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선박 발견시 대응 기준 따랐는지
문서 수정 지시 합당했는지가 관건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발생 당시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의 구체적인 움직임이 국정원 내부 조사를 통해 드러나면서, 핵심 수사 대상인 서훈 전 국정원장 등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예고되고 있다. 북송 조치 '매뉴얼'에 따라 정부합동조사가 제대로 진행됐는지, 그에 따른 보고서 수정과 삭제 조치가 합당했는지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20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정원 고발에 따라 서훈 전 원장과 김준환 전 3차장, 대공 업무 관련 A국장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은 탈북어민 신병처리 절차가 2019년 개정된 국가안보실의 '북한 선박, 인원이 우리 관할수역 내에서 발견시 대응 매뉴얼'에 위배된 것인지 살펴보고 있다.
서 전 원장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처벌할 것을 주장하는 쪽에선 2019년 11월 탈북어민을 상대로 한 국정원의 여러 조치가 국가안보실 매뉴얼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매뉴얼에 따르면 탈북어민 신병처리는 합동조사 결과에 따라 조치해야 하지만, 당시 국정원이 선박 현장 조사를 취소하고 허위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등 탈북어민이 귀순 의사가 없었던 것처럼 왜곡해 합동조사 업무 자체가 중단됐다는 것이다.
국가안보실 매뉴얼에는 △대공 혐의점이 없고 △귀북 의사를 표명한 경우에만 대북송환이 가능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공안수사 경험이 풍부한 전직 검사는 "허위 공문서 작성을 직원에게 지시한 게 사실이라면, 합동조사를 조기에 종료하도록 의무 없는 일을 시킨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는 명백한 직권남용"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 인사들은 탈북어민들에게 귀순 진정성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민들이 범행 후 '죽어도 조국에서 죽자'며 김책항으로 돌아갔다고 자백한 점, 해군에게 발견되자 사흘간 도주하며 백기 투항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들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보고서 왜곡 논란에 대한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도 있다. 당시 정부가 어민들 진술과 대북 특별취급정보(SI)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북송 결정을 했다는 입장 역시 향후 검찰 조사에서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서 전 원장 등이 통상 20일 정도 걸리는 합동조사를 왜 사나흘 만에 끝내도록 한 것인지, 보고서는 왜 수정했는지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놔야 사법처리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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