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위해 만난 배우 변요한은 반지를 끼고 있었다. 그저 멋을 내기 위해 착용했다고 하기엔 어딘가 특별해 보였다. 사실 이 반지는 팬들이 준 선물이었다. 과거 변요한은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 가족과 팬들의 소중함을 크게 실감했다. 이들은 변요한을 '믿어주는' 사람들이었다.
영화보다 영화처럼 살고 싶다는 변요한은 카메라 뒤에서도 행복하고 인내심 있게 살아가길 원했다. 내려놓는 법을 알게 된 그에게 '한산: 용의 출현'은 평화와 자긍심에 대해 알려준 작품이었다. 변요한은 이 영화를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노력을 기울였다.
27일 개봉한 '한산: 용의 출현'은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해전을 그린 전쟁 액션 대작이다.
캐릭터 위한 체중 증량·일본어 공부
변요한은 왜군 수군 최고사령관 와키자카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는 캐릭터를 위해 무제한 체중 증량에 나섰다. 와키자카의 갑옷을 입어본 뒤의 일이었다. 당시를 떠올리던 변요한은 "갑옷을 피팅해 봤는데 안 맞더라. 헐렁했다. 옷을 입고 초라해지는 느낌이었다. 너무 무겁게 느껴지기도 했다"고 밝혔다. 고민을 거듭하던 그는 증량을 결심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변요한은 "2주 되니까 다시 피팅 했는데 갑옷이 슬슬 맞더라. 자신감이 생겼다"고 전했다.
그는 능숙한 일본어 실력으로 와키자카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한산: 용의 출현'에서 일본에서 실제 사용하던 사극 톤(고어)을 구사했다. 이렇게 되기까지 한 달 정도가 걸렸단다. 변요한은 "일본어 선생님께서 욕심이 많으시고 뜨거우시다. 레퍼런스를 많이 보내주셨다"며 일본어 연기를 하면서 톤을 많이 신경 썼다고 설명했다.
와키자카기 읽은 변요한
물론 가장 중요한 건 말에 실리는 감정이었다. 그는 "연기할 때 감정들이 나와야 했다. 와키자카를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 필요한 조건들을 충족시키려고 했다. 툭 치면 대사가 나오고 툭 치면 필요한 감정이 나올 수 있게 노력했다"고 밝혔다. 감정을 잡기 위해 와키자카기를 읽기까지 했다. 변요한은 "와키자카기를 읽으니 어떤 감정으로 가야 하는지 알겠더라. 이순신 장군이 자신보다 더 전략적이고 본인이 부족했던 듯하다고 인정하는 글들이 있었다"고 했다.
와키자카를 안타고니스트로 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이순신 장군과의 대결을 장군 대 장군의 결투로 봤단다. 그렇게 해야 연기가 더욱 풍요로워진다고 믿었다. 변요한은 "안타고니스트로 생각하면 관찰자 입장에서 이순신 장군님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듯했다"고 말했다. 김한민 감독은 변요한에게 역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줬다. 역사를 알고 나니 연기에 더욱 자신감이 생겼다.
'한산: 용의 출현' 빛낸 거북선
끝없는 노력 속에서 변요한은 조금씩 와키자카가 됐다. 와키자카가 된 후에도 작품을 위해 완성된 거북선의 모습을 보고 압도되는 걸 느꼈다. 그때를 회상하던 변요한은 "'와, 거북선이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가슴이 너무 웅장해지는 느낌인데' 했다. 진짜 크더라"며 거북선의 비주얼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근 '한산: 용의 출현' 팀은 국내 최대 규모의 해군 함정인 독도함에서 시사회를 진행하며 의미를 더했다. "'이런 경험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끝나고 함성을 질러 주시는데 '이 일을 하면서 이래서 하는 거지' 싶었다. 교류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관객들과 친구 된 기분을 좀 알 듯하다"고 말하는 변요한의 모습에서는 뿌듯함이 돋보였다.
지혜·인내 사랑하는 변요한
배우들과의 완벽한 호흡은 작품을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변요한은 조재윤이 자신을 친구처럼 대해줬다고 밝혔다. 또한 박해일 안성기가 동생들한테 매우 잘해줬다고 했다. 아역으로 데뷔해 오랜 연기 경력을 지닌 김향기는 촬영장에서 '선생님'으로 불렸다. 왜군 팀은 부산에 갔을 당시 무인 셀프 사진관에서 함께 사진을 찍기까지 했다. 따뜻한 사람들과의 호흡 속에 변요한은 조금 더 성장했다.
그는 작품의 메시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변요한은 "작품을 하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정체성이 없어진 채 연기할 수 있는 순간이 온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요한이 영화의 키워드 중 하나인 '의'를 추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는 지혜와 인내를 꼽았다. 변요한의 지혜로운 30대, 그리고 그 이후의 나날들에도 기대가 모인다.
한편 '한산: 용의 출현'은 27일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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