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관통하는 '미러라인' 건설
환경 문제·인권 침해 의혹 '발목'
자금 조달도 풀어야 할 과제
사우디아라비아 북서부 한복판에 사막과 해안을 가로지르는 세계 최대 규모 구조물이 들어선다. 사우디가 구상하는 구조물의 높이는 약 500m, 가로 길이는 120㎞에 달한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381m)보다 100m 이상 높은 빌딩이 서울부터 강원 춘천에 이르는 구간에 빽빽하게 들어서는 셈이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이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해당 건축물은 ‘미러라인(Mirror Line)’이라고 불린다. 구조물 외벽 전면이 거울(Mirror)을 닮아서 붙인 이름이다. 2030년 완공 예정으로,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건설을 지시했다. '오일 머니'로 공상과학영화(SF)에 등장할 법한 초대형 건물을 짓겠다는 것이다.
미러라인은 사우디 북서부 사막 지역 약 2만6,500㎢ 부지를 개발해 친환경 스마트도시를 짓는 ‘네옴(Neom)시티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네옴시티는 서울 면적의 44배에 달한다. 네옴시티는 △직선 도시 ‘더 라인’ △첨단 산업 단지 ‘옥사곤’ △친환경 관광 단지 ‘트로제나’로 구성되는데, 이 가운데 ‘더 라인’의 핵심이 미러라인이다. 미러라인 건설에만 약 1조 달러(약 1,312조 원)가 투입된다.
미러라인에는 수직 농장과 고속 열차, 스포츠 경기장, 요트 정박지 등 각종 시설이 들어선다. 완공 시 500만 명이 거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빈살만 왕세자는 지난해 1월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미러라인을 ‘친환경 건물’이라고 소개했다. 지상에 자동차를 다니지 못하게 하는 대신, 지하에 철도를 놓아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러 라인 건설, 걸림돌 산적"... 자금 조달은 '뇌관'
첫 삽을 뜨기까진 난관도 적지 않다. 우선 사막 한 가운데 들어서는 거대한 건축물이 지하수 흐름을 막으면 사막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 빈살만 왕세자가 요구한 완공 기한(2030년)까지 시간이 촉박하다는 것도 문제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사우디의 계획은 빛을 보지 못 할 수 있다”면서 “완공에 최대 50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인권 침해 논란도 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2020년 네옴시티 건설을 위해 현지 소수 민족인 후와이타트 부족에 강제 퇴거 명령을 내렸고, 부족민 2만 명이 강제 이주했다. 이주 명령을 거부한 한 부족민은 사우디 보안군에게 사살됐다. 미국 워싱턴 주재 사우디 대사관 대변인은 강제 퇴거 명령 의혹을 부인하며, 부족민 사살 사건을 ‘사소한 사건’이라고 일축했지만 국제사회는 경악했다.
사우디의 자금력을 의심하는 시선은 별로 없지만, 자금 조달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사우디는 고유가로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으나, 고유가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미지수다. 사우디는 2013년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칼리파(828mㆍ162층)를 뛰어넘는 제다타워(1007mㆍ167층)를 착공했지만, 불투명한 사업성 등 자금 문제로 2018년 1월 이후 공사를 중단시킨 전례도 있다.
다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최근 사우디 방문으로 미러라인 건설 구상이 실현될 가능성이 커졌다. 2018년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배후로 빈살만 왕세자가 지목되자 서방 기업들이 사우디 투자를 줄였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에 손을 내밀면서 양국 관계에 다시 청신호가 켜졌다. WSJ는 “사우디가 최근까지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탓에 투자금을 모으기 어려웠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으로 더 많은 돈이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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