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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송환금지 원칙과 공무원의 중립

입력
2022.07.21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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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통일부는 지난 12일 문재인 정부 시절 발생한 탈북 어민 북송이 잘못된 조치였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하면서도 구체적인 근거에 대해서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즉답을 피했다. 왼쪽 사진은 국가안보실 관계자가 2019년 11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 주민송환 관련 메시지를 보고 있는 모습. 오른쪽 사진은 당일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하는 모습. 뉴스1. 통일부 제공

통일부는 지난 12일 문재인 정부 시절 발생한 탈북 어민 북송이 잘못된 조치였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하면서도 구체적인 근거에 대해서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즉답을 피했다. 왼쪽 사진은 국가안보실 관계자가 2019년 11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 주민송환 관련 메시지를 보고 있는 모습. 오른쪽 사진은 당일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하는 모습. 뉴스1. 통일부 제공

2019년 발생한 ‘탈북 어민 북송’ 사건이 윤석열 정부 초반 신구 정권의 운명을 가를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윤 정권의 ‘신적폐청산’ 드라이브 전장(戰場)이 된 것이다. 북송의 정당성을 설파하는 야당과 달리, 여당 쪽에선 북송된 2명이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이 아니라 탈북 브로커라는 취지의 주장도 등장했다. ‘종북몰이’와 정략을 걷어내면 보편적 가치로서 일단 ‘강제송환금지 원칙’이 주목된다.

□ 국제적으론 ‘농 르플르망’(non-refoulement)으로 알려져 있는 이 원칙은 유럽의 출입국 관리 절차에서 나온 용어다. 국가주권이 뚜렷한 출입국관리 권한에 제한을 시도하며 주권과 국제적 책무가 충돌할 때 대상자 보호의 기준이 된다. 1951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체결된 ‘난민 지위에 관한 조약’에 포함돼 있다. 난민보호로 출발했지만 2차 세계대전 후 유엔 창립(1945년)과 함께 크게 발전한 국제인권법의 영향으로 난민 이외에도 인정되는 국제법 원칙으로 굳어졌다.

□ 강제송환금지 원칙은 1995년 한국이 가입한 유엔고문방지협약에 들어 있다. 제3조는 고문 등 잔혹하고 비인도적 박해를 받을 위험이 있는 국가로 개인을 추방·송환·인도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은 헌법 제6조 1항에 국제법 존중주의를 택하고 있으며 한국이 체결한 조약과 국제관습법은 국내법적 효력을 갖는다. 북송 어민의 경우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부인된 것도 지적 받고 있다. 세계 최대 인권단체인 국제엠네스티가 이 건이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위반했다며 재발방지를 촉구한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 어민의 귀순의사 진정성을 의심한 전 정권의 판단이 적절했는지는 시간이 지나면 전모가 드러날 것이다. 남북관계 특수성이나 대통령 통치행위 성격으로 볼 수 있는지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새 정권 출범 후 돌변한 통일부의 행태는 또 다른 국가적 담론이 필요한 영역이다. 당시와 입장이 바뀐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탈북 어민 북송 장면이 담긴 자극적인 사진·동영상을 공개하며 ‘완장’을 찬 모습은 낯 뜨겁다. 대통령과 여당이 주도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고 신분을 보장하며 공무원연금이 존재하는 이유도 함께 되새겨야 할 것이다.

박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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