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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밖에서도 원숭이두창 사망자… 백신 '빈부격차' 또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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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밖에서도 원숭이두창 사망자… 백신 '빈부격차' 또 올라

입력
2022.07.31 23: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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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대륙 외 사망은 발병 후 처음
백신 공급은 턱없이 부족
선진국 백신 확보 경쟁에 빈국 또 밀릴 우려

1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조속한 원숭이두창 백신 공급을 촉구하는 시위대의 항의 문구가 적혀 있다. 샌프란시스코=AP 연합뉴스

1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조속한 원숭이두창 백신 공급을 촉구하는 시위대의 항의 문구가 적혀 있다. 샌프란시스코=AP 연합뉴스

유럽과 남미에서 원숭이두창으로 목숨을 잃은 사례가 잇따라 나왔다. 아프리카 바깥에서 새 감염병이 고개를 든 이후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非)아프리카 지역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자 부유한 국가들이 백신 확보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자칫 코로나19 당시 불거졌던 국가 간 백신 ‘부익부 빈익빈’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스페인·브라질서 3명 숨져

스페인 보건부는 30일(현지시간) 두 번째 원숭이두창 사망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전날 첫 사망 사례를 공식 확인한 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또 한 명의 희생자가 추가됐다. 당국은 두 사망자 모두 젊은 남성으로, 역학조사를 통해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브라질 보건당국 역시 전날 원숭이두창에 걸려 입원 치료를 받던 41세 남성이 패혈증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림프종으로 면역체계가 손상된 환자였다. 세 명 모두 원숭이두창이 직접적 사망 원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5월 초 비아프리카 지역에서 확진자가 처음 확인된 이후 석 달 만에 사망자가 처음으로 나타나면서 각국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확산세도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아프리카를 제외한 78개국에서 1만8,000명 이상 확진됐다. 6월 말 전체 감염자 수가 3,000여 명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한 달 사이 6배나 늘어난 셈이다. 미국 뉴욕주(州)와 뉴욕시는 이날 자체적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30일 영국 런던 중심가의 한 병원에 원숭이두창 백신을 접종하려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30일 영국 런던 중심가의 한 병원에 원숭이두창 백신을 접종하려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공급 부진에 ‘백신 절벽’ 오나

사망자 발생에 각국의 백신 확보 움직임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미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허가받은 원숭이두창 백신 공급업체 ‘바바리안 노르딕’으로부터 55만 명 분량의 백신을 추가 확보하기로 한 상태다. 그러나 실제 백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접종을 완료하기까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미 보건당국이 원숭이두창 위험 집단으로 보고 백신 접종을 촉구한 성소수자 남성은 160만 명이다. 정부가 확보한 55만 명 물량으로는 전체 3분의 1만 접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100만 명 넘는 나머지 고위험군은 수개월간 백신을 구하지 못할 수 있다.

게다가 글로벌 백신 수요가 늘면서 해당 물량조차 빠른 확보를 장담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수십 개 국가로부터 주문이 들어오면서 바바리안 노르딕은 생산라인을 주 7일, 하루 24시간 풀 가동하는 방법을 살펴보고 있다”며 “이런 노력에도 공급은 부족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감염병 확산 속도에 비해 생산이 지지부진한 탓에, 백신 부족 상태가 미 전역을 덮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워싱턴포스트는 “10월쯤이면 ‘백신 절벽’ 상태가 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공개한 콩고민주공화국 원숭이두창 감염자의 손등 모습. 수십 개의 수포가 발생해 있다. CDC 제공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공개한 콩고민주공화국 원숭이두창 감염자의 손등 모습. 수십 개의 수포가 발생해 있다. CDC 제공


“코로나 당시 실수 반복”

더 큰 문제는 원숭이두창이 풍토병으로 자리 잡은 아프리카 지역이다. AP통신은 나이지리아와 콩고 등에서 5월 이후 약 75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같은 기간 아프리카 이외 지역 사망자(3명)보다 25배나 많다. 과거 중앙아프리카에서는 원숭이두창 확진자 중 10%가 숨진 사례도 있었다. 치명률이 높다기보단, 현지 의료환경이 열악하고 감염을 예방할 백신도 부족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각국의 ‘백신 확보전’은 아프리카 원숭이두창 대응을 더욱 악화시킬 전망이다. 부유한 국가들이 구매에 뛰어들면서 당장 백신이 절실하지만 가난한 국가들은 경쟁에서 밀리게 된 탓이다. 코로나19 당시 선진국 ‘백신 싹쓸이’로 빈국 접종률이 크게 뒤처졌던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미국 에모리대 의대 조교수 보구마 카비센 티탄지 박사는 “코로나19 기간 우리가 봤던 실수가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며 “아프리카 국가들은 원숭이두창 대응을 위한 세계적 대화에서 각주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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