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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비 9000억 달라고?"... 복합 쇼핑몰에 꽂힌 광주시 갑갑한 현실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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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비 9000억 달라고?"... 복합 쇼핑몰에 꽂힌 광주시 갑갑한 현실 인식

입력
2022.07.19 15:49
수정
2022.07.19 16:0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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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복합쇼핑몰 TF 구성 엿새 만에 9,000억 산출
광주시가 기업 논리 끼어들 틈을 막아
"반구걸식 지원 요청은 특혜 논란만 촉발할 수 있어"

광주광역시청사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광주광역시청사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9,000억 원요? 허 참…."

19일 오전 광주광역시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말을 잇지 못했다. 전날 광주시가 국민의힘과의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지역 현안인 복합 쇼핑몰 유치 사업을 위해 9,000억 원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게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이 사업은 국가 주도형으로 이뤄질 일이 아닌데, 광주시가 막대한 예산 지원을 요청한다면 민간 기업의 수익을 극대화해 주려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며 "지역 내 복합 쇼핑몰 유치 반대 여론이 상당한 상황에서 자칫 되치기를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 복합 쇼핑몰 유치 사업이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다. 광주시가 이 사업을 '국가 지원형'으로 규정, 국민의힘에 무려 9,000억 원의 국비 지원을 요청한 것을 두고 현실 인식이 결여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기업 논리가 우선돼야 할 사업에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는 게 형평성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광주에 복합 쇼핑몰이 필요하냐, 필요치 않냐 하는 논쟁은 일단 무의미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때 복합 쇼핑몰 유치를 공약으로 내건 데다, 6일 현대백화점그룹이 미래형 문화복합몰 '더현대 광주'(가칭) 건립 계획까지 발표했다.

그러나 이런 현실을 바라보는 광주시 쪽 사람들의 시야가 너무 좁아 보인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윤 대통령 공약만을 앞세워 정부와 여당에 손을 벌릴 뿐, 복합 쇼핑몰 유치를 위한 정부 지원 근거 등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어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전날 "광주 복합 쇼핑몰과 관련한 예산 지원액이 만만치 않은데 아직 예비타당성 조사도 통과하지 않아, 당 차원에서 검토해 보겠지만 장기간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발언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18일 오후 광주시청 비즈니스룸에서 국민의힘-호남권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한 성일종(왼쪽부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과 김관영 전북지사,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김영록 전남지사, 강기정 광주시장, 김성원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국민의힘 간사가 손을 잡고 있다. 광주= 뉴스1

18일 오후 광주시청 비즈니스룸에서 국민의힘-호남권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한 성일종(왼쪽부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과 김관영 전북지사,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김영록 전남지사, 강기정 광주시장, 김성원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국민의힘 간사가 손을 잡고 있다. 광주= 뉴스1


'정부가 도와준다고 할 때 뭐라도 받아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광주시 논리도 너무 빈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 광주시는 복합 쇼핑몰(메타 N-콤플렉스) 건립에 따른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디지털기반 광역통합유통센터 설립 비용 3,000억 원, 트램·도로 등 연결도로망 구축에 6,000억 원이 각각 필요하다고 했지만, 산출 근거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 그도 그럴 게 이는 광주시가 12일 복합 쇼핑몰 유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지 불과 엿새 만에 내놓은 결과물이었다. '일단 지르고 보자'는 식이다. 당연히 여기에 시장 경제와 기업 논리가 끼어들 틈은 없었다. 오죽했으면 권 원내대표가 "복합쇼핑몰 유치 사업의 기본은 민간 기업의 투자 선행"이라고 훈수를 둘 정도였다.

사정이 이쯤 되자, 시청 내부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 간부는 "광주에 일정 규모 이상의 복합 쇼핑몰이 들어설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것은, 서진 정책을 공언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겐 빼박(빼도 박도 못하다)이다"라며 "그러나 이런 반(半)구걸식 대정부 지원 요청은 광주에 복합쇼핑몰을 세우려는 기업과 이를 유치하려는 광주시에 또 다른 특혜 논란만 촉발할 수 있는 만큼 현실적인 지원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광주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비 지원 요청은 시민들이 공감하는 범위에서 광주 발전과 시민 편익을 중심에 두고 추진할 것"이라며 "트램 구축 등은 국비 지원을 요청하기 위한 예시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광주= 안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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