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이브 ' 한소라 역 배우 유선
재벌가 사모님 악다구니 연기 호평
새 드라마 '종이달' 촬영... "코미디 배우로 거듭났으면"
"감히" "너 따위"란 말을 입에 달고 살며 툭하면 핸드백을 내동댕이쳤다. 감정 표현을 제멋대로 하며 사는 한소라는 안하무인의 '끝판왕'이다. 배우 유선은 tvN 드라마 '이브'에서 똑 단발을 한 채 매서운 말만 골라 재벌가 사모님(한소라)의 '갑질'에 날을 벼렸다. 유선이 가열차게 악다구니를 쓰고 난 뒤 온라인엔 '어디서 아저씨가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는 글까지 올라왔다. 시청률 40%를 웃돈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2009)에서 구박만 받던 순진한 간호사 복실이로 친숙한 배우의 재발견이란 평가다.
"남편한테 소리 지르고, 아니면 울고불고 매달리고, 비서분들 뺨 때리고... 분노와 울분에 가득 찬 장면을 워낙 자주 찍다 보니 촬영 마치고 차에 타면 실신하듯 쓰러졌어요. 촬영장에서 집까지 두 시간 거리였는데 도착해서 누가 흔들어 깨워야 일어날 정도로요." 드라마 종방 후인 25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선은 이렇게 말하며 "7~8개월 동안 '이브'를 찍으며 일부러 지인들도 만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쉬는 날까지 '자가격리' 하면서 모든 기운을 촬영장에 쏟아부었다.
'이브'는 TV 채널 통틀어 수목드라마 시청률 2위(4.5%)로 21일 막을 내렸다. 같은 날 방송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신드롬급 인기에 가려 크게 빛을 보지 못했지만 복수극에 스릴러적 요소를 버무려 시청자를 삼삼오오 불러 모았다.
파격 변신을 한 유선은 '이브'에 쏠린 관심의 주 땔감이었다. '솔약국집 아들들'과 영화 '검은집'(2007)에서 유선의 밝고 어두운 모습을 모두 눈여겨봤다는 박봉섭 감독이 그를 재벌가 사모님 배역에 낙점해 숨겨진 광기를 끌어냈다. 유선은 "드라마에서 주로 보인 내 이미지가 조용하고 차분해 '이브' 대본을 받고 소라 역이 나한테 들어온 게 맞냐고 회사에 물었다"며 "출연하기로 한 뒤 아버지의 억압 속에 존재를 증명받기 위한 소라의 절박함과 어린아이 같은 천진난만한 모습을 녹여 전적으로 미워할 수만도 없는 인물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반년 넘게 너무 많은 애정을 쏟아부은 탓이었을까. 유선은 "한 달 전 촬영을 끝냈는데, 오늘 인터뷰로 소라와 이별을 한다고 생각하니"라며 말을 잠시 잇지 못했다. 붉어진 그의 두 눈엔 눈물이 가득 찼다.
"노력한다고 했는데 어떤 배역을 맡고는 배우로서 한계에 부딪혔어요. 그 선을 넘지 못해 정체됐고요. '이브'가 방송되고 나서 대학 동기인 (배우) 황석정 언니한테 연락이 왔어요. 졸업 후 첫 통화였는데 '좋은 배우로 남아줘 고맙다'는 말을 듣고 펑펑 울었죠."
2001년 드라마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랑'으로 데뷔한 유선은 올 초 연극 '마우스피스'로 대학로를 찾았다. 오랜만에 카메라를 벗어나 무대에서 날 것의 연기를 선보이며 그의 이력에도 살이 붙었다. 유선은 또 변신을 준비 중이다. 그는 일본 유명 작가 카쿠타 미쓰요의 소설 '종이달'을 원작으로 한 동명 드라마를 찍고 있다. '이브'에서 단발머리를 했던 그는 이날 뒷머리를 질끈 묶고 나왔다. 유선은 "새 배역을 위해 머리카락을 붙였다"며 "이번에 맡은 역은 유쾌한 인물인데, 이 작품을 계기로 코미디 배우로 거듭나고 싶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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