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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순신? 역시 이순신!...'한산' 김한민 "냉철한 전략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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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순신? 역시 이순신!...'한산' 김한민 "냉철한 전략가로"

입력
2022.08.01 04: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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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한산: 용의 출현' 200만 관객 돌파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 장군처럼 바른 안목과 바른 판단을 지닌 인물이 우리 시대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 장군처럼 바른 안목과 바른 판단을 지닌 인물이 우리 시대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전작 ‘명량’(2014)은 1,761만 명을 극장으로 불렀다. 역대 최고 관객 수치다. 전무후무라는 수식이 안성맞춤인 흥행 성과다. ‘명량’의 김한민 감독은 8년이 지난 지난달 27일 후속작을 내놓았다. ‘한산: 용의 출현’이다. 270억 원을 들여 1592년 이순신 장군이 왜장 와키자카 야스하루와 맞서 싸운 한산대첩을 그렸다.

“또 이순신이냐”는 차가운 시선이 있으나 해전의 스펙터클을 온전히 구현했다는 평이 대세다. 개봉 닷새만인 31일 관객 200만명을 돌파해 초반 흥행은 나쁘지 않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 감독은 “코로나19 확산이 좀 우려된다”며 “여름 시장이 더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명량’에서 최민식이 연기했던 이순신 장군을 박해일이 맡았다. 김 감독의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2007)과 ‘최종병기 활’(2011)에서 주연으로 활약했던 배우다. 김 감독과는 “등산 같이 하고, 캐치볼도 하고 술을 함께 마시기도 하는” 사이다. 김 감독은 박해일을 통해 ‘명량’과 달리 “지장이면서 냉철한 전략적 사고를 지닌, 젊은 선비 이순신을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명량’은 이순신 장군이 남은 배 12척만으로 뜨거운 역전승을 거둔 내용이라면 ‘한산’은 함대와 함대의 지략과 전술이 맞붙은 전투를 담는다”고 비교했다. 해전의 양상이 다르고 이순신의 처지가 같지 않으니 다른 인상의 배우가 필요했다는 얘기다.

촬영을 이미 마친 ‘노량: 죽음의 바다’(‘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 편)는 김윤석이 이순신 장군으로 변신한다. 김 감독은 “세 영화 속 해전마다 특색이 있고 연출이 달라지게 마련”이라며 “정말 운 좋게 각 영화 속 이순신 장군에 어울리는 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고 자부했다.

이순신 장군과 대척점에 선 와키자카 역은 “뭐든 물고 늘어지는 저돌적인” 변요한에게 맡겼다. ‘명량’에선 조진웅이 연기했던 인물이다. 김 감독은 “복싱을 했던 이탈리아 유명 축구선수 크리스티안 비에리처럼 위협적인 몸이 필요”했다. 변요한은 “제가 비에리가 돼 보겠다”고 말하더니 체중을 15㎏이나 불렸다.

'한산: 용의 출현'에선 박해일이 이순신 장군을 연기했다. '노량: 죽음의 바다'에선 김윤석이 이순신 장군 역할을 맡았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한산: 용의 출현'에선 박해일이 이순신 장군을 연기했다. '노량: 죽음의 바다'에선 김윤석이 이순신 장군 역할을 맡았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한산’은 해전이 영화의 주요 볼거리이나 물 위가 아닌 지상에서 찍었다.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강릉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을 통째로 빌려 촬영했다. “바다에서 촬영하면 위험한 데다 악천후로 일정이 엉망진창이 될 수 있어서”였다. ‘한산’ 직후 있을 ‘노량’ 촬영을 감안해야 하기도 했다. “낮과 밤 장면용 조명을 곧바로 교체할 수 있는 등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시스템이 필요”하기도 했다. 판옥선과 거북선, 왜선 등 여러 배 모형이 들어갈 수 있는 3,000평 규모 공간이 마땅치 않았다. 오랜 수소문 끝에 안착한 곳이 강릉이었다. 세계 해전사에 굵은 글씨로 새겨진 한산해전과 노량해전이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에서 재현됐다.

‘한산’에서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을 “의와 불의의 싸움”이라고 표현한다. 왜란에 대한 김 감독의 인식이 담긴 대사다. 김 감독은 “조선인들은 왜를 불의한 도적이라고 판단했고 그래서 백성들이 의병으로 나서서 많은 전과를 올렸다”고 봤다. 그는 “임진왜란을 조일전쟁이라 표현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쟁이라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감독이 이순신 장군을 10년 시간을 들여 3부작으로 스크린에 묘사해온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다. “조선은 의를 매우 중시했습니다. 의는 근현대사까지 이어져오고 있고 우리가 지키고 존중해야 할 덕목입니다. 왜란 당시 의의 정점에는 이순신 장군이 있었습니다. 문인 아닌 무인 이순신이 조선 성리학 500년의 화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명량’을 기획한 2010년 이후 12년 동안 이순신과 함께 살았다. 김 감독은 “SF물과 다른 사극을 함께 구상해 와 (이순신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고 했다. 그는 역사물을 더 만들 기회가 있다면 “대한제국을 들여다보고 재평가하고 싶다”고 했다. “왜 3ㆍ1운동 때 사람들은 조선이 아닌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냐”는 의문이 들어서다. “정글 같은 제국주의 시대 조선이 대한제국으로 변모해가는 모습을 영화든 드라마든 제대로 다뤄보고 싶어요.”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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