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등의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3일 캄보디아로 출국한다. ARF는 북한이 참가하는 유일한 다자안보협의체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남북 고위급 접촉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특히 이번 회의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강행 직후 열린다. 이에 반발하는 중국과 미국의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극명하게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ARF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10개국과 남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유럽연합(EU) 의장국 등 27개국이 참가한다.
외교부에 따르면 박 장관은 4일 △한·아세안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 5일엔 △동아시아정상회의(EAS) △ARF 외교장관회의 등에 참석한다. 도중에 의장국인 캄보디아를 비롯, 각국 장관들과 양자회담도 진행한다. 다만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장관과 지난달 회담을 하고,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조만간 만날 예정인 만큼 주변국 일본, 중국과의 별도 회담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관건은 북측 대표와의 조우 여부다. 코로나19 여파로 3년 만에 열리는 올해 대면회의에 북한은 최선희 외무상보다 급이 낮은 안광일 주인도네시아대사 겸 주아세안대표부 대사를 참석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그와 접촉할 계획은 없지만 4일 저녁 의장국 주재 환영 만찬장에서 박 장관과 조우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다만 북한이 올 들어 20차례 가까이 미사일 도발에 나서고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대남 비난수위를 높이는 만큼 만나더라도 의미 있는 접촉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회의에는 중국, 일본뿐 아니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도 참석한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비롯,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남중국해 진출, 북핵 문제를 두고도 살벌한 외교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의장성명 채택이 지연되거나 불발될 가능성도 있다. 의장성명은 의장국이 27개 회원국의 의견을 수렴한 뒤 회람과 수정을 거쳐 최종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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