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을 맞아 해외여행 필수품이 여권이다. 여권은 국가간 이동의 자유를 보장한다. 우리나라 여권 파워는 세계 최고다. 영국의 한 컨설팅회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권소지자는 세계192개국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고 한다.
2년전 코로나로 이동이 막히면서 ‘면역여권’을 몇몇 국가에서 도입한 적도 있다. ‘면역여권’은 코로나 항체가 형성돼 면역력이 생겼음을 국가가 자격증처럼 인증하는 것으로 여행경기 회복을 목적으로 시행됐다.
앞으로는 사람 외 제품에도 여권이 필요한 시대가 도래할 듯하다. 지난 3월 EU의회는 배터리의 생산부터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기준을 마련한 ‘배터리법’을 통과시켰다. 그 중 하나가 ‘배터리 여권’ 도입이다. 배터리 여권 도입에 독일이 먼저 움직였다. 배터리 여권에는 전기차와 산업용 베터리의 제품정보, 처리∙재활용 정보 등을 담을 예정이다. 배터리에 사용한 재료와 생산과정, 공급망, 탄소 발자국, 재활용 등의 정보를 기록한 여권을 만들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한층 더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편으로 배터리 산업과 관련해 국제표준을 주도하려는 유럽의 계획도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 배터리 메이커 3개사가 있는 배터리 강국이다. EU의 배터리 여권 도입을 결코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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