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펠로시 대만행 가정한 모의 전투훈련 실시
요격 위협했으나 "전면전 감당 못할 것"
근접 비행 등 대만 착륙 저지 시도 이뤄질 수도
아시아 순방 중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중국의 격한 반발을 무릅쓰고 대만을 방문할 예정이다. 중국이 "펠로시 의장이 탄 비행기를 격추할 수 있다"고 경고한 만큼, 중국의 군사적 옵션 실행 여부가 이번 사태의 최대 뇌관으로 떠올랐다. 다만 양국의 군사적 충돌이 자칫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중국이 실제 무리한 군사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공중전·함대지 공격 가능성 모두 열어둔 中
2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펠로시 의장은 이날 오전 말레이시아에 도착해 오후 10시 20분(현지시간) 타이베이 인근 쑹산공항 도착을 예정으로 움직이고 있다.
중국군은 즉각 무력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군용기 여러 대가 이날 오전 대만해협 중간선을 근접 비행했다. 펠로시를 태운 비행기의 대만 근접을 막을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 셈이다.
중국의 '격추' 시도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 CNN방송은 미 행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중국이 대만 상공에 비행금지구역(No fly zone)을 선포할 수 있다"고 전했다. 비행금지구역은 해당 상공에서 주권을 행사하겠다는 선언으로 허가받지 않은 항공기를 격추하겠다는 경고를 내포한다.
실제 대만을 담당하는 중국 인민해방군(PLA) 동부전선사령부는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가정한 모의 '야간 공중전투 훈련'을 최근 실시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번 훈련은 비상 상황에서 조종사가 언제든 전투 상황에 임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한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해사국도 남중국해 4개 해역에서 민간 선박의 진입을 금지한다고 공지한 상태다.
"격추 시 중국 공산당 생존에 타격"
중국군의 급박한 움직임에도 미국 의전 서열 3위인 펠로시 의장에 대한 '격추'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펠로시 의장의 의지를 꺾기 위한 극단적 경고일 뿐 미중 간 전면전 방아쇠를 중국이 먼저 당기는 선택을 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보니 글레이저 독일마셜펀드 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은 외교·경제적 수단을 동원해 대만을 괴롭힐 것"이라면서도 "미중 간 물리적 충돌이나 전쟁 발발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조셉 보스코 전 미 국방부 중국 담당 국장도 미국의소리(VOA)에 "중국이 펠로시에 공격을 가할 경우 실제 전쟁이 촉발될 것"이라며 "시진핑은 물론 중국 공산당의 생존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했다.
미국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싱가포르에 기항 중이던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함을 대만해협에 급파한 상태다. 중국군 동부전선사령부와 미 항공모함 전단이 대치하는 '힘의 균형'이 이뤄진 것으로 어느 한쪽도 함부로 움직이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요격 대신 항로 방해 작전
그러나 중국이 "절대로 좌시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경고한 터라 '선을 넘지 않는 수준'의 모든 군사적 옵션을 동원할 개연성은 충분하다. 글로벌타임스는 지난달 30일 사설에서 해당 해역에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더불어 "펠로시 전용기에 대한 경고, 추격, 요격, 전자전, 강제 착륙에 나설 수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대규모 전투기의 근접 비행으로 대만을 향하는 펠로시 의장의 항로를 막는 식의 공중 작전을 암시한 것이다.
중국 군사전문가인 푸첸샤오는 글로벌타임스에 "중국 전투기는 펠로시의 전용기를 향해 무선 경고, 퇴각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그래도 전용기가 대만을 향한다면, 대각선으로 사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이 20여 년 만에 공식 핵실험을 재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이 신장위구르자치구 내 핵실험장에서 지하 핵실험 시설 확장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대만해협에서의 전술적 옵션이 아니라 핵실험 같은 전략적 차원의 군사 행동을 통해 반발감을 드러낼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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