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바이든도 펠로시 결정 존중" 옹호
공화당 상원의원 26명 펠로시 지지 성명
WSJ "바이든, 원치 않던 외교 도전 직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두고 미 정치권 반응은 환영 일색이었다. 백악관은 물론 공화당도 지지 의사를 표시하며 중국의 선 넘는 위협 움직임을 비판했다. 하지만 펠로시 의장의 ‘중국 때리기용 대만행’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정책 운용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직접 입장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수십 년간의 미국 정책과 완벽히 일치하고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지지하는 것이라고 바이든 대통령은 믿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커비 조정관은 CNN 인터뷰에서 “펠로시 의장은 최근 당 소속과 상관 없이 의원들이 대만을 방문한 것과 동일한 기회를 가진 것”이라며 “이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기자들에게 “미국은 (중국의) 호전적인 레토릭(수사)에 의한 위협에 겁먹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이번 대만 방문이 위기나 무력 충돌을 야기하는 자극적인 이벤트가 될 아무런 이유가 없다”며 상황 악화를 방지하자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민주당 소속 펠로시 의장 방문에 대해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를 포함한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26명도 성명을 내고 초당적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우리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순방을 지지한다”며 “이번 순방은 우리가 전념하는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과 일치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제 테러 조직 알카에다 수장 아이만 알자와히리 제거를 위한 아프가니스탄 공습에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이슈까지 겹치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바이든 대통령과 행정부의 군사 지도자들은 원하지 않았던 외교정책 도전에 대처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펠로시 의장은 1997년 뉴트 깅그리치 당시 하원의장 이후 대만을 방문한 미국 최고위급 인사다.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발하며 군용기 비행과 실탄 사격으로 군사적 압박을 가했다. 미국 역시 우발적인 군사 충돌 상황 악화를 피하면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 패배 시 의장직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큰 펠로시 의장의 정치 행보에 바이든 행정부가 원하지 않던 미중 긴장 고조 국면에 처한 셈이다.
WSJ는 “미국인들이 경제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 기름값 상승을 최우선 관심사로 꼽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 1년 6개월 중 상당 부분을 국제 위기와 씨름하며 보낼 수밖에 없었다”라고 짚었다.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철수 혼란,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대처 과정에서 국정 지지도가 하락한 데 이어 대만 문제로 또 한 번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행 보도가 나온 지난달 20일 “군에서는 당장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부정적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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