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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성연대' 친오빠 때문에 가정 내 갈등이 심각해요

입력
2022.07.2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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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가정 내 성평등을 고민하는 장녀

편집자주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는 뜻의 밈인 '무물'을 아시나요. 한국일보 허스펙티브가 성평등을 주제로 한 ‘무물 콘텐츠’를 격주 금요일마다 연재합니다. ‘대체 이럴 땐 어떻게 행동해야 하지?’ 일상에서 흔하게 겪을 법한 다양한 고민 상황을 통해, 함께 성평등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을 내디뎌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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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변화하는 남성성과 성차별(2019)'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대 남성 2명 중 1명(50.5%)이 적대적 성차별이나 안티 페미니즘(반 페미니즘) 성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성차별주의는 25.7%였고, 그 뒤를 온정적 가부장주의(23.8%)가 잇따랐다. '적대적 성차별주의'는 남성의 권력에 도전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여성에 대한 적대감을 의미한다. '온정적 성차별주의'는 전통적 역할을 따르는 여성을 보호하고 돌보는 호의적 감정을 의미한다. 얼핏 보면 여성을 보호하고 아끼는 점에서 성차별주의가 아닌 것으로 읽힐 수 있지만, 성역할 고정관념에 의거해 여성의 가능성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이 역시 성차별적 사고방식에 해당한다.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변화하는 남성성과 성차별(2019)'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대 남성 2명 중 1명(50.5%)이 적대적 성차별이나 안티 페미니즘(반 페미니즘) 성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성차별주의는 25.7%였고, 그 뒤를 온정적 가부장주의(23.8%)가 잇따랐다. '적대적 성차별주의'는 남성의 권력에 도전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여성에 대한 적대감을 의미한다. '온정적 성차별주의'는 전통적 역할을 따르는 여성을 보호하고 돌보는 호의적 감정을 의미한다. 얼핏 보면 여성을 보호하고 아끼는 점에서 성차별주의가 아닌 것으로 읽힐 수 있지만, 성역할 고정관념에 의거해 여성의 가능성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이 역시 성차별적 사고방식에 해당한다. 게티이미지뱅크

Q. 20대 중반 취업준비생입니다. '안티 페미니스트' 친오빠와의 갈등으로 고민이 큽니다. 대학 생활로 인해 서울에서 지내는 저는 기껏해야 1년에 몇 차례 부모님이 계신 지방의 본가를 방문할 뿐인데요. 최근 사회 현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친오빠의 공격적인 태도로 불화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안티 페미니스트 사상에 경도되어 여성 혐오 발언을 정말로 입에 올리는 사람은 온라인 세상에만 존재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 사람이 친오빠일 줄은 조금도 상상하지 못했죠. 얼마 전 가족 여행을 가는 길이었어요. 대뜸 극우 청년 남성 집단인 '신남성연대'를 지지한다는 말을 하더니, 얼마 전엔 "페미가 싫다"고 하더라고요. 20대 여성인 친동생이 페미니스트인지 아닌지 떠보는 말도 하고요.

더 큰 문제는 오빠가 계속 저를 가르치려 든다는 겁니다. 최근 여성가족부 폐지로 논쟁이 붙자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는데요. 남초 커뮤니티에서 읽은 주장이나 편집된 정보를 근거로 줄줄 읊으면서 "이게 팩트고 페미는 정신병이야" 같은 태도로 일관해요. 토론이나 대화를 하겠다는 건지, 저를 굴복시키는 데 목적이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집안 분위기가 무척 가부장적입니다. 저를 제외한 다른 가족은 모두 본가에 함께 사는데, 친오빠가 평소에도 얼마나 같은 말을 반복했는지 부모님도 오빠의 생각에 동조하는 분위기라 더 견디기 힘듭니다. 집안 내 가부장적 악습에 대해 말하면 부모님마저 저를 두고 '예민하고 불편하다'고 낙인을 찍어요. 반복되는 갈등에 이제 가족들과의 친밀한 소통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임장녀·가명·26)

A. 장녀님, 먼저 가정 내 성평등을 위해 분투하시는 모습에 응원을 보냅니다. 가부장적인 가정 안에서 장녀님이 느낄 고립감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잠시 가족과 거리를 둬라'는 간편한 해법을 던질 수도 있겠지만, 최근 성별 간 대립이 심화하면서 비슷한 고민을 겪는 가정이 많을 것이라 보고 차근차근 하나씩 짚어 볼게요.

사실 '신남성연대'처럼 여성 혐오를 노골화한 극우 집단은 한국 사회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여성의 권리가 신장하고, 다양성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기존에 인종·성별 측면에서 특권을 가지고 있었던 집단 내에서 이를 '피해'로 여기는 경향이 짙어졌어요.

