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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불장군' 훈센의 미얀마 사태 방관, 더 이상 안 된다

입력
2022.08.02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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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 쿠데타 발발 1년 6개월
아세안 의장 훈센 독주로 혼란 가중
국제사회, 지금이라도 압박 나서야

지난 1월 7일 훈센(왼쪽) 캄보디아 총리가 미얀마 수도 네피도를 방문해 군부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과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프놈펜포스트 캡처

지난 1월 7일 훈센(왼쪽) 캄보디아 총리가 미얀마 수도 네피도를 방문해 군부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과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프놈펜포스트 캡처

훈센 총리의 캄보디아가 올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의장국을 처음 맡았을 때 제기된 우려는 기우가 아니었다. 훈센 총리는 무려 37년째 독재정치를 이어가며 국내외 비판에 귀를 닫아왔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미얀마 쿠데타 사태에 대해서도 회원국들의 의견을 철저히 무시하고 '마이웨이'만 고수하고 있다.

의장국 캄보디아의 행보는 고집불통 그 자체다. 아세안 정상들은 "모든 현지 정치세력과 아세안 특사와의 대화를 허가하는 등 5개 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면 군부를 아세안에서 배제한다"고 지난해 4월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캄보디아 역시 동의했다.

훈센 총리는 의장이 된 올해 1월 합의를 일방적으로 뒤집었다. "미얀마 군부는 내가 제일 잘 안다"고 허풍을 떨더니 미얀마를 방문해 군부 수장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과 독대를 하고야 말았다. 아세안의 일치된 노력이 물거품이 된 순간이었다.

훈센 총리는 회원국들의 거센 반발에도 독자 행보를 이어갔다. 그는 캄보디아 외교장관을 아세안 특사로 지명, 올해 3월과 6월 흘라잉 사령관을 만나게 했다. 지난 6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열린 제16회 아세안 국방장관 회의에는 미얀마 군정 국방장관까지 참석시켰다.

독불장군식 외교 성과는 처참하다. 지난달 말 미얀마 군부는 훈센 총리의 형식적인 중단 요청을 무시하고 민주 인사 4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 당연히 비판이 쏟아졌다. 훈센의 비호 때문에 미얀마 군부가 더 막 나가고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다행히도 훈센 총리와 미얀마 군부를 막을 기회는 남아 있다. 이달 3일과 5일 프놈펜에서 열리는 미국·아세안 외교장관 회의, 5일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SRF) 관계장관 회의가 그것이다. 마침 이번 행사에는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 핵심 인사들이 대거 참가한다. 이들이 한목소리를 내긴 어렵겠지만, "아세안을 중심으로 한 사태 해결'만 강조해도 '훈센 리스크'는 어느 정도 상쇄될 수 있다.

지난 1일로 미얀마 쿠데타가 발발한 지 정확히 1년 6개월이 흘렀다. 국제사회는 더 늦기 전에 미얀마 민주화의 봄을 앞당기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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