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문화축제 처음 참가한 천주교 신부들 "교회와 성소수자, 공존할 방법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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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문화축제 처음 참가한 천주교 신부들 "교회와 성소수자, 공존할 방법 찾자"

입력
2022.07.17 18:00
수정
2022.07.2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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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23회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천주교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평신도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서울대교구가 지난 3월 성소수자 신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천주교가 성소수자에 대한 소통과 위로의 지평을 한층 넓히는 모습이다.

의정부교구 소속 원동일 신부가 16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성소수자들과 연대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전수(맨 왼쪽) 가톨릭앨라이 아르쿠스 공동대표를 비롯해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박상훈 신부(맨 오른쪽), 성가소비녀회 수녀들이 16일 서울광장에서 설치된 기독교계 성소수자 단체들 부스 앞에 섰다. 김민호 기자


성가소비녀회의 조진선 소피아(59) 수녀는 가슴에 성소수자와 연대한다는 의미의 배지를 달고 16일 서울광장으로 나왔다. 오랫동안 성소수자들의 신앙생활을 도왔던 조 수녀는 "주교님들이 약자와 직접 만나보시면 길을 찾을 것이다. 주교들이 예수님처럼 길 위에 있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야 한다. 지금은 안 만나셔서 그렇다"고 강조했다. 김민호 기자

코로나19로 지난 2년간 온라인으로 진행됐다가 3년 만에 서울광장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는 네댓 곳의 기독교계 성소수자 지원 단체들도 부스를 마련해 참여했다. 이 가운데 성소수자 신자들을 지원하는 천주교 평신도 공동체인 '가톨릭앨라이 아르쿠스'는 의정부교구 정평위의 평신도 위원인 이전수씨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이날 현장에서는 이 공동대표와 정평위 사무국장뿐만 아니라 성직자인 원동일 신부(의정부교구 1지구장)가 부스를 찾는 성소수자들을 맞았다. 아르쿠스 측의 요청을 받은 것이다. 원 신부는 "교구장이 정평위는 가장 약한 자들과 함께하는 위원회니까 오늘날 가장 취약한 존재인 성소수자, 장애인들과 당연히 연대해야 한다고 평소에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천주교 교구 기구가 공식 부스를 마련한 것은 아니지만, 교구 기구 관계자들이 성소수자 지원 평신도 단체와 연대 활동을 편 것은 이례적 사건이다. 원 신부는 "한국 천주교 교구 산하 기구가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해 평신도 단체와 연대 활동을 한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천주교 공식교리가 동성애 성향을 ‘객관적 무질서’로 규정하면서 “동성의 성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인정될 수 없다”고 천명하고 있지만 성소수자들을 교회에서 배제하지 않고 이들을 이해하고 품으려는 노력이 없지 않았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하느님은 그 누구도 버리지 않으신다"며 성소수자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위로의 메시지를 내왔다.

이에 관련해 원 신부는 “예컨대 천주교에서는 낙태를 죄라고 선포했지만 그럼에도 어떻게 하면 낙태가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지 고민하면서 여성계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며 "마찬가지로 동성애 역시 죄라고 단죄해왔지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자,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지 찾아가자고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교리의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부수적인 부분들은 변할 수 있다"며 "과거에 육신의 부활을 믿었기에 화장을 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김돈회 디모데(맨 왼쪽) 신부 등 성공회 성직자들이 16일 서울광장에 설치된 성공회 퀴어문화축제 부스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성공회는 교단 차원에서 성소수자들의 신앙생활을 지원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


성소수자를 환대하는 개신교 교회 무지개신학교 등이 개설한 부스에서 십자가가 새겨진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날 퀴어문화축제에는 기독교뿐만 아니라 조계종(불교)에서도 사회노동위원회가 부스를 차렸다. 이들은 기념품 수천 개를 준비했지만 배부를 시작한 지 서너 시간 만에 동이 났다. 김민호 기자

천주교 내부에서는 ‘우리가 언제 성소수자를 배척하고 차별했느냐’는 항변도 없지 않다. 실제 개신교의 보수적 교단들과 비교하면 천주교가 성소수자를 대하는 태도는 온건한 편이다. 하지만 천주교회도 신자들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내기 어려운 환경이기는 마찬가지라는 게 성소수자 신도들의 불만이다. 성소수자들은 이성애자와 달리 교회에서 활동하면서 언제나 ‘가면’을 써야 해 고통스럽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신부가 퀴어문화축제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성소수자 신자들에겐 큰 힘과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게 원 신부 얘기다. "신부의 존재 자체로, 가톨릭을 여기서 만나는 것 자체가 반갑고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성소수자 천주교 신자들은 죄책감이 심한데 이렇게 연대하니까 위로를 받는다고 그랬습니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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