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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특파원 많은 언론이 좋은 언론이다

입력
2022.07.19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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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신은별 특파원이 지난달 현지 취재에서 촬영한 우크라이나 부차 인근의 러시아군 피격 탱크. 부차=신은별 특파원

한국일보 신은별 특파원이 지난달 현지 취재에서 촬영한 우크라이나 부차 인근의 러시아군 피격 탱크. 부차=신은별 특파원

국제사회에 회오리바람이 부는 불확실의 시대에 한국 언론은 해외 특파원 숫자를 과감하게 늘려 해외 취재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는 대한민국의 국익에 부합한다.

한국은 무역 의존도가 높고 역사적으로 외세 영향에 취약한 지정학적 운명을 경험했으면서도 해외 동향과 뉴스 비중은 국내 뉴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세계 10위 경제로 우뚝 선 중견 국가로,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에 깊숙이 관여하면서도 막상 대한민국 울타리 바깥 일에는 의외로 유유자적 태도를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고 나서도 한참 동안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일례로 지난 4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국회 화상 연설에 국회의원 중 20%만이 참석한 것은 필자가 해외에서 보기에도 실로 큰 충격이었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한국 정치인들은 그것이 창피한 일인 줄도 모르다가 해외에서 그것이 구설에 오른 후에야 상황을 깨달은 것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당시 불참석 논란에 대해 국회 외교통일위의 한 관계자는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한가요?”라고 오히려 진지하게 반문하는 장면을 유튜브는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겨두고 있다. 그만큼 한국 바깥과 인식의 괴리가 컸다.

한국의 한 지인은 언론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해외 토픽’ 정도로 취급했다는 것이다. 한국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고유가와 인플레 공포가 서서히 엄습해 오기 전까지 말이다.

한국이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후 보인 무관심의 태도가 충분히 민주 국가답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었다는 것도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이런 해외 현지 시각은 특파원들이 취재해 소개해 줄 수 있는 부분이다.

언론은 일반 국민과 독자가 국제 정세를 이해하는 가장 보편적인 통로다. 국제 정치가 소용돌이치는 시대에 국제 뉴스를 현지에서 직접 관찰하는 것은 외신 번역으로 대체할 수 없는 중요한 경쟁 자산이다. 한국은 세계 10위 중견국에 걸맞게 정보 강국이 되어야 한다. 이는 대한민국의 생존과 번영과도 직결된다.

특히 향후 5년은 대한민국 지정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미중 갈등에 있어 그 결과는 나오지 않겠지만 그 ‘방향성’이 정해지는 관건적인 시기가 될 것이다. 언론도 국제 뉴스에 대한 국민들의 (그리고 국회의원들의)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를 높이는데 공기(公器)의 책임을 져야 한다. 한국처럼 지정학 영향을 많이 받는 국가는 국제뉴스를 전체 뉴스 비중에서 40%까지 늘릴 필요가 있다고 사료된다. 적어도 향후 5년간은 말이다.

특파원 증파는 국익과 공공이익 증대 차원에서 정부가 나서서 재정적 지원 방법을 고민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인 펠로십 형식을 통해 특파원을 증파하거나 해외연수, 해외현장 심층취재 지원을 확대할 수 있다.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요동치는 이 시기에 특파원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일반 독자들뿐만 아니라 연구자, 정부 기관도 특파원의 기사에 많이 의지한다. 책을 암만 읽어도 현지에 있는 것만 못하기 때문이다. ‘현장’이 갖는 프리미엄은 이렇게 크다. 특파원들이 독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도움이 되는 기사는 현지 인터뷰 기사다. 의외로 간과되고 있는 부분이다.


이성현 조지HW부시 미중관계기금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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