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쿠르드족 살상하는 튀르키예, 무엇이 두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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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쿠르드족 살상하는 튀르키예, 무엇이 두려운가

입력
2022.07.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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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 자치정부 중심도시 카미실리 인근에서 튀르키예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한 시리아민주군 여성 부사령관 지야 톨히단. 미국 중부사령부 트위터 제공

이달 22일 튀르키예(터키) 남부와 국경을 접한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 자치정부(AANES) 중심 도시 카미실리 인근에서 차량을 겨냥한 튀르키예의 무장 무인기(드론) 테러가 발생했다. 당시 차에 타고 있던 쿠르드족 주축 연합체 ‘시리아 민주군(SDF)’ 소속 여성 대원 3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AANES에 따르면 튀르키예는 올해 들어 무려 56번이나 드론 공격을 자행했고, 최근 닷새 동안에만 6차례 공격이 집중됐다.

사망자 중에는 SDF 부사령관이자 SDF 최정예 특공대인 ‘대(對)테러 부대(YAT)’ 사령관 지얀 톨히단도 있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소탕전에 뛰어든 SDF를 배후에서 지원했던 미국 중부사령부는 24일 트위터에서 “2017년 IS와의 전투가 최고조일 때부터 전장에서 군대를 지휘했던 SDF의 중요한 지도자였다”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SDF의 정치조직 ‘시리아 민주위원회(SDC)’ 일함 아흐마드 의장도 “용감한 세 여성은 IS로부터 아랍과 야지디(쿠르드계 소수민족) 여성들을 해방시키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며 “튀르키예는 IS를 대신해서 복수에 나선 것이냐”고 맹비난했다.

SDF 여성 대원들이 암살당한 즈음은 공교롭게도 쿠르드족이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 ‘독재 정권’에 맞서 자치를 선언한 지 10주년이 되는 시기였다. 시리아 내전이 서서히 격화하던 2012년 7월 북동부 쿠르드 지역 정당들의 연합체 ‘쿠르드연합위원회’는 아사드 정부군에 철수를 요구하고, 쿠르드 자치를 선포했다. 양측 간 별다른 무력 충돌은 없었다. 당시 아사드 정부군이 서부와 남부에서 반(反)아사드 무장단체들과의 교전에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1일 시리아 쿠르드족 여권운동 단체들이 쿠르드족 자치 10주년 기념으로 기획한 ‘여성혁명포럼’에서 쿠르드족 여성 전사들과 참석자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로자바정보센터 제공

진보적 의제들을 적극 수용한 시리아 쿠르드족의 자치 실험은 ‘로자바 혁명’이라 불린다. ‘로자바’는 북쪽으로 튀르키예와, 동족으로는 이라크와 국경을 맞댄, 시리아 북동부 지역을 지칭한다. 매주 ‘쿠르디스탄(쿠르드의 땅) 전문가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네덜란드 출신 쿠르드 전문기자 프레데리커 헤이르딩크는 로자바 혁명을 이렇게 평가했다.

“로자바 혁명은 10년 투쟁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를 낭만적으로 향수하기보다는 미래에 초점을 둔 혁명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종교적ㆍ종족적ㆍ언어적 다양성을 진실하게 존중하며, 엇보다도 여성 해방 의제를 혁명의 최전선에 배치했다. 가부장제 타파는 물론 민족국가 타파도 실험 중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튀르키예가 이들을 지독하게 신경 쓰는 것이다.

톨히단은 암살당하기 전날 ‘시리아 여성 평의회’와 ‘동북부 여성평의회’, 여성공동체 ‘제누비야 기구’ 등 여권 운동 단체들이 자치 10주년 기념으로 기획한 ‘여성 혁명포럼’에 패널로 참여했다. “시리아와 중동 그리고 전 세계 여성들과 함께 (로자바 혁명 10년을) 축하한다.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해 싸우다 산화한 이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날 포럼에서 그의 축하 발언은 결국 ‘유언 아닌 유언’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톨히단 사망 나흘 뒤인 26일에도 튀르키예는 아인 이사 인근 마을을 공격했고, 민간인 2명이 크게 다쳤다. 카미실리에 기반을 둔 싱크탱크 ‘로자바정보센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시리아 북동부에서 튀르키예의 드론 공습으로 55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부상했다. 사망자 절반에 가까운 26명이 민간인이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부터),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19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3자 회담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테헤란=AP 연합뉴스

튀르키예의 공격이 잇따르면서 전면적 침공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튀르키예는 SDF가 자국 내 쿠르드족 분리주의 세력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의 분파라고 주장하며 SDF를 뿌리뽑겠다고 그동안 수차례 위협해 왔다. 5월 24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르드족 무장단체로부터 튀르키예를 보호하기 위해 “이웃 국가 테러리스트들을 계속 제거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튀르키예 국가안보위원회도 “튀르키예 남부 국경 일대에서 벌이는 현재 그리고 미래의 군사작전은 튀르키예 안보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거들었다.

