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9급 공무원 시험문제를 한번이라도 봤다면

입력
2022.07.28 00:00
27면
0 0
지난달 18일 2022년도 지방공무원 9급 공채 필기시험장인 종로구 청운중학교에 수험생이 들어가고 있다. 2만1,945명을 뽑는 이번 9급 공채 필기시험의 경쟁률은 9.1대 1이다. 연합뉴스

지난달 18일 2022년도 지방공무원 9급 공채 필기시험장인 종로구 청운중학교에 수험생이 들어가고 있다. 2만1,945명을 뽑는 이번 9급 공채 필기시험의 경쟁률은 9.1대 1이다. 연합뉴스

얼마 전 여당 원내대표가 대통령실 9급 행정요원 사적 채용 논란에 대해 해명하면서 했던 말이 논란이 된 바 있다. 짧은 발언 속에 부적절한 인식이 많이도 담겨 있지만 일일이 시비를 걸기보다는 그러한 인식을 극복하여 우리 사회를 좀 더 낫게 만들고 청년들의 어려움을 덜어줄 방안을 찾아갈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특히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높은 임금을 받는다는 9급 공무원에 대해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고 수험공부를 해야만 하는 젊은이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자. 사실 국회의원 모두에게 9급 공무원 시험 문제를 한번 풀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대학생들이 휴학해가며, 학원에 다녀가며 대비하는 그 시험 문제 말이다. 아마 문제를 한번이라도 풀어본 사람이라면 9급 공무원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은 도저히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어려운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훌륭한 인재들이 보수 수준이 그다지 높지도 않은 9급 공무원이 되기 위해 애쓰는 이유는 잘 알려진 대로 안정된 삶을 추구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기성세대가 젊은이들에게 시험에 통과해야만 안정된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만큼 불안한 세상을 만들었다면 그것도 큰 문제요, 시험공부, 통과, 안정된 삶이라는 정해진 경로가 최선의 삶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면 그것도 큰 문제이다.

그리고 정말 시험을 통해 소수의 인원을 거르고 그들에게 특별대우를 해 주는 방식 말고는 사람을 선발하는 방식은 없는 걸까? 능력에 대한 평가라기보다는 단순히 시비 없이 사람 가리는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는 시험이 꼭 필요한 걸까? 만약 젊은이와 이 나라를 진정 아끼는 사람이라면 9급 공무원 시험 문제를 보았을 때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도대체 이 문제는 어떤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문제일까, 이런 문제들이 공무원 업무와는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일까?

9급 공무원의 수험기간은 보통 2년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지 시험합격이라는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몇 년을 보내는 것이 개인에게나 사회적으로 올바른 선택인지 당연히 의문을 가져야 한다. 수많은 젊은이가 청춘의 귀중한 시간을 공무원 시험을 위해 바치는 것은 방지할 필요가 있다.

한 가지 제안을 해보자면 9급 공무원의 절반 이상은 고등학교 졸업생 중에 선발하는 방안을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예를 들어 9급 공무원의 상당수를 대입을 위해 치르는 수학능력 시험과 면접을 통해 1차로 선발한 후 선발된 인원에 대해 직무 훈련을 겸해 현장 실무능력을 평가하여 최종 합격자를 선발하는 방식이다. 이런 선발 방식은 아주 많은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젊은이들이 생산성 향상이나 직무능력과 큰 관계없는 공무원 자격시험에 엄청난 시간과 열정을 낭비하는 걸 막을 수 있다. 고졸 취업을 활성화하면서 학력 차별이라는 벽을 서서히 허무는 데 도움이 되는 방안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시험 보는 능력이 아닌 대국민 서비스 능력을 평가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사실 공무원에게 시험 문제를 푸는 지식과 순발력보다는 친절한 서비스 정신, 청렴, 그리고 직무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지 않겠는가.

젊은이들의 귀한 시간과 열정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젊은이들이 큰 쓸모가 없는 고생을 하는 것을 막지 못하는 이유는 과거로부터 이어진 제도를 불변의 진리처럼 여기는 관성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관성을 깨는 건 의외로 쉬울 수 있다. 애정 어린 관심과 열린 마음과 상식만 있다면 말이다.


김진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