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가 아니라 퍼트가 잘돼서 우승할 수 있었어요.”
새로운 스타들을 화수분처럼 배출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또 한 명의 대형 스타 재목이 탄생했다. 300야드 장타를 펑펑 터트리며 주목 받아온 ‘괴물 신인’ 윤이나(19)가 18번홀 끝내기 버디로 생애 첫 우승이자 시즌 첫 신인 우승을 차지했다.
윤이나는 17일 경기 양주시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 산길·숲길 코스(파72)에서 열린 에버콜라겐 퀸즈 크라운(총상금 10억원)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2개를 묶어 2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합계 20언더파 268타를 친 윤이나는 박지영(26)을 1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첫날부터 나흘 내내 선두를 놓치지 않고 거머쥔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이었다. 윤이나는 올 시즌 KLPGA 투어에 데뷔한 신인 가운데 가장 먼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감격을 누렸다. 우승 상금 1억4,400만원을 받은 윤이나는 상금랭킹 5위(3억7,044만원)로 올라섰고, 신인왕 포인트도 2위로 상승했다.
국가대표 출신인 윤이나는 지난해 점프 투어(3부)와 드림 투어(2부)를 1년 만에 초고속으로 통과하고 올해 정규 투어에 데뷔했다. 점프 투어 4개 대회 만에 우승 한 번, 준우승 두 번을 하면서 곧바로 드림 투어로 '월반'을 했고, 드림 투어에서는 2승을 거두며 상금왕까지 차지했다.
시즌 초반 정규 투어 적응에 다소 어려움을 겪었던 윤이나는 지난달 BC 카드·한경 레이디스컵 3위에 이어 지난 3일 끝난 맥콜·모나파크 오픈 준우승 등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윤이나는 “아직도 우승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꿈꿔왔던 정규 투어 무대에서 우승을 해 너무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성현(29)과 김아림(27)의 뒤를 이을 ‘장타 퀸’으로 주목 받는 윤이나는 이번 대회에서도 화끈한 장타력을 과시했다. 2개 홀에서 측정하는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가 270야드를 넘었고, 316야드를 찍은 적도 한 번 있었다.
출발부터 좋았다. 2타 차 단독 선두로 시작한 2번홀(파3)에서 첫 버디를 잡은 윤이나는 4, 5번홀 연속 버디로 격차를 벌렸다.
위기도 있었다. 7번홀(파5)에서 보기를 범했고, 9번홀(파4)에서도 한 타를 잃었다. 후반 들어 파 행진을 이어가다 14번홀(파4)에서 다시 보기를 범해 전반에만 3타를 줄인 박지영에게 선두를 내줬다. 하지만 윤이나는 15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다시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윤이나는 터닝포인트로 16번홀 티샷을 꼽았다. 그는 “샷 컨디션이 나흘 내내 좋지 않았는데 16번홀 티샷에서 감을 찾았다”고 말했다.
승부는 18번홀(파4) 그린에서 갈렸다. 윤이나와 박지영 모두 투온에 성공한 가운데 6m 가량을 남겨둔 윤이나가 먼저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다. 5m 가량을 남겨둔 박지영의 퍼트가 아쉽게 홀 옆을 스치면서 윤이나의 우승이 확정됐다.
투어 최고의 장타자지만 윤이난는 첫 우승의 원동력으로 퍼트를 꼽았다. 그는 “장타 때문에 버디 기회가 많아진 것은 맞지만, 결국 퍼트가 뒷받침돼서 우승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항상 신인왕보다는 첫 승이 목표라고 밝혔던 그는 “첫 승이라는 목표를 달성했는데 우승을 해보니 또 우승하고 싶다는 생각 들었다”며 “다음 목표 역시 우승”이라고 못을 박았다. 그러면서 “시간이 얼마간 지나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가서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고 싶다. 그 시기는 비밀이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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