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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도 프랜차이즈도 아니었지만… '성실한 맏형' 안영명의 가슴 찡한 은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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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도 프랜차이즈도 아니었지만… '성실한 맏형' 안영명의 가슴 찡한 은퇴식

입력
2022.08.06 00:0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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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안영명. KT 제공

KT안영명. KT 제공


KT의 ‘투수 맏형’ 안영명(38)이 누구보다 의미 있는 은퇴식을 치렀다. 팀 프랜차이즈 스타도 아니고 20년 동안 ‘에이스’로도 인정받진 못했지만, 성실함과 ‘형님 리더십’으로 팬들과 후배들의 축하를 받으며 그라운드에서 퇴장하게 됐다.

KT는 5일 경기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한화전에 앞서 안영명의 은퇴식을 진행했다. 안영명은 이날 은퇴식 전 진행된 인터뷰에서 “지난 6월 이미 은퇴를 선언해 지금은 크게 실감 나지 않는다”면서 “경기장으로 출발하기 전 아내가 ‘팬들에게 사인도 많이 해 주고 재밌게 즐기라’고 하더라”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올 시즌 초반 4경기에 출전했지만 구속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물론 1이닝은 소화할 수 있겠지만, 냉정하게 보자면 다른 선수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역할이었다. 그는 “등 떠밀려 은퇴한 게 아니라, 내 결정에 후회가 없다. 시원한 마음이 크다.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은퇴식에 참석했다”라고 말했다.

KT안영명이 지난 5월 4일 수원 롯데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KT 제공

KT안영명이 지난 5월 4일 수원 롯데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KT 제공

KT에서 은퇴하지만 한화와 인연이 더 깊다. 2003년 1차지명으로 한화에 입단해 올해로 선수생활 20년째를 맞는데, 군생활(2012~13년)을 제외한 18시즌 중 15시즌을 한화에서 보냈다. 한화 입단 후 2010년 KIA로 이적했다가 2011년 이범호(현 KIA 타격코치) 보상 선수로 한화에 복귀했다. 이후 2020시즌까지 한화에서 뛰다 2021년 KT로 옮겼으니, KT와 인연은 1년 반뿐이다. KT도 “남다른 프로의식과 리더십으로 많은 후배에게 귀감이 됐다”며 은퇴식 개최 이유를 설명했다. 안영명은 지난 6월 은퇴를 선언한 뒤 현재 선수단 심리상담 트레이너로 활동 중이다.

기억에 남는 지도자로는 김인식 전 한화 감독과 이강철 KT 감독을, 기억에 남는 포수로는 ‘동갑내기’ 허도환을 꼽았다. 그는 “김인식 감독님은 아무것도 아닌 내게 4선발 자리를 주셨다. 그때부터 내가 팬들에게 각인됐다”라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이강철 감독님은 (감독이 돼서도) 예나 지금이나 꾸준히 소통하려 한다. 내가 방출됐을 때 먼저 손을 내밀어 주셨다. 감사함을 갚으면서 살겠다”고 했다. 허도환에 대해선 “경기 후 리뷰를 매번 같이했다. 많은 얘기를 나눴기에 굉장히 기억에 남는다”라고 했다.

지난 6월 은퇴 선언 직후 그는 자신의 SNS에 “부족함을 알고 보완하고 연구하길 반복했던 20년이었다”면서 “하지만 성과는 기대 이하였다. 실패했다”고 적었다. 실제로 그는 ‘에이스’는 아니었다. 통산 성적은 평균자책점(ERA) 4.90에 이닝당출루허용률(WHIP) 1.49로 평범하다. 시즌 10승을 넘긴 것은 2009년(11승 8패)과 2015년(10승 6패)뿐인데,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2009년 ERA 5.18에 WHIP 1.37을, 2015년 ERA 5.10에 WHIP 1.57로 좋지 않다.

하지만 결코 실패한 야구 인생도 아니었다. KBO리그 역사상 만 38세까지 현역으로 뛴 투수는 안영명 포함 57명뿐이다. 또 18시즌 동안 575경기(1048.1이닝)에 등판했는데, 이는 역대 최다 등판 30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한화 10승’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안영명은 “당시 한화는 국내 10승 투수에 목말라 있었다”면서 “물론 ERA도 높고 타자들의 도움도 컸지만 기억에 남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돌적으로 승부했던 투수로 기억되고 싶다”라고 했다. 그는 “경기 땐 진지하고 차가웠지만, 경기장 밖에서는 한없이 순한 양이었던 선수로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라며 웃었다.

한편, 안영명은 경기 전 사인회를 열고 선수로서 마지막 작별을 고했다. 팬들에겐 ‘감사’의 의미가 담긴 진분홍색 장미꽃을 선물했다. 이날 경기 시구는 두 아들인 하일·하겸군이 맡았다.

강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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