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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케어' 지우기

입력
2022.08.01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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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노총·민주노총·무상의료운동본부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지난달 여의도 국회 앞에서 건강보험 정부지원법 개정과 지원 확대를 촉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노총·민주노총·무상의료운동본부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지난달 여의도 국회 앞에서 건강보험 정부지원법 개정과 지원 확대를 촉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이 지난주 공개한 건강보험 재정관리 실태 보고서에는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에 강한 경고가 담겼다. 감사원은 급속한 고령화라는 인구구조적 요인에, 가입자들의 재정 감시가 어려운 제도적 요인, 허술한 재정추계라는 관리부실 요인을 두루 짚는다.

□ 보고서에는 ‘문재인 케어’라는 표현 한 줄 없었는데도 언론의 포화는 문재인 케어 비난에 집중됐다. 그러나 감사원 지적 중 이와 연관 있는 건 지난 5년 사이 자기공명검사(MRI)나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의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면서 들어가는 추가재정을 가입자 대표들에게 알리지 않는다거나, 급여 확대에 따라 의료계에 지불한 손실보상을 과다추계했다는 지적 정도다. ‘의학적으로 필요한 모든 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한다’는 문재인 케어의 목적 자체가 아니라 운용상 허점을 꼬집은 것이다.

□ 건보 보장성 강화 정책은 특정 정부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문재인 케어 역시 중증질환 특례(참여정부), 선택진료비ㆍ간병비ㆍ상급병실료 건보 적용(박근혜 정부) 등을 이어받은 것이다. 심지어 MB정부도 보장성을 80%까지 높이겠다고 약속했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보장성 강화를 긍정적으로 본 응답이 94%였다. 감사원 감사결과 발표로 60%대 중반인 건보 보장률을 70%까지 높이겠다는 건보 보장성 강화정책은 더 이상 힘 받기 어렵게 됐다.

□ 실제로 윤석열 정부는 2000년대 이후 집권한 정부 처음으로 건보 보장성 강화를 공약하지 않았다. 대신 약품비 지원 적정화, 지출효율화 등을 내놓았다. 제도 본연의 목적 달성보다는 재정안정을 앞자리에 놓은 셈이다. 건강보험 재정안정을 시대적 과제라 여긴다면 새 정부는, 감사원이 강력하게 권고한 획기적 수단을 강구하기 바란다. 과잉의료를 양산하는 현재의 행위별수가제(개별의료행위 하나하나를 보상하는 제도) 대신 전체 의료비를 의료계와 협상해 미리 정해놓는 총액계약제나 포괄수가제 같은 ‘묶음방식’ 지불제도 도입이 그 방법일 터다. 어설픈 문재인 케어 지우기보다 훨씬 큰 박수갈채를 받을 것이다.

이왕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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