예컨대 미국의 극우 성향 백인 남성 우월주의 단체 '프라우드 보이스(Proud Boys)'는 캐나다에서 테러 단체로 지정될 정도예요. 지난해 1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미국 의회 난동 사태에서 프라우드 보이스가 주요 역할을 했다고 판단되어서죠. 이처럼 온라인에서 반인권적인 생각을 공유하고 폭력적 행동에 나서는 집단은 전 세계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습니다.

케이트 만 코넬대 철학과 부교수가 쓴 저서 '남성 특권(오월의봄 펴냄)'에서는 이런 남성들을 '인셀(incel)'이라고 부릅니다. 비자발적 독신 상태(involuntary celibacy)를 뜻하던 이 단어는 점점 확장돼, '익명 또는 가명에 기반을 둔 인터넷 게시판을 자주 드나들며 여성을 비인간화하고 사물화하는 언어를 사용하는 젊은 남성'을 일컫는 데 사용되고 있어요.

인셀들은 여성 혐오를 했다는 혐의를 받을 때 "나의 아내, 여동생, 어머니 등 다른 여성들의 인간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응수하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조건이 결여돼 있습니다. 여성이 고유하고 온전하게 존재하며, 다른 사람과 자율적으로 관계 맺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 말이지요.

만일 나와 가까운 가족, 친구, 연인이 안티 페미니즘, 장애인 등 소수자 혐오를 외치는 반인권적 정서에 깊게 물들어 있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똑같이 논리를 들이대며 토론을 하다 보면 결국 말싸움으로 번지게 될 것이고, 그렇다고 사랑하는 가족 공동체 내 갈등을 모른 체 하기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대선 불복 시위를 위해 미국 워싱턴에 모인 프라우드 보이스 회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대선 불복 시위를 위해 미국 워싱턴에 모인 프라우드 보이스 회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Q. 더 큰 문제는 본가에 아직 10대인 여동생이 있다는 것이에요. 요즘 10대는 성평등 감각이 더욱 뛰어나잖아요. 저는 서울에서 주로 생활하기에 가부장적인 가족과 다소 거리를 둘 수 있지만, 계속해서 여동생은 이런 분위기에 노출되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가족 중 누군가 젠더 감수성이 떨어지거나 성별 고정관념에 기반을 둔 발언을 하면, 제가 총대를 매고 바로잡을 때가 많아요. 동생을 위해서요. 그러다 보니 이를 못마땅해 하는 오빠와 갈등이 나날이 심해집니다. 오빠와 대화를 나눌 때 어떤 방식을 택해야 할까요. '젠더 갈등'이라 불리는 이 이슈는 설득과 화해가 가능한 영역일까요.

A. "무엇보다 일상 속에서 장녀님이 안전하고 지속가능하게 성평등을 고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게 중요합니다. 가족과 거주지가 분리되어 있는 만큼, 거리를 두면서 가족 구성원 중 페미니즘을 통해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과 접점을 넓혀 가며 연대를 형성하는 것을 고려해 볼 만합니다."

이한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활동가의 조언입니다. "최근 젊은 세대 내에서 성별 간 대립이 극심해진 터라, 연인이나 가족 등 친밀한 관계 내에서도 논쟁이 빈발하게 발생하고 있는데요. 이는 하루아침에 개선될 문제가 아니기에, 장녀님 개인이 오롯이 부담을 질 필요가 없습니다. 가족 내 갈등이 잘 해결되지 않더라도 스스로 죄책감을 갖거나 낙담하지는 마세요."

동시에 이 활동가는 장녀님의 역할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고도 강조합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19년 '변화하는 남성성과 성차별' 세미나 발표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경우 △남초 커뮤니티 방문 경험이 있을수록 △여성 비하 댓글을 본 적이 있을수록 △신문·TV·인터넷 신문 등 온라인을 통해 페미니즘이나 여성 운동 정보를 접촉한 경험이 있을수록 성차별주의나 안티 페미니즘 성향이 높았습니다.

