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부산사업장 현장 방문
온도와 습도, 조명까지 관리하는 '정밀 공법'
국내외에 1조 원대 설비투자 단행
글로벌 3강 기업 도약 목표로 14조 시장 도전
지난해 삼성전기가 생산한 반도체패키지를 이어 붙이면 축구장 100개 크기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문량이 늘어 설비 가동률 100%로도 부족합니다.
삼성전기 반도체패키지 공장 관계자
14일 찾은 부산의 삼성전기 반도체 패키지기판(FCBGA) 생산 공장은 약 26만4,462㎡(8만 평) 규모로 정밀 생산 공정의 집합체였다. 특히 최적의 온도와 습도를 계산해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핵심. 생산 단계 특성에 맞춰 조명 색깔까지 흰색과 노란색으로 나눠 관리하는 것이 독특했다.
조명까지 관리하는 '정밀 공정'
반도체패키지는 전자기기의 '뼈대'와 '혈관'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이 생산한 미세한 반도체칩은 반도체패키지 기판 위에 올려 압착시킨 뒤 스마트폰과 휴대용 컴퓨터(태블릿PC), 노트북 등 전자기기에 들어간다. 다시 말해 반도체패키지는 반도체칩을 고정하는 동시에 칩의 전기신호를 메인보드에 전달하는 통로인 셈이다.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은 반도체패키지 생산을 위해 조명과 온도, 습도까지 계산한 정밀공법을 시행하고 있다. 패키지 생산 과정은 ①드라이필름 등 원자재 위에 회로 이미지를 입힌 뒤 ②회로를 도금하고 ③불필요한 드라이필름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가운데 원자재에 회로 이미지를 입히는 '회로 공정'이 눈에 띄었다. 공장 전체의 조명은 형광등의 하얀색인데, 해당 공정을 진행하는 구역은 노란색 조명을 썼다. 삼성전기가 조명색까지 관리한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반도체패키지 생산에 필요한 정밀공법에 있었다. 원자재인 드라이필름은 상대적으로 강한 빛을 쪼일 경우 딱딱하게 굳어지는 '경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삼성전기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공정 구역에 상대적으로 잔잔한 노란색 조명을 배치했다. 삼성전기는 같은 이유로 공장 내부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는데, 온도는 약 20도 정도다. 패키지가 생산 단계에서부터 주변 환경에 받는 영향을 최소화해 불량품을 줄이고, 생산 지연 등 문제로 인한 경제적 손해도 예방하기 위한 장치다.
이날 부산사업장에서 살펴본 제품은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이었다. 눈으로 보기엔 엄지손톱만한 크기의 평평한 칩 형태였지만, 현미경을 통해 들여다보니 전화기, 올챙이, 동그라미 모양 등의 '미세회로'가 빽빽이 배열됐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워낙 미세한 공법으로 만들어져서 사람이 손만 가져다 대면 회로선은 다 날아가 버린다"고 설명했다. 또 반도체패키지의 두께는 겉보기에 손톱 굵기의 단층이지만, 실제로는 4~10층 규모의 미세회로 기판이 쌓여있는 복층 구조였다.
삼성전기, '조 단위 공격적 투자' 단행
삼성전기는 최근 국내외 사업장에 공격적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1991년부터 반도체칩을 심는 반도체 기판을 생산했는데, 최근에는 반도체칩과 전자기기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패키지 분야 투자 확대에 나섰다. 통신 기술과 네트워크, 클라우드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반도체칩 사용이 늘면서 패키지 시장의 성장성도 크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12월 베트남 법인에 1조 원 규모 시설 투자를 결정했고 올해 6월에도 부산과 세종 사업장 및 베트남 법인에 3,000억 원을 추가로 투자하기로 했다. 차세대 반도체패키지 기판 기술인 SoS(System On Substrates)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SoS는 2개 이상의 반도체칩을 기판 위에 배열해 통합된 시스템으로 구현한다. 이날 안정훈 삼성전기 상무는 "올해부터 2026년까지 반도체 산업은 4%, 반도체위탁생산(파운드리)은 5% 성장이 예측되지만 패키지 산업은 10% 성장이 예측된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반도체패키지 시장이 올해 113억 달러(약 14조9,781억 원) 수준에서 매년 10%씩 성장해 2026년에는 170억 달러(약 22조 5,335억 원) 수준으로 커질 것이라 전망했다. 5세대(5G) 이동통신 안테나와 네트워크·서버용 전장 산업에 들어가는 패키지가 시장 성장을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반도체패키지 시장은 삼성전기와 일본의 이비덴, 신코덴키 및 대만 유니마이크 등이 경쟁하고 있는데 삼성전기는 글로벌 3대 기업 진입을 목표로 한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자체 칩' 개발을 선언하는 등 반도체패키지 수요가 증가하는 시장 상황도 호재다. 황치원 삼성전기 상무는 부산사업장 세미나 현장에서 "빅테크 기업의 자사 칩 개발은 대형 고객사가 늘어나는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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