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원주민 어린이 학살에 사과 "악행 용서를"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임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교황청 관영 매체인 바티칸뉴스에 따르면 교황은 30일(현지시간) 6박 7일간의 캐나다 방문을 마치고 바티칸시국으로 돌아오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고령에 (무릎 문제 등)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교회에 봉사하려면 조금 자제해야 한다"며 "한편으로는 물러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임의) 문은 열려있다. 일반적인 선택지 가운데 하나"라고 부연했다.
교황은 "오늘까지는 이 문을 사용하지 않았고, 그 가능성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면서도 "하지만 모레에도 그것을 생각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다소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올해로 85세인 교황이 공개석상에서 '사임'을 입에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2일 멕시코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당장 사임할 계획은 없으나 그럴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밝혔다. 사임 뒤엔 모국인 아르헨티나로 돌아가지 않고 '로마의 명예 주교'로 남을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이번에도 그는 당장 사임할 생각은 없다고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해외 사목 방문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함께 피력했다. 교황의 이번 캐나다 방문은 2019년 11월 태국·일본 등 아시아 순방 이후 최장 거리 여정이었다. 무릎 통증으로 교황은 방문 기간 내내 휠체어에 의지해 일정을 소화했다. 교황 주치의는 수술을 권유하고 있으나 교황은 수술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여름 결장 협착증 수술 시 마취의 후유증이 아직 남아있는 탓으로 보인다.
한편 교황은 캐나다 방문의 직접적 계기가 된 이누이트족 등 원주민 어린이를 강제로 입학시킨 기숙학교 사태를 "집단 학살"이라고 규정하며 재차 참회의 심경을 전했다. 캐나다에서는 작년 5월부터 원주민 기숙학교 부지 3곳에서 1,200구 이상의 원주민 아동 유해가 발견돼 큰 충격을 줬다. 이들 기숙학교는 19세기 초반 캐나다 정부가 원주민들을 백인 사회에 동화시키고자 세워졌다. 대부분 가톨릭교회가 위탁 운영했던 이곳에선 폭력, 인권 유린, 성적 학대가 벌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교황은 지난 4월 바티칸에서 캐나다 원주민 대표를 만나 사죄한 데 이어 이번에는 직접 캐나다로 날아와 고개를 숙였다. 25일 앨버타주 매스쿼치스의 기숙학교 부지를 찾아 공식 사과한 교황은 캐나다 방문 마지막 일정으로 캐나다 최북단 북극지역의 누나부트준주 이칼루이트를 방문해 "이곳에서 천주교인이 저지른 악행에 대해 얼마나 죄송한지 말씀드리고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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