반면 주변인으로부터 정보(63.2%)나 강의·소모임 활동(50.0%)을 통해 페미니즘을 접한 20대 남성들은, 과반 이상 성차별주의에 반대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온라인의 근거 없는 낙인 찍기나 가짜뉴스로 성차별주의가 확대 재생산되는 만큼, 가까운 사람의 상세하고 친절한 설득이 실재하는 성불평등을 직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남성-약자 서사 구축: '여성혐오' 및 성차별 사건 관련 게시판 토론의 담론 분석을 중심으로(2017)" 연구에 따르면, 20대 남성들은 페미니즘에 대한 지식을 비롯하여 군 복무 이슈 등에 대한 정보를 전문 지식을 압도하는 온라인을 통해 무분별하게 학습된 것이다. 그러나 성차별주의에 반대하는 20대 남성도 4명 중 1명꼴이고, 이들 대다수는 주변인과 소모임 등 오프라인 경로를 통해 페미니즘을 알게 된 경향이 연구를 통해 도출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온라인 커뮤니티와 남성-약자 서사 구축: '여성혐오' 및 성차별 사건 관련 게시판 토론의 담론 분석을 중심으로(2017)" 연구에 따르면, 20대 남성들은 페미니즘에 대한 지식을 비롯하여 군 복무 이슈 등에 대한 정보를 전문 지식을 압도하는 온라인을 통해 무분별하게 학습된 것이다. 그러나 성차별주의에 반대하는 20대 남성도 4명 중 1명꼴이고, 이들 대다수는 주변인과 소모임 등 오프라인 경로를 통해 페미니즘을 알게 된 경향이 연구를 통해 도출됐다. 게티이미지뱅크

Q. 취준생 처지이다 보니 여전히 아버지에게 금전 지원을 받고, 가끔 친오빠도 용돈을 주곤 하는데요. 친오빠와 페미니즘에 대해 논쟁할 때 주장의 맞고 틀림이 아닌 경제적 종속으로 인해 의견을 굽힐 때가 많습니다. 친오빠는 더 기세등등해지고요. 밖에서 알게 된 사람이라면 무시하면 그만이지만 가족이라 늘 얼굴을 보고 살아야 하니 마음이 정말 힘듭니다.

A. 혹시 장녀님은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 '자기만의 방'을 읽어 보셨나요. 이 책은 자유로운 삶을 갈망하는 여성들의 인식을 확장하는 글쓰기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데요. 울프가 태어난 19세기 빅토리아 여왕 시기, 여성에게 주어진 유일한 '직업'은 아내였고, 여성은 아무것도 소유할 수 없었으며, 정치에 참여할 권리도 없었습니다.

홍혜은 페미니스트 연구활동가는 이 에세이에서 "'소유'가 기본인 사회에서, 타인에게 종속된 공간에 있거나 타인의 경제력에 생존을 맡겨야 하는 처지에 놓이면 자유롭게 사고를 펼칠 기회가 없다"는 함의를 읽습니다. 경제권을 가진 아버지와 친오빠는 가족 안에서 권력을 행사하지만, 그렇지 못한 어머니나 장녀님, 그리고 여동생은 의견을 개진하는 것조차 어려움을 겪는 거죠.

비혼을 키워드로 활동해 온 홍 연구활동가는 '사회자본'이라는 열쇠 말을 통해 가족 등 연고주의 공동체가 아닌 다양한 공동체에 연결될 필요성을 설명합니다. 연애나 결혼, 학교, 고향에서 만들어진 관계망 외에 여러 가치가 통용되는 집단과 새로운 연결을 시도해 보는 데에서 첫걸음을 뗄 수 있다는 겁니다. 홍 연구활동가 역시 비혼지향생활공동체 공덕동하우스에 몸담고 있어요.

"사회자본론은 경제적 자본이 포괄하지 못하는 다른 영역의 가치를 조명하는 하나의 분석틀이에요. 이에 따르면 개개인은 어떤 집단에 소속되어 있느냐에 따라 얻고 잃는 것이 있는데, '인맥'이 한 예가 될 수 있습니다.

2008년의 한 연구에 따르면, 비균질적인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자발적 결사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일수록 탈권위주의적이고, 시민의식과 사회적 신뢰 등 긍정적인 의미의 사회자본을 만들어 낼 수 있어요. 대체로 혼인으로 엮인 가족이나 혈연·지연·학연 등 전통적이고 폐쇄적 방식으로 만들어진 인맥이, 집단 내 이익을 공유하지 않고 외부인에 배타적인 경향이 있는 것과 대조적이죠."

이에 더해 '사회적 시민권'을 보장하는 여러 제도와 정책을 찾아서 가족의 지원을 대체할 수 있는 자원을 확보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최근 청년 대상의 주거, 금융, 일자리, 심리상담 분야의 지원 사업들이 많습니다. 서울에 거주한다면 서울청년포털 ‘청년몽땅정보통(http://youth.seoul.go.kr)’을 찾아봅시다. 이러한 제도와 정책의 흐름에 관심을 가짐으로써, 조금씩 혈연 공동체로부터의 경제적 종속에서 독립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 젠더에 대한 궁금증과 고민이 있으신 분은 1. 고민의 내용 2. 관련해 묻고 싶은 질문 3가지를 작성해 이메일(herstory@hankookilbo.com)로 보내주세요. 선정되신 분의 사연과 고민 내용은 '젠더무물'에 소개됩니다.

그래픽=박길우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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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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