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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좌파 정권의 짧은 허니문... "잘먹고 잘살게 해준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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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좌파 정권의 짧은 허니문... "잘먹고 잘살게 해준다더니"

입력
2022.08.01 19: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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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중남미 좌파 정부, 도전에 직면"
중남미 정치지형 2018년 이후 좌클릭
고물가로 부패 등의 문제로 민심 다시 실망

지난달 28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시민들이 정부의 경제정책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시민들이 정부의 경제정책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로이터 연합뉴스

오랜 불황과 고질적 불평등에 시달리던 유권자에게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며 화려하게 등장한 중남미 주요국 좌파 정권이 흔들리고 있다. 치솟는 물가에 먹고사는 문제가 더 어려워지자 ‘좌파 정권은 다를 것’이라는 국민들의 기대감이 빠르게 무너진 탓이다.

민심은 들끓고 곳곳에서 시위가 이어지면서 집권 초기 으레 이어지던 '허니문'은커녕 일부 국가는 당장 정권을 유지하기도 어려운 위기에 몰렸다.

중남미 주요 6대국 ‘좌클릭’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 핑크 타이드(좌파 득세)가 몰아친 중남미 국가 집권 세력들이 커지는 국민 불신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NYT는 “가난한 사람을 돕겠다며 승리를 쟁취한 좌파 정부들이 유권자의 높은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과 고물가 등 유권자 삶을 어렵게 하는 상황이 닥치면서 큰 시련에 봉착해 있다”고 지적했다.

중남미 정치 지형은 왼쪽으로 확연히 기울어진 상태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우파 정권이 득세했지만 2018년 12월 멕시코를 시작으로 △아르헨티나(2019년 12월) △페루(2021년 7월) △칠레(2022년 3월) 등에서 줄줄이 좌파 정부가 탄생했다.

6월에는 중남미 대표 친미 보수 국가 콜롬비아에서조차 처음으로 게릴라 출신 경제학자가 이끄는 진보 정권이 탄생했다. 오는 10월 예정된 브라질 대선에서도 2000년대 초 남미 좌파 물결을 이끌었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실바 전 대통령의 복귀가 유력하게 점쳐진다. 중남미 6대 주요국 모두 ‘좌클릭’하는 셈이다.

지난달 29일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사회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실바 전 대통령의 모습이 브라질 국기 뒤로 보이고 있다. 오는 10월로 예정된 대선에서 그의 당선이 유력하다고 점쳐진다. 브라질리아=AP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사회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실바 전 대통령의 모습이 브라질 국기 뒤로 보이고 있다. 오는 10월로 예정된 대선에서 그의 당선이 유력하다고 점쳐진다. 브라질리아=AP 연합뉴스

중남미에 핑크 타이드 물결이 확산한 것은, 기존 우파 정권의 경제 실정에 유권자들이 마음을 돌렸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취약했던 남미 경제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고, 2020년 이후 남미에선 한 해 약 1,200만 명이 중산층에서 밀려난 것으로 추산된다. 빈곤율도 40%를 넘었고 실업률과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역시 두 자릿수로 치솟았다.

좌파 세력은 이 틈을 파고들었다. 각국 좌파 후보들은 △사회안전망 확대 △빈부격차 개선 △빈자 권리 옹호 등을 핵심으로 한 정책 실현을 약속하며 민심을 모았다. 우파에 대한 실망과 변화에 대한 열망이 중남미에 좌파 정권이 속속 등장한 배경인 셈이다.

중남미 ‘퍼펙트스톰’ 닥치나

그러나 현재 좌파 정부를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데 대한 실망이 가장 크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인플레이션은 주민들의 삶을 더욱 팍팍하게 만들었다.

칠레에서는 4개월 전 취임한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 지지율이 30% 밑으로 내려앉았다. 11%를 웃돈 물가 상승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탓이다. 취임 100일을 갓 넘긴 대통령은 이렇다 할 ‘허니문’도 즐기지 못한 채 연일 떨어지는 지지율만 바라보는 실정이다.

지난달 28일 페루 리마의 의회 밖에서 시민들이 '카스티요 대통령 퇴진'이라고 적힌 포스터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리마=AP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페루 리마의 의회 밖에서 시민들이 '카스티요 대통령 퇴진'이라고 적힌 포스터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리마=AP 연합뉴스

반정부 시위와 파업도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아르헨티나와 페루에서는 연일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농부들은 비룟값 상승에 항의하며 식량 생산 거부에 나섰고 트럭 운전사들은 경유 가격 급등을 문제 삼으며 도로를 점거했다. 아르헨티나 물가는 지난 5월 연 물가상승률이 60% 넘게 폭등하는 등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페루 역시 24년 만에 최고 수준인 8%대 물가 상승을 보였다.

기존 우파 정권과 다를 바 없는 모습에 대한 불신도 적지 않다. 취임 1년을 맞은 페드로 카스티요 페루 대통령은 측근 부정부패로 벌써 두 차례 탄핵 시도에 직면하며 사실상 ‘정치적 사망’ 상태에 빠졌다.

신시아 안슨 우드로윌슨센터 선임연구원은 “이를 (좌파 정권) 종말이라고까진 말할 수 없다”면서도 “중남미 지역에 커다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위기)’처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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