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자국 노동자 보호 위해 PDI 파기
"한국 팜유 공급 OK, 장기화하면 위험"
세계 2위 팜유 수출국인 말레이시아가 1위 수출국 인도네시아의 노동자 인력 송출 거부로 큰 위기를 맞았다. 팜유 수출 경쟁국의 견제 차원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말레이시아의 고질적인 외국인 노동자 처우 문제가 근본 원인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제대로 반발하지도 못하고 있다.
양국의 불화는 팜유의 99%를 말레이시아에서 수입하는 한국에도 악재다. 사태가 길어지면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식물성 기름인 팜유는 과자, 라면 등을 만드는 공장에서 주로 사용되고, 화장품 등 소비재 원료로도 쓰인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전 세계 생산량의 약 90%를 수출한다.
'온라인 노동자 불법 고용'에 칼 빼들다
15일 인도네시아 안타라통신과 말레이시아 더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13일 "말레이시아가 '인력공급협정(PDI)'에 규정되지 않은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인도네시아인들을 불법 고용하고 있다"며 "지금부터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의 말레이시아 이동을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인도네시아가 근거로 제시한 PDI는 올해 4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말레이시아 총리가 체결한 '외국인 노동자 인권에 대한 양해각서(MOU)'다. △양국 정부가 구성한 공식 인력 송출 채널을 통해서만 노동자를 고용하고, △고용주 신원, 고용 계약 내용, 고용보험 가입 여부 등을 공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헤르모노 주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대사는 "말레이시아 고용주들은 수많은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않은 것은 물론, 인신매매와 강제노동 등 비인간적인 대우를 이어왔다"며 "현재 활성화된 온라인 고용은 PDI가 규정한 노동자 인권 보호 조치를 지키지 않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언급을 피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협의해 최대한 빨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성명을 내놓은 게 전부다.
팜유 생산 직격탄… "11명 축구경기에 7명만 뛰는 꼴"
말레이시아 팜유 업계는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껍질이 두껍고 뾰족한 팜 열매를 수확하는 고된 작업의 80%가 인도네시아 노동자의 몫이었다. 인도네시아 노동자 없이는 수확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말레이시아 경영자 연맹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엔 12만 명의 팜 농가 노동자가 추가로 필요하다. 노동자 부족 현상이 계속되면, 팜 열매 300만 톤(t)이 손실되고 단기 피해액이 4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집계됐다.
말레이시아 팜유 생산업체인 유나이티드 플랜테이션의 칼 닐슨 최고경영자(CEO)는 "팜 농가에선 현재 11명이 뛰어야 하는 축구 경기에 7명의 선수만 출전시킨 상황과 다름없다"며 "이번 사태가 길어지면 끔찍한 결말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공급 아직 안전, 인니는 수출 물량 늘려
말레이시아 팜유에 의존하는 한국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말레이시아 팜유 업계 관계자는 "한국으로 가는 팜유 물량은 파키스탄ㆍ인도 등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가 열매 수확을 담당하고 있어 당장 큰 문제는 없다"면서도 "공급선 변동, 수출가 상승 등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인도네시아는 말레이시아를 압박하는 동시에 팜유 수출을 늘리고 있다. 루훗 판자이탄 인도네시아 선임 장관은 이달 2일 "팜유 재고량이 급증하고 있어 수출물량 한도를 종전 국내 판매량 5배에서 7배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는 올해 5월 약 한 달 동안 식용유 가격 폭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팜유 수출 금지 조치를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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