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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닫은 펠로시, 기습 대만행?... 중국 '극초음속 미사일'로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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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닫은 펠로시, 기습 대만행?... 중국 '극초음속 미사일'로 경고

입력
2022.08.01 19:30
수정
2022.08.01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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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시 아시아 순방 돌입… 대만 방문 계획은 함구
미중 무력 충돌 가능성… 대만행 강행 여부에 촉각
중국 군사훈련 vs 미국 군용기 배치… 긴장 최고조

아시아 순방에 나선 낸시 펠로시(왼쪽) 미국 하원의장이 1일 첫 방문국인 싱가포르 이스타나 대통령궁에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싱가포르=AP 뉴시스

아시아 순방에 나선 낸시 펠로시(왼쪽) 미국 하원의장이 1일 첫 방문국인 싱가포르 이스타나 대통령궁에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싱가포르=AP 뉴시스

‘미국 권력 서열 3위’ 낸시 펠로시 미국 연방하원 의장이 1일 싱가포르에 도착, 아시아 순방을 시작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문제를 놓고 맞붙은 미국과 중국 간 군사적 긴장도 최고조에 달했다.

펠로시 의장이 공개한 일정에 대만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깜짝 방문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방문이 결정된다면 한국시간으로 3, 4일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중국은 펠로시 의장 순방 기간 대만 앞바다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미국도 일본 내 미군 기지에 군용기를 추가 배치하면서, 양국 간 대치는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다.

펠로시 아시아 순방 시작… 대만 방문 여부는 함구

싱가포르 외무부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1, 2일 이틀간 싱가포르에 머물면서 할리마 야콥 대통령과 리셴룽 총리 등을 두루 만났다. 1일 오후에는 미국상공회의소가 개최한 리셉션에도 참석했다. 이후 말레이시아(2~3일)와 한국(3~4일), 일본(4~5일)을 차례로 방문할 계획이다. 펠로시 의장은 성명을 통해 “순방국에서 무역, 코로나19, 기후 위기 등을 논의하기 위해 고위급 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전했다.

초미의 관심사인 대만 관련 언급은 없었다. 그러나 대만에 들르지 않는다고 분명하게 밝히지도 않았다. 당사자인 대만 역시 말을 아꼈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쑤전창 대만 행정원장은 펠로시 의장 방문 여부에 관한 질문에 “대만은 외국 VIP 손님의 방문을 따뜻하게 환영한다”고만 답했다.

1일 대만 타이베이의 한 상점에 비치된 신문에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아시아 순방 기사가 실려 있다. 타이베이=로이터 연합뉴스

1일 대만 타이베이의 한 상점에 비치된 신문에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아시아 순방 기사가 실려 있다. 타이베이=로이터 연합뉴스

일각에선 펠로시 의장이 대만 방문 의지를 꺾지 않았다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프랑스 언론 라디오프랑스인터내셔널(RFI)은 중국 정보기관 관계자를 인용해 “펠로시 의장이 4일 필리핀 클라크 미군 공군기지를 출발해 대만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대만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만난 뒤 다음날 일본으로 향할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인 조시 로긴도 트위터에서 “펠로시 의장이 말레이시아에 들린 뒤 2일 밤이나 3일 아침(한국시간 3, 4일) 대만에 들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대만방송 TVBS 팅팅류 기자는 소식통을 인용해 “펠로시 의장은 내일(2일) 밤 타이베이에 도착한다”고 알렸다.

중국도 펠로시 의장이 대만 방문을 강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는 “펠로시 의장이 기체 결함이나 급유 같은 비상 상황을 구실로 대만 공항에 착륙하고자 하는 위험한 시도를 할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며 “중국 군은 높은 경계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펠로시 의장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중국이 펠로시 의장 항공기의 대만 착륙 저지를 시도하는 등 군사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시나리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미중 간 무력 충돌 위험을 간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만 방문을 취소하면 미국이 중국에 굴복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우려스럽다.

둘로 갈린 미국 내 여론도 부담 요인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계획에 대해 “군에선 지금 당장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 본다”며 부정적 입장을 내비친 반면,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 등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관료들은 적극 지지하고 있다.

중국과 펠로시의 30년 악연… 미중, 벼랑 끝 군사 대치

중국이 펠로시 의장의 행보에 이토록 예민한 데는 1997년 뉴트 깅그리치 당시 하원의장 이후 25년 만에 대만을 찾는 최고위급 인사라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중국에 펠로시 의장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둘의 악연은 이미 30년이 넘었다.

펠로시 의장은 1991년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을 당시, 톈안먼 광장에서 2년 전 민주화 시위로 숨진 학생들을 기리는 현수막을 펼쳐 들고 기습 시위를 벌여 중국 공안에 구금됐다. 올해도 톈안먼 민주화운동 33년을 맞아 중국 공산당을 “억압 정권”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 중국 티베트 분리독립과 홍콩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고, 중국 정부에 체포된 정치범 석방을 압박하기도 했다. 올 초에는 신장 위구르족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을 이유로 베이징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주도해 또 한 번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 방문 계획을 추진한 이후 중국과 대만 사이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 방문 계획을 추진한 이후 중국과 대만 사이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은 펠로시 의장을 향해 연일 경고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펠로시 의장이 탑승한 항공기의 이동 경로를 세세하게 추적하면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건군(8월 1일) 95주년을 맞아 중국 육·해·공군이 극초음속 미사일과 강습상륙함 등 첨단무기로 군사훈련을 하는 모습을 대거 공개했다.

나아가 중국 해사국은 1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남중국해 4개 해역과 그 접속수역에서 2~6일 군사훈련을 할 것”이라며 “선박들은 해당 해역에 진입하지 말라”고 공지했다. 훈련 일정은 펠로시 의장의 아시아 순방 일정(1~5일)과 정확히 일치한다. 펠로시 의장을 향해 대만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말라는 군사적 경고나 다름없다.

미국도 중국에 맞서 초강경 대응 태세에 돌입했다. 미군 기지가 있는 일본 오키나와 지역 신문 류큐신포에 따르면 주일 미군에 소속되지 않은 공중급유기와 항공모함 함재 수송기 등 미 군용기 10여 대가 지난달 30일 오키나와 미군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신문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계획으로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미중 간 무력 충돌 위기가 단순히 ‘가능성’으로만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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