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ㆍ난민구호ㆍ식량안보 등 지원
팔레스타인, 영사관 개설 요청
바이든, “평화협상 재개 기반은 아직”
사우디, 이스라엘 민항기에 영공 개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를 방문하기 전 팔레스타인에 들러 4,000억 원 추가 원조를 약속했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이스라엘 편향적 행보를 고수하면서 양국관계가 악화했던 데서 관계 개선의 첫 발을 내딛은 셈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평화협상 안은 나오지 않았다.
15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요르단강 서안 베들레헴에서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등과 만나고 팔레스타인에 대한 경제·기술적 지원 패키지를 공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한 3억1,600만 달러(약 4,191억 원) 상당의 원조 패키지 중 1억 달러(약 1,326억 원)는 동예루살렘 병원네트워크(EJHN)에 투입된다. 그는 이날 동예루살렘의 한 병원을 방문해 이같이 밝혔다.
그 외 2억100만 달러(약 2,666억 원)는 트럼프 전 행정부가 자금 지원을 끊었던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 들어간다. 나머지 1,500만달러(약 199억 원)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불안정해진 식량 안보에 지원할 방침이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2023년 말까지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 4세대 이동통신(4G)망 구축을 위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기술 협력 방안도 발표했다.
이번 방문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별도 국가로 공존한다는 '2국가 해법' 지지를 재차 강조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협상은 10여 년 전에 좌초해 현재는 교착된 상태다.
아바스 수반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2국가 해법이 당장 실현 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이 동예루살렘에 영사관을 개설하고 워싱턴에 팔레스타인 사무실을 다시 설치하는 방안을 허용해달라고 촉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텔아비브에 있던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고 팔레스타인 업무를 담당하던 예루살렘 영사관을 폐쇄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의 구체적인 평화협상 계획은 들고 오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평화 협상이 다시 시작될 기반은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고 분명히 말했다.
한편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에 맞춰 사우디는 이스라엘 민항기에 영공을 개방했다. 사우디 민간항공청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우디 영공 비행에 대한 당국의 요건을 충족하는 모든 여객기들에 대해 영공을 개방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그간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의 이슬람권 국가 대부분은 이스라엘의 국체를 인정하지 않아 이스라엘에서 출발한 항공기의 영공 통과를 금지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을 이륙한 민항기는 요르단 영공을 거쳐 이슬람권으로 비행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흘간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방문 일정을 마치고 이날 이스라엘에서 출발해 사우디로 향했다.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사우디 직항 항로를 이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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