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약자 환승지도' 기반, 서울 44개역 분석
비장애인 비교해 장애인 환승거리 평균 5배
2·7호선 건대입구역은 1404m.... 18배 차이
서울 지하철 44개역 58개 환승로를 대상으로 교통약자의 열악한 이동권 현실을 분석한 논문이 나왔다. 실제 환승 거리를 비교해 보니 장애인 등 교통약자는 비(非)장애인에 비해 최대 18배를 더 이동해야 지하철을 갈아탈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4일 장애인이동권증진 콘텐츠 협동조합 ‘무의’에 따르면, 서울시립대 도시과학대학원 교통관리학과 정예원씨는 최근 단체의 자료를 토대로 교통약자의 이동권 차별을 실증적으로 조명한 석사 논문을 발간했다.
정씨는 논문 ‘교통약자 측면의 도시철도 환승역 환승보행 서비스 수준 평가방법 연구’에서 서울 지하철 전체 69개역 중 정보가 제한된 일부 역을 제외한 44개역을 조사해 환승 보행거리를 산출했다. 무의가 2018년 서울 지하철 53개역을 점검해 만든 교통약자 환승지도가 기초가 됐다.
58개 환승로를 분석한 결과, 비장애인의 환승 거리는 평균 150m인 반면 장애인의 환승 거리는 725m로 약 4.8배 긴 것으로 나타났다. 무의 환승지도에 표시된 환승 시간에 장애인의 수평보행속도 0.78㎧를 곱해 계산했다. 특히 건대입구역(2ㆍ7호선)은 비장애인(77m)과 장애인(1,404m) 환승 거리 차이가 무려 18배나 났다. 가산디지털단지(1ㆍ7호선), 시청역(1ㆍ2호선), 상봉역(7호선ㆍ경의중앙선) 등도 장애인의 환승 거리가 10배 이상 길었다.
많은 거리를 이동해야 하니 시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비장애인은 환승에 최대 6분이 걸리지만, 장애인은 환승 거리가 긴 상위 10개역에서 이동할 때 최대 30분까지 소요됐다. 논문에 포함된 휠체어 이용 장애인 설문조사를 보면, 최적 환승시간으로 10분(41.2%)이 적당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나, 현실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홍윤희 무의 이사장은 “국내 최초로 지하철 환승에 소요되는 거리 및 시간을 도출한 뒤 정책적 함의까지 제시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논문은 지하철역을 새로 만들 때 설계 단계부터 교통약자 환승 편의를 고려한, 환승보행 서비스 수준(LOS)을 입찰 등 심사에 반영할 것을 제안했다. 정씨는 “대부분 지하철 환승 시설이 일반인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다”면서 “장애인뿐 아니라 고령자, 영유아 등 30%에 달하는 교통약자를 배려하는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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