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우리도 성과급 달라" 사장실 석달째 점거
사측 "불법 점거...신속하게 공권력 투입해야"
"우리도 1인당 400만 원씩 특별공로금 달라."(노조)
"사장실 점거부터 풀어라."(사측)
특별공로금 지급을 둘러싼 현대제철 노사 간의 대립이 더 큰 분쟁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석 달 넘게 사장실을 점거 중인 노조는 파업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투쟁 수위를 높인다는 방침이고 사측은 공권력 투입을 요구하며 사실상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제2의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막기 위해 노사가 합리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일 철강업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최근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현대제철 5개 지회(당진·인천·포항·순천·당진하이스코)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해 투표자 6,255명 중 94.18%(5,891명)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이후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중지 결정까지 받아 합법적인 파업권을 얻었다.
노조 측은 이날까지 총 8차 교섭이 진행됐지만 사측이 모두 불참해 교섭이 진전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 측은 "하계휴가 시즌이라 교섭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휴가가 끝나면 본격적인 교섭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양측의 입장 차이가 워낙 큰 데다 사태가 장기화되며 법적 조치까지 이뤄진 상태여서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노조는 지난 5월 현대자동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 직원들이 받은 특별공로금(1인당 400만 원)을 현대제철 직원들에게도 동일하게 지급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현대제철 측은 지난해 임금협상에 기본급 7만5,000원 인상 및 성과급(기본급 200%+770만 원)까지 지급했다면서 지급 불가 방침을 통보했다.
그러자 노조는 협상 결렬 직후인 5월 2일 조합원 10명이 당진제철소 사장실을 점거했다. 같은 날 인천과 순천, 포항사업소 등의 공장장실도 점거에 돌입했다. 사측은 5월 31일 특수주거침입 및 업무방해·특수손괴 혐의로 노조 집행부 등 50여 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사측은 윤석열 정부의 원칙주의 대응 기조에 맞춰 수사기관이 공권력 투입 등 신속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찰은 섣부른 공권력 투입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아직까지 노조원들이 생산시설을 점거하거나 과격한 행동을 보이지도 않아 공권력 투입을 서두를 명분이 마땅치 않단 얘기다. 충남 당진경찰서 관계자는 “고발인(사측) 조사를 마무리하고 최근엔 노조원들에 대한 소환 조사 일정까지 구체화했다”며 “절차에 맞춰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8,000억 원 이상(추정치) 가까운 손실을 얻고 업계 신뢰도는 잃게 된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거울 삼아 노사가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경기침체와 수요 감소, 철강제품 가격 하락 등의 악재가 겹쳐 실적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지금은 노사가 힘을 합칠 때"라고 했다. 실제로 현대체철 생산 능력의 절반을 차지하는 핵심 사업장인 당진제철소로 일주일에 세 차례 이상 출근했던 안동일 사장은 노조 점거 이후 한 번도 당진 현장을 방문하지 못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상생을 우선가치로 타협해 가는 게 우선”이라면서 “정부 개입에 앞서 노사 모두 철저히 법과 원칙을 엄정히 지키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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