6월 1일에는 시리아 북부 도시 만비즈와 텔 리파트를 특정하면서 이들 지역에서 군사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곳에는 시리아 내전으로 고향을 떠난 피란민이 각각 9,800여 명과 10만 명가량 머물고 있다. 규모가 크든 작든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 그 즉시 심각한 인도주의 위기가 초래된다. 시리아 독립 언론 ‘노스 프레스 에이전시’의 최근 보도를 보면, 만비즈에선 이미 구호물자가 다 떨어져 피란민들이 생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도 6월 26일 이브라힘 칼린 튀르키예 대통령실 대변인은 “튀르키예는 시리아에서 군사작전을 개시하는 데 누구의 허가도 받을 필요가 없다”며 “하루아침에 쳐들어갈지도 모른다”고 또다시 엄포를 놨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달 19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러시아ㆍ튀르키예ㆍ이란 3국 정상회담’에서 시리아 동북부 지역 내 군사작전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머지 두 정상에게서 지지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시리아의 영토 주권은 중요하고 시리아에 대한 공격은 튀르키예는 물론 지역 전체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러시아와 이란은 시리아 아사드 정권을, 튀르키예는 반아사드 반군단체를 각각 지원하고 있다.

튀르키예가 지원하는 시리아 반군단체 병사들이 22일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 자치정부 관할 도시인 탈 리파트와 인접한 칼지브린 외곽 마을에서 군사 훈련을 하고 있다. 튀르키예 정부는 자국 보호를 위해 시리아 쿠르드족 군사조직을 겨냥한 군사작전에 나설 것이라며 위협하고 있다. 칼지브린=AFP 연합뉴스

튀르키예가 틈만 나면 시리아 침공을 벼르는 이유는 대략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러시아가 용병을 포함해 시리아에 배치된 자국 군대 일부를 우크라이나에 재배치할 가능성이 거론되는데, 그로 인해 생긴 힘의 공백을 차지하려는 속셈이다. 둘째, 시리아 북부에 완충지대를 만든 뒤 자국 내 시리아 난민을 이곳에 재정착시킨다는 명분을 내세워 골칫거리 난민을 국경 밖으로 몰아내려는 의도다. 셋째, 일부 중동 전문 매체들은 실제 시리아 북동부에서 PKK가 활동하고 있다는 첩보가 튀르키예를 자극한 한 원인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튀르키예는 시리아 북동부를 세 차례나 침공한 이력이 있다. 2016년 8월 튀르키예군이 시리아 국경을 넘어 알밥과 자라불스 등을 점령한 ‘유프라테스 방패 작전’, 2018년 1월 쿠르드족 도시 아프린을 장악한 ‘올리브 가지 작전’, 그리고 2019년 10월 완충지대 설치를 구실로 쳐들어간 ‘평화의 봄 작전’이다. 그때마다 SDF는 아사드 정권과 손을 잡았다. 튀르키예가 시리아 쿠르드족 영토를 침공한 행위는 곧 시리아 영토 침공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시리아 정부군에는 ‘주권 수호’라는 당연한 명분이 있다.

22일 미군 병사들이 튀르키예와 국경을 접한 시리아 북동부 카미실리 인근 마을을 순찰하고 있다. 카미실리=AFP 연합뉴스

튀르키예가 네 번째 침공을 위협하는 현재, SDF와 아사드 정권의 ‘전략적 동맹관계’는 러시아 중재에 힘입어 전례없는 수준으로 강화됐다. 예컨대 이달 15일 마즐룸 아브디 SDF 총사령관은 “러시아와 협상 이후 코바니와 만비즈 같은 쿠르드군 통제 지역에 시리아 정부군 보강 배치를 허용했다”고 말했다. 앞서 6월 초에는 “SDF는 정부군과의 협력에 열려 있다”고 강조하면서 “정부군은 시리아 영토 방어를 위해 방공 시스템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SDF가 주도한 IS 격퇴전에서 공군력을 지원해 온 미국이 튀르키예가 시리아를 침공하는 상황에서는 SDF의 군사동맹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상기시키는 발언이기도 하다. 미국과 튀르키예는 모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회원국이라 군사적 충돌을 피하는 탓이다.

아브디 총사령관은 “정부군과의 군사 협력에도 불구하고 아사드 정권이 북동부 자치에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고도 말했다. 어렵게 일군 ‘자치 10년’의 성과가 훼손되거나 침해당하지 않도록 경계하는 속내가 읽힌다. 아브디 총사령관은 러시아와 이란에도 튀르키예를 저지해 달라고 호소했고, 시리아 정부 역시 “튀르키예의 침공은 전쟁범죄이자 반인륜범죄로 간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리아 북동부에는 병력과 무기가 모여들고 있다. 시리아 국영 사나통신은 18일 “시리아 정부군이 튀르키예와 국경을 맞댄 코바니와 아인 이사에 보강 배치됐다”고 보도했다. 6월 초에는 텔 리파트와 주변 지역에 지원군을 파견했다. 튀르키예 또한 시리아 접경 지역으로 끊임없이 군대를 보내고 있다. 7월 한 달 동안에만 튀르키예군 호송대 행렬이 7차례나 목격된 것으로 알려졌다. 로자바정보센터는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탱크, 병력 수송차, 각종 무기와 탄약 등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중동에 또다시 화약 냄새가 짙어지고 있다.

이유경 국제분쟁전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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