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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니에르병, 20분 이상 어지럼증ㆍ청력 감소ㆍ이명 일으켜

입력
2022.08.01 18:5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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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묻는다] 김성헌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김성헌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갑자기 극심한 어지럼증이 20분 이상 발생하면 귓속 전정기관(평형기관)에 문제가 발생한 메니에르병일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다"고 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김성헌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갑자기 극심한 어지럼증이 20분 이상 발생하면 귓속 전정기관(평형기관)에 문제가 발생한 메니에르병일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다"고 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메니에르병은 극심한 어지럼증이 갑자기 발생, 20분에서 수시간 동안 지속돼 일상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로 고통을 주는 질환이다. 너무 어지러워 ‘어지럼 발작’이라고도 부른다. 환자의 75% 정도는 한쪽 귀에서만 발생하지만 나머지 25%는 양쪽 귀에 생긴다. 이 병을 처음 보고한 프랑스 의사 이름을 딴 메니에르병은 10만 명당 45~200명 정도 나타나지만 병을 모르고 지내는 사람이 적지 않다. 메니에르병은 특히 여름처럼 습도가 높은 계절에 많이 발생한다.

김성헌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메니에르병 환자의 80% 정도는 약물 치료, 생활습관 개선 등으로 병을 조절하며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면서도 “치료 경과가 좋더라도 컨디션이 나빠지면 어지럼 발작이 재발하고 청력이 떨어질 수 있기에 1년에 한 번 꼭 청력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니에르병은 어떤 증상이 생기나.

“크게 3가지 증상이 나타난다. 우선 세상이 빙빙 도는 것 같은 회전성 어지럼증이 최소한 2번 이상 반복 발생한다. 어지럼 발작이 한 번 생기면 20분 이상 지속된다. 또 청력 감소ㆍ이명 발생 등 먹먹한 느낌이 동반된다. 마지막으로 어지럼증과 청력 감소도 발생해 어지럼 발작이 나타나면 청력이 뚝 떨어졌다가 발작이 끝나면 청력이 어느 정도 회복된다. 하지만 어지럼 발작 때마다 청력 감소와 회복이 반복되면서 청력이 서서히 저하된다.

어지럼 발작이 생기면 주로 저음에서 중음 청각이 떨어지다가 병이 만성화되면서 고음 청각도 점점 저하된다. 진단은 병력 청취와 청력 검사만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병을 오래 앓을수록 청력과 평형 기능이 저하되므로 환자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치료 계획을 세우려면 평형 기능 검사, 혈액검사 등을 따로 시행한다.”

-메니에르병이 생기는 원인은.

“귀는 바깥쪽부터 외이, 중이, 내이로 구분된다. 내이에는 청각을 담당하는 달팽이관과 전정기관(前庭器管ㆍ평형 감각을 맡고 있는 둥근주머니ㆍ타원주머니ㆍ반고리관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 있다.

달팽이관과 전정기관 내부는 내림프액이 채우고 있다. 일정하게 유지해야 되는 내림프액이 늘어나 달팽이관과 전정기관이 붓게 되면 메니에르병으로 이어진다. 내림프액이 많아지는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자가면역질환이나 유전, 염증 반응, 알레르기 등 다양한 요인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어지럼을 일으키는 다른 병도 많다. 귓속 평형 감각을 담당하는 전정기관 문제로 발생하는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메니에르병 외에 이석증, 전정신경염이 있다. 급성 어지럼증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이석증은 어지럼증이 주로 눕거나, 누웠다가 일어나거나, 누워서 고개를 돌리는 등 머리를 특정하게 움직일 때 나타나며, 가만히 있으면 금방 가라앉는다. 물리치료로 이석(耳石)을 제자리에 돌리면 쉽게 치료되지만 30% 정도가 재발한다.

전정신경염은 한쪽 전정기관이나 전정신경에 염증이 생겨 평형 기능이 없어지는 질환이다. 갑자기 심하게 어지럽고 증상이 며칠간 계속되지만 청각 이상 증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단기간 약물로 증상을 완화한 뒤 전정 재활 치료를 시행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심각한 뇌질환으로 어지럼증이 발생하기도 해 반드시 전문의 진단을 받도록 한다.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상황과 지속 시간, 동반 증상 등을 기록하면 진단ㆍ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

-메니에르병은 어떻게 치료하나.

“발병 초기일수록 발작 강도가 심하고 치료하지 않아도 15~20년 정도 지나면 발작이 상당히 약해진다. 극심한 발작이 반복되면서 평형기관이 조금씩 망가져 발작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어지럼 발작을 줄여 환자 고통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

가장 기본적인 치료는 약물이다. 어지럼 발작이 일어나면 어지럼증ㆍ구토ㆍ구역 등을 완화하기 위해 전정 기능 억제제ㆍ항구토제 등을 사용한다. 약을 삼킬 수조차 없을 정도로 구토가 심한 환자는 주사를 맞는 방법도 있다. 만성기에는 어지럼증 재발을 막기 위해 베타히스틴과 이뇨제 등을 처방한다.”

-약물 치료로도 효과가 없다면.

“고막을 통해 주사기로 귀 안쪽에 스테로이드를 넣어주는 ‘스테로이드 주입술’을 시행할 수 있다. 내림프액을 줄여 귓속 압력을 낮추는 ‘내림프낭 감압술’이나 고막 안쪽에 젠타마이신이라는 약물을 넣어주는 ‘화학적 미로절제술’도 있다.

치료해도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어지럽다면 ‘전정신경 절제술’ 또는 ‘(물리적) 미로절제술’을 고려한다. 전정신경 절제술은 신경을 잘라 전정기관(평형기관)이 감지하는 어지럼증을 뇌로 전달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다. 미로절제술은 전정기관 자체를 없애는 수술이다. 약물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라고 해도 스테로이드 주입술이나 화학적 미로절제술 등으로 대부분 증상이 완화돼 전정신경 절제술이나 미로절제술을 받는 환자는 아주 적다.

메니에르병은 과로ㆍ스트레스를 피하고, 숙면을 취하는 게 중요하다.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몸이 피곤할수록 어지럼 발작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저염식과 수분 섭취도 필요하다. 음식을 짜게 먹으면 내림프액이 많아져 병이 악화하기 때문이다. 술ㆍ담배ㆍ카페인 등도 삼가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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