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극장가 빅4 '한산' 27일 개봉
역대 최대 관객(1,760만 명)을 동원한 영화 ‘명량’(2014)의 후속작이다. 김한민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들었다. 배우 최민식이 연기했던 성웅 이순신을 박해일이 이어받았다. 변요한과 안성기 손현주 김성균 김성규 등이 합류한 출연진이 화려하다. 제작비는 270억 원. 27일 개봉하는 ‘한산: 용의 출현’은 만만치 않은 물량공세로 여름 극장가를 겨냥한다. ‘한산’은 ‘외계+인’ 1부, ‘비상선언’ ‘헌트’와 함께 올여름 빅4를 형성하고 있다.
‘한산’은 임진왜란 3대 대첩 중 하나인 한산도대첩을 다룬다. ‘명량’보다 앞선 시기다. 파죽지세로 한반도를 유린한 후 명나라까지 노리던 왜군에 맞선 조선 수군의 투혼이 스크린을 채운다.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한 극장에서 언론시사회를 열고 첫 공개됐다. 한국일보 대중문화 담당 기자 3명이 영화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송옥진 기자(송)=“일단 중간중간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잘 만들어진 상업영화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들을 충족시켜준다. 한산도대첩은 다 아는 전투다. 사람들은 새로운 이야기보다 전투 장면에서 쾌감을 느끼고 싶어질 텐데, 그런 면에 충실하다.”
고경석 기자(고)=“‘명량’은 앞부분 서사가 느슨했다. '한산'에선 이순신의 개인적 고뇌를 빼고 이야기를 좀 더 촘촘하게 채웠다. 왜군과 조선 수군 간의 전술을 이야기에 녹여내는 데 공을 많이 들였으나 이야기를 직조하는 방식은 좀 투박하다. 후반부 해전이 핵심이다. ‘명량’보다 더 박진감 넘치게 찍어 좀 더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라제기 기자(라)=“아무리 우리가 다 아는 역사라 해도 영상화됐을 때는 느낌이 다르다. 국가대표가 월드컵에서 활약하는 오래된 영상을 다시 봐도 ‘국뽕’이 차오르지 않나. 김한민 감독은 전투 장면을 서스펜스 넘치게 연출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서사보다는 전투 장면에 집중하며 자기 장기를 최대한 발휘한다.”
고=“김 감독은 인물 간의 갈등이나 서사를 만들어내는 데는 좀 거칠고 투박한 반면 액션 시퀀스를 연출하는 재능은 정말 탁월하다. '한산'으로 국내 최고 액션 연출가라는 걸 증명해 보였다.”
라="김 감독의 영화 속 대결 구도는 단순하고 명확하다. ‘최종병기 활’(2011)에선 남이(박해일)와 쥬신타(류승룡), ‘명량’에선 이순신과 구루지마(류승룡), ‘한산’에선 이순신과 와키자카(변요한)가 맞서는 식이다. 인물의 고뇌나 복잡한 사연은 잘 끼어들지 않는다.”
고=“결말이 알려져 있고 딱히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닌데 예상 가능한 전개 속에서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관객을 몰입하게 하면서 다음 장면을 궁금하게 만든다는 건 정말 뛰어난 재주다.”
라=“영화 속 일본어가 어색하지 않았나. 일본 영화나 드라마에서 듣던 일본어와는 다르고 한국식 일본어로 들리더라. ‘대호’(2015)나 ‘봉오동 전투’(2019)에선 일본 배우가 주요 인물로 등장해 중심을 잡아줬는데 ‘한산’은 일본 배우가 아예 없다.”
고=“한국인이 일본어 대사 열심히 외워서 발음하는 티가 난다. 일본 관객이 많이 볼 리는 없겠지만 어색하게 보이겠구나 생각했다.”
송=”일본 배우 캐스팅이 쉽지 않았겠으나 신경을 썼으면 좋았을 듯하다. 요즘 같은 글로벌 OTT 시대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수도 있는데, 좀 아쉽다.”
라=“왜군 장수는 변요한 김성균 김성규 등 대부분 유명 배우다. 이들이 얼마나 일본어를 잘할까 유심히 보느라 영화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송=“의외의 장면이나 뜻밖의 이야기가 없다는 점도 ‘한산’의 특징이다. ‘의와 불의의 싸움’ 같은 대사가 오글거릴 수 있으나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우리가 역사를 안다고 해도 상세히 모르기 마련인데, 전투 과정을 세세히 보여준 점이 흥미로웠다.”
고=“인물보다는 전투와 전술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한 것 같고 그걸 최대한 보여주려고 애를 쓴 듯하다.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들 간의 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전반부에서도 충분히 기승전결 구조로 흥미를 줄 수 있는데 서사에 필요한 정보들을 나열하는 데 급급한 인상이다.”
라=“관객은 역사적 전투를 어떻게 묘사했을까를 더 궁금해 한다. 소비자의 요구를 명확히 알고 거기에 맞춰 영화를 만들었다고 본다. 선택과 집중이 확실하다고 할까. 왜군은 매복작전을, 조선 수군은 유인작전을 쓰는데 양측이 밀당하듯 전투를 치르는 모습이 재미를 준다.”
송=“우리는 왜군이 바보처럼 쉽게 당했으리라 생각한다. 간단한 설명만으로 한산도대첩 등을 접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조선 수군과 왜군이 상대의 수에 쉽게 넘어가지 않고 팽팽히 맞서는 장면에 시간을 많이 할애해서 좋았다. 새 해석 없이 캐릭터를 단선적으로 그린 점은 아쉬운 점이다.”
라=“국내 영화나 드라마가 새로운 해석을 적용하면 안 되는 역사적 인물이 넷이다. 세종대왕과 이순신 안중근 유관순이다. 이견을 제시하면 국민들 반감이 심해진다. 대중 정서를 감안하면 상업적으로는 잘한 선택이다.”
송=“‘명량’보다 재미있는 건 확실하다. ‘명량’은 좀 지루한 부분이 있었다. 관객은 결말을 이미 알고 있다. 책, 드라마, 영화 등으로 수없이 반복돼 온 역사지만 그럼에도 이순신의 승리는 또 보고 싶고 통쾌하다. ‘아는 맛’이 무섭다고 할까.”
고=“후반부 해전 장면은 ‘명량’보다 훨씬 더 박진감 넘친다. 8년 사이 컴퓨터그래픽(CG) 등 특수효과가 업그레이드 됐고, 김 감독은 ‘명량’으로 연출 노하우가 생겼으니 더 치밀하게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호불호가 갈리고 않고 전 세대가 좋아할 만하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외부 요인만 없다면 '명량' 이상의 흥행도 기대해 볼 만하다.”
라=“확실히 ‘명량’보다 재미있다. ‘범죄도시2’는 마동석의 타격감이 상당히 컸는데, ‘한산’은 해전의 타격감이 만만치 않다. 보통 블록버스터라 하면 여러 가지를 섞으려 한다. 스펙터클에다 적당한 눈물과 웃음, 사랑을 담으려 한다. ‘한산’은 오로지 전투에 집중한다. 우직하다고 할까.”
※여름은 극장가 최대 대목입니다. ‘외계+인’ 1부를 시작으로 ‘한산: 용의 출현’ ‘비상선언’ ‘헌트’ 등 한국 영화 대작 4편이 차례로 개봉합니다. 독자분들의 옳은 선택을 위해 대화로 풀어낸 작품 분석 코너인 ‘톡톡 리뷰’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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