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공개된 금통위 의사록
"인플레 심화돼 실질금리 낮은 수준"
지난달 사상 처음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은 한국은행이 "물가 상황을 감안하면 우리 통화정책은 다소 뒤처진 감이 없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공개된 '2022년도 제13차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은은 당시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꾸준히 인상했지만 그사이 인플레이션이 더욱 심화되어 실질금리는 여전히 중립금리 수준을 밑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압력이 없으면서 잠재성장률 수준을 유지하게 하는 이론적 금리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빅스텝 발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중립금리는 학술적인 개념이고 그 범위도 넓다"면서도 "이번에 금리를 2.25%로 올리면 개인적으로는 중립금리 하단에 가까워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한은은 또 "당초 예상보다 국제 유가와 수요 측 물가 압력(소비 증가)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하반기 물가 상승률이 5월의 4.6% 전망을 상당폭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8% 수준으로 오른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개인서비스 물가(외식 제외)를 짚으며 "이들 품목의 가격은 일단 오르면 잘 내려가지 않는 특징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빅스텝은 금통위원 6명의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수출 증가세는 둔화했으나 민간 소비가 회복세를 이어가면서 ①잠재성장률(2%) 이상의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②현재로서는 기대인플레이션과 물가 간의 악순환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며 ③내외 금리 차로 인한 자본 유출 가능성에 적극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
몇몇 위원은 "민간 부채가 고소득, 고신용 차주를 중심으로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금융시스템 전체로는 큰 폭의 금리 인상을 감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한 위원은 이에 대해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모든 소득 분위에서 70%를 웃돈다"며 "주택 가격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하락할 경우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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