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비상선언' 8월 3일 개봉
배우들만으로도 꿈의 프로젝트다. 칸영화제 남자배우상과 여자배우상을 각기 받은 송강호와 전도연이 나온다. 한류 스타 이병헌과 청춘 스타 임시완이 힘을 보탠다. 김남길 김소진 박해준의 이름들도 묵직하다. ‘관상’(2013)과 ‘더 킹’(2017) 등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마케팅비 등을 제외한 제작비만 260억 원이다. 영화는 지난해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받기도 했다. 다음 달 3일 개봉하는 ‘비상선언’은 여름 극장가 빅4로 함께 묶이는 ‘외계+인’ 1부와 ‘한산: 용의 출현’, ‘헌트’에 밀리지 않을 외형을 갖췄다.
‘비상선언’은 생물테러로 벌어진 항공재난을 그린다. 사이코패스로 여겨지는 진석(임시완)이 하와이 호놀룰루행 여객기에 테러를 가하면서 일어난 일들이 2시간 20분 동안 스크린에 펼쳐진다. 송강호는 지상에서 사건을 막으려고 분투하는 형사 인호를, 전도연은 국토교통부 장관 숙희를, 이병헌은 여객기 탑승객 재혁을 각기 연기했다. ‘비상선언’은 지난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극장에서 언론시사회를 열었다. 한국일보 대중문화 담당 기자 3명이 영화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고경석 기자(고)=“영화가 운이 없어 때를 잘 못 만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를 연상시키는 장면들이 나오니 영화를 마냥 즐길 수만은 없었다. 팬데믹 이전에 개봉했다면 스릴러 장르의 오락 영화로 여겼을 것 같은데 유사한 상황을 겪어서인지 공포 영화로 다가왔다. 의도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세월호 사고를 연상시키는 장면도 있어 온전히 즐기기 어려웠다.”
라제기 기자(라)=“아마 이 영화를 보면서 ‘코스크’ ‘턱스크’ 할 사람은 없을 듯하다. 다들 마스크를 제대로 쓰면서 보게 될 듯하다.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엄중한 현실을 상기시키니까. 지나치게 현실적이어서 의도치 않은 공포감이 생긴다. 하지만 이게 흥행에 악영향을 딱히 주지 않을 듯하다.”
송옥진 기자(송)=“코로나19로 더 재미있게 느끼거나 재미없게 볼 영화는 아닌 듯하다. 감독은 한국사회에 만연한 갈라치기, 집단 간 갈등, 관료주의 등을 다루려 한다. 전반부 1시간 정도는 블록버스터의 면면을 보여주며 재미가 있었지만, 후반부는 메시지와 감정이 과잉되는 느낌이었다. 이런 소재들이 좀 더 조화롭게 구성됐다면 코로나19라는 스크린 밖 현실이 영화를 좀 더 재미있게 보도록 했을 듯하다."
라=“이야기가 발단-전개-절정-절정-절정 방식으로 흐른다. 이제 결론에 이르겠다 싶으면 반전처럼 또 다른 절정을 만들어내려 한다. 그러다 갑작스레 마무리된다. 큰 고비 뒤 또 큰 고비가 있는 게 반복되니 후반부가 늘어지는 느낌이다. 전반부는 흡입력이 대단하다. 한국이 이제 영화를 이렇게 찍는구나 감탄하며 봤는데 후반부에선 재미가 급강하한다.”
고=“초반 이야기와 인물 구축 과정이 좋았다. 캐릭터들에 대해 설명을 많이 하지 않고도 관객들이 그들에 빠져들 수 있도록 이야기를 전개한다. 캐릭터들이 따로따로 떨어져 있지만 산만한 느낌이 안 들고 이야기가 촘촘하게 잘 전개되며 긴장감이 쌓인다. 하지만 영화 중반의 중요한 사건을 전환점으로 이야기가 갑자기 무너지기 시작한다.”
라=“영화를 보며 ‘부산행’을 떠올렸다. 외부와 고립된 폐쇄된 공간에서 큰일이 벌어지는데, 공간은 계속 어딘가로 이동한다는 점이 닮아서다. ‘부산행’의 용석(김의성)처럼 자신의 안위만 중요하게 따지는 중년 민폐 아저씨가 등장하기도 한다. 항공재난이라는 소재가 곁들여져 전반부를 보며 ‘부산행’만큼 관객이 들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고=“악당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작스레 작아지면서 이전까지 이어지던 팽팽한 대결구도가 흐트러진다. 관객들은 재미있게 보다가 ‘뭐지’라고 의문을 품는 순간들이 중반 이후부터 이어진다.”
송=“임시완 연기는 매력적이다. 선하고 말간 얼굴의 악역은 새롭지는 않다. 하지만 임시완은 초반부터 흡입력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승무원과 대화하는 첫 장면부터 무서웠다. 현실에서 가끔 볼 수 있는 이상한 사람 연기를 제대로 보여줬다."
고=“임시완은 체구가 작고 선한 인상인데도 서늘하면서 매서운 악역을 잘 소화해낸다. 이 영화에서 가장 두드러진 연기를 보여준다. 이병헌과 대립하는 장면들이 특히 좋았다. 두 사람의 연기가 긴장감을 빚어내며 전반부에 큰 역할을 한다. 중요한 원동력이었던 임시완 역할이 갑자기 축소된 점은 그래서 아쉽다.”
라=“시각적으로 구성이 잘 된 영화다. 공기 중에 떠 있는 바이러스 관련 포자를 표현하는 방식, 여객기가 이륙할 때의 촬영 각도 등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여객기가 급강하하면서 승객이 위험에 처한 모습을 그려낸 장면은 이제까지 한국 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모습이다. 그 장면만으로도 한국 영화 발전에 공헌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고=“상업영화로서 카타르시스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일단 악당을 통쾌하게 응징하는 장면이 없다. 마지막 착륙 장면 역시 카타르시스를 전하기에 아쉬움이 있다. 상투성을 피하려 한 의도는 이해하나 이번 경우엔 대중적인 방향으로 표현하는 게 좀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라=“한 감독은 영화를 상투적으로 끝내고 싶지 않았던 듯하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마무리하고 싶었던 듯하다. 한 감독은 한국사회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내는 후반부 장면들을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의지가 강했던 듯하다.”
고=“연기들은 괜찮았다. 임시완 정도를 빼면 아주 대단한 연기력을 필요로 하는 캐릭터들이 아니다. 송강호는 ‘브로커’보다 훨씬 나았다. 전도연의 경우 고립된 캐릭터를 연기하느라 소모된 느낌이다. 좋은 배우를 이렇게밖에 못 써먹나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송="전반부는 상황이나 연출이 굉장히 현실적이었다면 후반부는 작위적인 요소가 많았다. 뒤로 갈수록 영화가 방향을 잃은 느낌. 비행기에서 빨리 내리고 싶었다."
※여름은 극장가 최대 대목입니다. ‘외계+인’ 1부를 시작으로 ‘한산: 용의 출현’ ‘비상선언’ ‘헌트’ 등 한국 영화 대작 4편이 차례로 개봉합니다. 독자분들의 옳은 선택을 위해 대화로 풀어낸 작품 분석 코너인 ‘톡톡 리뷰’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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