산에 위치한 ‘장호원 황도’ 원조목을 찾아내 보전사업을 추진하는 등 이천을 복숭아의 고장으로 인식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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