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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에다 지도자 '발코니 습관'까지... CIA, 20년 추적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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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에다 지도자 '발코니 습관'까지... CIA, 20년 추적 드라마

입력
2022.08.03 15:12
수정
2022.08.03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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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공개된 자와히리 드론 습격 막전막후
CIA, 발코니에서 홀로 장시간 머무는 점 파악 후
자와히리 한 사람을 위한 '맞춤형 공습' 진행

트위터를 통해 공유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카불 셰르푸르 지구의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머물던 안전가옥의 모습. 드론 폭격의 결과로 건물 한쪽 방의 창문이 파괴된 상태로 있다. 자와히리는 이 방의 위에 있는 발코니에서 머물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트위터 캡처

트위터를 통해 공유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카불 셰르푸르 지구의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머물던 안전가옥의 모습. 드론 폭격의 결과로 건물 한쪽 방의 창문이 파괴된 상태로 있다. 자와히리는 이 방의 위에 있는 발코니에서 머물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트위터 캡처

9·11 테러를 주도한 오사마 빈 라덴의 최측근이자 그의 사망 이후 테러집단 알카에다를 이끌었던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지난달 31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안전가옥에서 미국의 무인항공기(드론) 공격으로 사망했다.

지난 2일 '드론 사냥'의 전말을 전한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알자와히리의 제거를 위해 최소 수개월간 카불에서 그의 일상에 관한 정보를 모았다. 이 조사 기간 CIA는 알자와히리가 자신의 은신처 발코니에서 장시간 혼자 머물면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는 점을 포착했고, 이는 드론 공격을 결행하게 되는 핵심 근거가 됐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고위 정부 관료는 언론에 "알자와히리는 (그가 사망한 발코니에서) 여러 차례 매우 오랫동안 머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알자와히리가 공습을 받을 시점에 그 자리엔 그 외에 아무도 없었다고 확신하게 됐다"고 밝혔다.

구 아프간 정권 실세들 머물던 부촌서 숨어 지낸 알자와히리

지난달 31일 카불 셰르푸르지구에서 미군의 아이만 알자와히리를 노린 드론 폭격 직후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사건 당시에는 연기의 정확한 원인이 알려지지 않았다. 카불=AFP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카불 셰르푸르지구에서 미군의 아이만 알자와히리를 노린 드론 폭격 직후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사건 당시에는 연기의 정확한 원인이 알려지지 않았다. 카불=AFP 연합뉴스

자와히리가 머물던 안전가옥이 있는 셰르푸르 지구는 본래 오래된 군사 기지였다. 2003년 아프간 국방부가 이 지역을 민간에 넘긴 이후 정부 고위 관료와 옛 군벌, 마약왕 등 실세 인사들이 이 땅을 넘겨받고 초호화 고급 저택도 세웠다. 이에 '카불의 베벌리힐스' '양귀비 궁전(poppy palace)'이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2021년 옛 아프간 정부가 붕괴되면서 이 집들도 빈집이 된 채 탈레반 손에 떨어졌다. 이 건물들 중 하나가 알자와히리의 안전가옥으로 사용된 것이다.

알자와히리가 도심에 머물고 있다는 점 때문에 미국은 2011년 오사마 빈 라덴 사망 때처럼 타격부대를 직접 투입할 수 없었다. 결국 대안으로 나온 것이 드론에 의한, 알자와히리 단 한 사람을 노린 정밀 폭격이었다. CIA는 알자와히리의 위치가 확실한지, 다른 피해가 발생할 여지가 없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실제 건물의 모델을 만들고 공격을 면밀하게 계획한 끝에 공습 작전을 승인받았다.

지난해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고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하던 시점에 미군은 이슬람국가(IS) 자살 폭탄 테러범을 표적으로 삼았다가 아동을 포함한 무고한 시민 10명을 죽이는 치명적인 작전 실패를 저지른 바 있다. 이를 의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맞춤형(tailored) 공습'을 명령했고, 실제 미국 정부는 작전 후 알자와히리 외의 다른 희생자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CIA 20년 추적... '내부 첩자' 믿었다 자폭으로 반격당하기도

2011년 테러 활동 감시단체인 시테그룹이 공개한 아이만 알자와히리의 오사마 빈 라덴 추모 연설 영상. 알자와히리는 빈 라덴 사망 이후 알카에다를 이끌었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1년 테러 활동 감시단체인 시테그룹이 공개한 아이만 알자와히리의 오사마 빈 라덴 추모 연설 영상. 알자와히리는 빈 라덴 사망 이후 알카에다를 이끌었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의 알자와히리 추적은 21년 전인 2001년 9·11 테러 직후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오래도록 성과가 없었다. CIA는 알자와히리를 잡기 위해 알카에다 내 이중 첩자를 신뢰했다가 큰 희생을 겪기도 했다.

아프간 호스트 주 채프먼 공군기지에는 빈 라덴과 알자와히리를 추적하는 CIA의 작전 본부가 존재했다. 2009년 요르단 정부에 의해 포섭됐던 알카에다 내 이중 첩자 후맘 알발라위가 알자와히리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겠다며 이 기지에 관련자들을 불러들인 후 자폭했다. 이 사고로 당시 CIA 직원 7명이 숨졌다.

채프먼 공군기지 자폭 사건은 빈 라덴 습격 작전을 다룬 미국 영화 '제로 다크 서티'에도 주요 사건으로 언급될 정도로 큰 상처였다. CIA 입장에선 명예 회복을 위해 알자와히리에 더욱 집착하는 계기가 됐다. 이들은 이후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국경지대를 주목해, 특히 파키스탄 북부 와지리스탄 산간 지역에 알자와히리가 있을 것으로 보고 추적했지만 거주지를 확인하지 못했다. 알자와히리는 건강 이상설, 사망설이 꾸준히 돌았지만 그때마다 영상으로 건재함을 알렸다.

알자와히리 숨겨준 탈레반, 공습 사실도 공개 못해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드론 공습으로 사망한 후 그가 머물던 저택을 녹색 천으로 덮은 모습.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은 알자와히리가 자국의 보호를 받다가 사망한 사실을 외부로 노출하지 않으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위터 캡처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드론 공습으로 사망한 후 그가 머물던 저택을 녹색 천으로 덮은 모습.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은 알자와히리가 자국의 보호를 받다가 사망한 사실을 외부로 노출하지 않으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위터 캡처

지난해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하고,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한 것은 역설적으로 알자와히리의 위치가 미국의 정보망에 노출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CIA는 탈레반 정권과 알카에다가 밀접한 협력 관계라고 확신했고, 알자와히리가 탈레반의 보호를 받기 위해 일가를 이끌고 카불로 돌아올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판단은 적중했다.

아프간 탈레반 정권은 사건이 일어난 후 알자와히리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으려고 그의 일가를 다른 곳으로 피신시키고 언론의 접근을 막았다. 미국 관료들은 탈레반이 알자와히리를 카불에 숨겼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으려 한 것이라고 봤다. 알자와히리의 사망 소식은 공습 36시간이 더 지나서야 미국 정부의 발표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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