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로 표현한 '부라보콘 CM송' 기획자 전혜성 프로
"요즘 MZ세대, CM송 몰라" 노래 살리려
"스타 마케팅보다 CM송 자체에 집중"
'12시에 만나요, 부라보콘~' 1976년 배우 정윤희와 신일룡이 출연한 텔레비전 광고에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제과업계로는 최초로 등장한 해태아이스크림 부라보콘의 광고 방송용 노래(CM송)다. 노래는 2000년대까지 당대 톱스타들이 록, 리듬앤드블루스(R&B) 등 다양한 형태로 부르면서 그 명맥을 이어왔지만, 최근 10년 동안 쓰이지 않아 소비자들의 머릿속에서 잊혀갔다.
그런 부라보콘 CM송이 최근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노래'로 돌아왔다. 지난달 이적, 이영현, 정은지 등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모여 국내 최초로 수어로 CM송을 '부른' 것이다. 세 사람이 부른 CM송 영상은 지난달 7일 유튜브에 게재된 후 26일 기준 조회수 약 423만 회를 기록했고, 16일부터는 TV 광고로도 나가고 있다.
21일 서울 중구 빙그레 본사에서 만난 마케팅 담당 전혜성 해태아이스크림 프로(30)는 "부라보콘 CM송은 브랜드 정체성을 담은 소중한 자산인데 한동안 쓰지 않아 그런지 또래 지인들이 잘 모르더라"며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까지 모두 흥얼거릴 수 있게 제대로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종합광고대행사 펜타클과 함께 이번 콘텐츠를 만들고 관련 홍보 마케팅을 맡고 있다.
다양성의 가치 담아…"부라보콘만 할 수 있는 얘기"
요즘 광고는 'B급 감성'이나 유머를 녹인 스토리텔링 콘텐츠가 대세지만, 전 프로는 부라보콘 CM송이 가진 힘에만 집중했다. 담백한 목소리로만 채워진 콘텐츠는 웬만한 자극에는 반응하지 않는 MZ세대에게 의외로 잘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들이 목소리가 아닌 수어로 노래했을 때 신선함도 따라올 수 있다.
무엇보다 수어라는 형식은 50년 역사의 부라보콘만이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전 프로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부라보콘의 존재는 충분히 알려져 있다"며 "대중에게 공익적 메시지를 너무 무겁지 않게 더 전달할 수 있는 것은 부라보콘이라 가능할 것이라 봤다"고 전했다.
수어 콘텐츠는 펜타클 직원이 3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 시상자였던 배우 윤여정이 선천적 청각 장애를 지닌 배우 트로이 코처에게 수어로 축하를 건네는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수어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루면서 부담도 적지 않았다. 전 프로는 콘티 확정 전 자신들의 뜻과 다르게 전달될 수 있다는 생각에 청각장애인을 지원하는 사단법인 '사랑의달팽이'를 통해 사전 확인을 거쳤다.
그는 "수어가 옳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라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소통이 우리의 지향점"이라고 강조했다. 다양성의 가치를 전하면서 자연히 제품에 친근한 이미지를 심기 위해 수어 광고 영상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의외의 감동"…'소리 없는 노래'가 불러온 파급력
가수들이 수어를 익히는 과정도 녹록지 않았다. 각자 연습해 온 수어를 촬영 현장에서 풀어냈는데, 수어 자격증이 있는 전문가가 손가락 끝 움직임 하나까지 틀린 부분을 잡아내 고치도록 했다. 목소리를 내 부른 2절보다 수어로 부른 1절에서 실수가 많이 나와 가수들이 현장 제작진에게 미안해하기도 했다.
이렇게 탄생한 CM송은 여느 '스타 마케팅'보다 잔잔하지만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다. 공식 영상의 댓글에는 "소리 없는 세상도 같이 공유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가창력을 기대하고 클릭했다가 예상치 못한 감동을 받았다"는 등 호평이 500건 이상 쏟아졌다.
해태아이스크림은 이번 캠페인에 맞춰 사랑의달팽이와 협업한 특별 한정판 제품도 출시했다. 부라보콘 출시 52주년을 기념해 판매 수익금 포함 5,200만 원을 모아 8월 1일 청각장애인의 소리 찾기 지원 사업에 기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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