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공안과 3년 추적해 체포·송환
마약왕 전세계·탈북민 총책도 붙잡아
동남아시아 마약밀수 ‘최상선’으로 활동한 총책이 3년간 추적 끝에 베트남 현지에서 검거됐다. 이른바 ‘동남아 3대 마약왕’ 중 마지막 피의자로 그가 국내에 유통한 마약만 시가 70억 원에 달한다.
경찰청은 베트남에서 국내로 마약을 공급해온 김모(47)씨를 17일 호찌민에서 붙잡아 19일 오전 국내로 강제송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2018년부터 추적이 어려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텔레그램을 통해 필로폰과 합성대마, 액상마약 등을 국내 구매자에게 판매한 혐의(마약류 관리법 위반)를 받는다.
그는 확보한 마약을 오토바이 헬멧 등에 숨겨 수화물로 위장한 뒤 국제우편으로 보내거나, 배송책을 활용해 국내로 밀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전국 13개 수사관서에서 마약유통 혐의로 수배 중인 거물이었다. 연관된 국내 판매책 등 공범만 20여 명이고, 확인된 유통 마약은 70억 원어치에 이른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가 본격화하면 유통 규모는 훨씬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 검거는 경찰과 베트남 공안의 공조 수사 덕분에 가능했다. 경찰은 2019년 6월 피의자에 대한 인터폴 적색수배서를 발부받아 베트남 측과 공조를 시작했다. 올해 5월에는 공동조사팀을 현지에 파견하기도 했다. 양측은 검거 전날 결정적 단서를 입수해 17일 오후 2시 호찌민 주거지 인근에서 그를 검거했다.
이로써 동남아 3대 마약왕으로 불린 총책들이 모두 체포됐다. 먼저 텔레그램상에서 ‘마약왕 전세계’로 활동하며 불법을 일삼은 박모씨는 2020년 10월 필리핀에서 붙잡혀 현지 수감 중이다. 박씨는 마약범죄 외에도 2016년 현지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범죄도 저질렀다. 필리핀 감옥을 두 차례 탈옥한 적도 있다.
탈북민 출신으로 동남아를 터전 삼아 마약을 유통해온 총책 최모씨도 캄보디아에서 검거돼 올 4월 국내로 송환됐다. 2011년 탈북한 최씨는 2018년 3월 중국으로 넘어가 동남아 국가에서 일명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밀반입했다. 던지기 수법은 판매자가 특정 장소에 마약을 두고 위치를 알려주면 구매자가 찾아가는 방식이다. 경찰은 최씨가 태국, 캄보디아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후 현지 경찰 및 국가정보원과 공조해 1월 캄보디아 한 아파트에서 최씨를 붙잡았다.
경찰은 마지막으로 체포한 김씨가 박씨와 최씨에게도 마약을 공급하는 최상선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강기택 경찰청 인터폴 국제공조과장은 “해외 거점 범죄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외국경찰과 국제 공조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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