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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총 들고 수업하면 총기사고 막는다?... 미국의 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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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총 들고 수업하면 총기사고 막는다?... 미국의 역행

입력
2022.08.01 20:3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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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새 총격 참사 잇따르며 분위기 달라져
총기협회·공화당 영향으로 법적 규제 완화
"경찰도 못 막는 참사, 교직원이 막을 수 있나"
총기 휴대 허용이 사고 가능성 키울 위험도

지난 5월 24일 미국 텍사스주(州) 유밸디 롭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현장에 출동한 연방·주 정부 소속 무장 요원들이 교내 복도를 돌아다니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경찰은 총격이 시작된 지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교실에 들어가 총격범 샐버도어 라모스(18)를 사살한 건 도착한 지 74분이 더 지나서였다. 유밸디=AP 연합뉴스

지난 5월 24일 미국 텍사스주(州) 유밸디 롭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현장에 출동한 연방·주 정부 소속 무장 요원들이 교내 복도를 돌아다니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경찰은 총격이 시작된 지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교실에 들어가 총격범 샐버도어 라모스(18)를 사살한 건 도착한 지 74분이 더 지나서였다. 유밸디=AP 연합뉴스

교사가 학교 근무 중에 총기를 소지해야 한다는 '교사 무장론'이 미국에서 힘을 얻고 있다. 21명을 숨지게 한 올해 5월 텍사스주(州) 유밸디의 롭 초등학교 참사를 비롯해 미국의 교내 총기 난사 사건이 끊이지 않는 데 따른 것이다.

총격범을 빨리 제압해 사상자를 줄이려면 현장에 있는 교직원이 무장하고 있어야 한다는 게 핵심 이유다. 총기 규제를 강화하는 대신 '맞무장'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으로, 총기협회의 위험천만한 논리를 답습한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총기협회 "총을 쥔 악당 막을 건 총을 쥔 선한 사람뿐"

지난달 23일 미국 뉴욕주(州) 퀸스에서 사격장을 운영하는 존 델코아가 직접 사격 시범을 보이고 있다. 퀸스=AFP 연합뉴스

지난달 23일 미국 뉴욕주(州) 퀸스에서 사격장을 운영하는 존 델코아가 직접 사격 시범을 보이고 있다. 퀸스=AFP 연합뉴스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교내 총격 사건 5건 중 4건이 최근 10년 새 발생했다. 이에 따라 교직원 총기 소지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18년 17명이 숨진 플로리다주 파크랜드 고교 총격 사건은 교직원 무장의 법적 제한을 해제하는 분기점이 됐다. 현재 전체 50개 주 가운데 29곳 이상이 경찰과 보안 직원이 아닌 교직원의 교내 총기 휴대를 허용한다. 오하이오주는 유밸디 참사 이후 교직원의 총기 휴대를 위해 필요한 의무 교육 시간을 700시간에서 24시간으로 대폭 줄였다.

이는 미국의 최대 총기 옹호 단체 전미총기협회(NRA)의 주장인 "총을 쥔 악당을 막을 수 있는 건 총을 쥔 선한 사람뿐"과 같은 맥락이다. NRA의 주요 로비 대상인 공화당은 총기 참사가 벌어질 때마다 "규제 대신 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유밸디 참사 이후 켄 팩스턴 텍사스주 법무장관은 "총기 규제 강화법을 총격범들은 어차피 따르지 않는다"며 "준법 시민들이 무장하고 훈련을 받아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낫다"고 했다.

'교직원 무장' 총격 참사 예방한다는 근거 없어

지난달 11일 미국 뉴욕주(州) 브루클린에서 총기 규제 법안 촉구를 위해 이뤄진 '삶을 위한 행진'에서 시민들이 텍사스주 유밸디 총기 참사로 숨진 아이들을 기리는 십자가를 세워 놓았다. 올해 5월 24일 유밸디 롭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어린이 19명과 교사 2명이 숨졌다. 브루클린=AFP 연합뉴스

지난달 11일 미국 뉴욕주(州) 브루클린에서 총기 규제 법안 촉구를 위해 이뤄진 '삶을 위한 행진'에서 시민들이 텍사스주 유밸디 총기 참사로 숨진 아이들을 기리는 십자가를 세워 놓았다. 올해 5월 24일 유밸디 롭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어린이 19명과 교사 2명이 숨졌다. 브루클린=AFP 연합뉴스

그러나 교직원의 무장이 총기 참사 예방·대처에 유용하다는 근거는 없다. 전문 훈련을 받은 무장 경찰조차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미 워싱턴포스트(WP)가 1999~2018년 벌어진 225건의 교내 총격 사건을 분석한 결과 학교에 무장 경찰이 있었던 사건이 40%에 달했지만 참사를 막지 못했다. 경찰이 총격범에게 직접 총을 쏴 제압한 경우는 단 두 건뿐이었다.

교직원이 총기 교육을 날림으로 받는 것도 문제다. 일부 주에선 교직원 대상 총기 의무 교육 시간이 경찰보다 짧다. 오하이오주 경찰은 최소 700시간의 훈련을 받지만, 교직원은 24시간만 받으면 된다. 플로리다주에서도 경찰은 최소 770시간의 총기 훈련을 받는 반면 스와니카운티 교직원은 144시간의 교육만 마치면 총기를 휴대할 수 있다. 스콧 디마우로 오하이오교육협회 회장은 "훈련받은 경찰력도 (총기 사고를) 막지 못하는데, 교직원들은 어떻겠느냐"고 했다.

기 사고 방지를 명목으로 교직원의 총기 휴대를 광범위하게 허용하는 것이 오히려 학생들이 총에 맞을 확률을 키운다는 지적도 있다. 2018년 3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학교 총격 참사 대응책으로 '교직원 무장'을 제시한 지 이틀 만에 두 건의 교내 오발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총기 반대 단체 '맘스 디맨드 액션(Moms Demand Action)'의 섀넌 와츠 대표는 "교직원의 무장은 총이 잘못된 사람의 손에 들어가거나 실수로 발사될 위험만 키운다"며 "아이들을 안전하게 만드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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