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2019년 어민 2명 북송 영상 공개
지난주 공개 사진에 촬영 장면 담겨 들통
"국회 요청"이라지만 정치적 해석 불가피
통일부가 2019년 11월 탈북 어민 강제 북송을 둘러싼 정쟁의 한복판에 섰다. 당시 판문점 사진에 이어 영상까지 공개하면서 북송 결정이 적절한지를 놓고 여야 공방이 다시 불붙었다.
통일부는 18일 "국회 요청에 따른 결정"이며 "법률 검토를 거쳤다"는 입장이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졌는데도 책임이 없다는 뉘앙스다. 하지만 강제 북송에 대한 입장을 번복한 데 이어 3년 전의 자극적인 장면을 잇따라 내보내면서 통일부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송 당시 현장에 있던 직원 1명이 개인 휴대폰으로 촬영한 것을 확인했다"며 "법률 검토 결과 해당 영상을 국회 등에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통일부가 국회와 출입기자단에 제출한 3분 56초 분량의 영상에는 북한 어민 2명이 판문점을 통해 강제 북송될 당시 모습이 담겼다. 통일부는 최근에서야 이 영상의 존재를 인지하고 공개 여부를 검토해 왔다.
영상의 존재는 앞서 12일 통일부가 강제 북송 사진 10장을 공개하면서 드러났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등은 일부 사진에서 휴대폰으로 북송 장면을 촬영 중인 인물이 포착된 점을 들어 통일부에 영상 존재 여부 확인 및 제출을 요구했다.
통일부가 내부 조사를 벌인 결과 직원 1명이 개인적으로 영상을 촬영해둔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직원은 이를 2019년 당시 업무 관련자 일부와 공유했고, 영상 파일을 업무용 PC로 옮긴 뒤 휴대폰에서는 삭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통일부는 전날 출입기자단에 영상 존재 사실을 먼저 밝히고, 공개 여부 등에 대해선 법률 검토를 하겠다고 알렸다. '개인적으로 촬영해 저장해둔 영상을 정부가 공개할 수 있는지' '당시 촬영 행위가 적법한지'가 쟁점이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검토 결과 "통일부 직제 시행규칙상 업무분장에 '판문점 지역 동향 수집'이 있어서 (이번 촬영은) 업무범위 내에 있고 업무관련자가 업무 중 촬영한 점 등에 비춰 공공기관 정보에 준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과 관련된 자료 공개가 적절한지' 등에 대한 질문엔 "국회에서 제출을 요청한 상황에서 공개하지 않을 법적 근거가 없다"고 답했다.
이 당국자의 설명처럼 통일부는 과거에도 국회·언론 요청에 따른 제출이나 자체 홍보 영상 등의 형식으로 북송 사진 및 영상들을 공개해 왔다. 다만 이들 자료는 실수로 월남한 경우 등 인도주의적 목적의 북송 때 촬영된 것이어서 강제 북송 사례와는 민감한 정도가 차원이 다르다.
더구나 이번 사건은 전·현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전면에 등장하고, 여야 정치권이 합세하면서 발언 수위가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또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다. 이에 통일부가 영상의 존재 사실을 알린 뒤 공개하는 것을 두고 "자초해 정쟁의 소용돌이에 빠지려고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사분계선(MDL) 앞에 선 북송 어민이 그 자리에서 주저앉는 모습 등이 담긴 이번 영상을 통해 탈북민이 북한 당국에 넘겨지길 두려워했다는 점은 재확인됐다. 다만 당시 강제 북송 조치 자체가 부당했는지, 그 과정에서 위법 행위가 있었는지는 검찰 수사 등으로 규명해야 할 대목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해당 영상을 검찰에도 제출할 것이냐"는 질문엔 "수사와 관련해서는 협조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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