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디자인재단 '20세기 디자인 가구전' 개최
1920~60년 미·유럽 빈티지 가구 100여점 한자리
시간 지나도 변치 않는 '실용의 미학' 보여줘
헝가리 디자이너 마르셀 브로이어의 1930년대 데스크를 비롯, 건축가이자 목재 가구 장인인 일본 디자이너 조지 나카시마의 1940년대 다이닝 체어. 그리고 컴퍼스를 연상케 하는 프랑스 디자이너 장 푸르베의 1950년대 카페테리아 테이블. 이탈리아의 거장 이코 파리시가 디자인한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벽면 수납장...
지난 8일부터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20세기를 매혹시킨 디자인 가구전'의 전시작들은 현대 유행의 거센 변덕을 견딘 가구들이다. 예술품과 달리 실용품이야 1~2년의 세월만 지나도 낡았거나 한물 갔다는 인상을 주기 십상이지만, 희귀 빈티지 가구들이 즐비한 전시장을 거닐다 보면 시간을 뛰어넘는 실용 미학의 가치를 절로 깨닫게 된다.
전시에는 일찌감치 해외 빈티지 가구의 오리지널리티와 가치를 알아보고 국내에 소개한 가구 갤러리 6곳이 참여했다. 1950~1970년대 유행한 미드 센추리 모던 가구를 주로 다루는 앤더슨씨, 파리를 기반으로 유럽의 희귀한 컬렉션을 수집해 소개하는 르모듈러, 바우하우스의 오리지널 디자인 제품을 소개하는 미뗌바우하우스, 유러피안 미드 센추리 디자인 거장들의 마스터 피스를 보유한 헨리베글린,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던 시기에 체코와 미국 등의 컬렉션을 수집하며 취향이 확실한 컬렉션 하우스로 자리 잡은 에임 빌라 등이다.
카나페 소파·튤립 체어...희귀템 다수
전시에 출품된 빈티지 가구는 100여 점이다. 현대 디자인사에서 가장 역동적인 시기로 꼽히는 1920~1960년대 제작된 가구 중 각 갤러리가 소유한 희귀 가구를 선별했다고 한다. 빈티지 가구라는 단어만 놓고 보면 누군가 사용했던 낡은 가구를 떠올리기 쉽지만 가구에서 빈티지는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를 보증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유명 디자이너의 작품이거나 디자인적 의미가 큰 경우는 소장 가치가 높기 때문에 고가의 프리미엄 가구만큼이나 몸값이 높다.
이번에 출품된 카페테리아 데스크와 의자는 프랑스 디자이너 장 프루베의 대표작이다. 두 다리가 컴퍼스처럼 지면을 향해 안정적으로 지탱해주는 구조를 가져 '컴퍼스' 테이블이라고 불리는데, 가구에 사용된 절곡 기법과 용접을 통한 프레임 제작이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기법으로 평가받았다.
20세기 디자인 거장인 미국 디자이너 찰스·레이 임스 부부가 1969년 가구 회사 허먼밀러에 제안하려고 만든 빨간색 프로토타입 소파도 좀처럼 보기 드문 희귀템이다. 전 세계 단 두 점뿐인 가구로, 한 점은 미국에 있고 국내 컬렉터가 소장한 다른 한 점이 이번에 공개됐다.
독일의 건축디자인 학교인 바우하우스의 대표 디자이너 마르셀 브로이어의 1932년작 스틸파이프 책상도 모습을 드러냈다. 바우하우스의 유명한 디자인 책상 시리즈에서 희귀한 디자인인 데다 이후 생산하지 않아 소장 가치가 크다는 평가다.
이탈리아의 디자인 거장 에토레 소트사스의 타페토 볼란테 소파는 이번에 처음 대중에게 공개됐다. 이 소파는 1972년 인도 여행에서 영감을 받은 에토레 소트사스가 빨간 양탄자를 펼친 파격적인 형태로 구상해 극소량 제작했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포스트모던 디자인 그룹인 멤피스를 결성하기 직전 그가 생각하는 디자인의 방향을 실현한 제품으로 디자인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 밖에 프랑스 가구 디자인 거장인 피에르 폴랑이 디자인하고 아티포트사에서 제작한 1960년대 리틀 튤립 체어의 디자인 프로토 타입, 여성 디자이너인 샬로트 페리앙이 디자인한 육각형 데스크 등 당대의 디자인 철학이 반영된 수십 년 전 작품들이 신상품처럼 잘 관리된 상태로 관람객을 맞는다.
DDP 측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구의 미감과 쓸모를 통해 오리지날 빈티지 가구의 진가를 보여주는 전시"라고 했다. 전시는 다음 달 21일까지 DDP 갤러리문과 살림터 1층에서 열리며, 관람료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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