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비 인기·마초 문화 고려하면 '이례적'
일부 선수 반발해 경기 출장 포기하기도
"소외되거나 차별받는 사람들을 포용하기 위해 유니폼에 무지개색을 사용했습니다. 우리 유니폼은 다양성과 포용을 상징합니다."
호주 내셔널 럭비 리그(NRL) 팀 '맨리 와린가 시 이글스(Manly Warringah Sea Eagles)'의 데스 해슬러 감독은 26일(현지시간) 팀 유니폼 '함께하는 리그(Everyone in League)'를 새롭게 공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해당 유니폼의 목 부분과 가슴팍, 팔뚝 소매 등 곳곳에는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줄무늬가 새겨져 있다. 팀 차원에서 성소수자 권리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이다. 선수들은 이 유니폼을 입고 이글스팀의 NRL 결승 진출을 결정하는 시합에 나선다.
시 이글스의 '무지개 유니폼'은 호주 내 럭비의 위상과 스포츠계 마초 문화를 고려하면 이례적 결정이다. 럭비는 호주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3대 스포츠에 속하고, NRL은 세계 최고의 프리미어 럭비 리그로 꼽힌다. 아울러 상대방을 내동댕이치고 내달린 뒤 바닥에 공을 찍어 득점하는 럭비는 '마초 문화'가 비교적 강하다.
이 때문에 반발도 만만치 않다. 특히 구단 측이 선수들과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으면서 유니폼 착용을 거부하는 선수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시 이글스 선수 중 7명이 해당 유니폼 착용을 거부하고 시합 출전을 포기했다고 보도했다.
해슬러 감독은 "선수들과 협의를 거의 하지 않은 큰 실수를 했다"며 "우리 유니폼은 젠더, 인종, 문화, 능력, 성소수자 등의 권리를 옹호하고 인권을 지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유니폼을 입지 않기로 한 선수들의 결정을 받아들인다"면서도 "예정대로 남은 선수들은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 스포츠 문화에 짙게 깔린 성소수자 혐오 정서도 반발의 원인이다. 시 이글스의 전 선수이자 성소수자인 이안 로버츠는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 칼럼을 통해 "무지개 유니폼에 담겨 있는 의도가 좋다"며 "우리는 선택해서 성소수자가 된 게 아니고, 성소수자로 태어난 것"이라고 전했다. 호주 폭스스포츠의 워렌 스미스 해설위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2022년에 포용성과 다양성을 증진했다는 이유로 사과해야 한다니"라며 허탈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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