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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 인재'를 잡아라...'디지털 노마드 비자'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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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 인재'를 잡아라...'디지털 노마드 비자'가 뭐길래

입력
2022.07.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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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오는 9월께 원격 근로자 위한 새 비자 발급
관광 의존·노령화 국가...젊은 디지털 노마드가 해법
독일 '프리랜서 비자' 파트타임 계약, 일할 수 있어
체코 1년 유효기간 지나면 2년 더 연장 가능해
조지아, 원격 인재 유치 위해 비자 무료로 제공

핀에어 홈페이지 캡처

핀에어 홈페이지 캡처

최근 영국 BBC방송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로 일하는 줄리엔 트렘블레이(31)를 주목했다. 디지털 노마드는 인터넷 접속을 전제로 한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공간 제약 없이 재택·이동 근무하며 자유롭게 생활하는 이들을 말한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온 트렘블레이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두바이에 거주하고 있다. UAE는 새로운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유효기간 1년짜리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출시했다.

트렘블레이는 이 비자를 받으면서 UAE가 발급한 주민증과 대부분의 공공서비스에 대한 접근권도 부여받았다. 이를 테면 그는 합법적으로 거주할 집을 임대하거나 은행계좌를 개설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지방 소득세 부담도 없다.

그동안 원격 근로자는 해당 국가의 관광비자를 이용하는 사례가 많았다. 트렘블레이도 "5년여 전 디지털 노마드가 되기 시작했을 땐 각 나라에 비자 옵션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원격 근로자들은 법적 보호를 받지 못했다.

디지털 노마드 비자 요건은 국가마다 다르다. 다만 일반적으로 원격 취업, 여행 보험 및 최소 월 소득 증빙이 필요한데, 이는 모두 비자 소지자가 현지 일자리를 얻지 않고도 자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UAE의 경우 최소 월 소득 5,000달러(약 660만 원)지만 브라질에선 1,500달러(약 200만 원) 소득을 증명하면 된다.

또 비자에 따라 체류 기간은 보통 1~2년 동안 유효하다. 일부 국가에선 자격 기준을 충족할 경우 최대 5년까지 연장도 가능하다. 여행정보사이트인 비자가이드월드에 따르면 현재 이러한 디지털 노마드 비자는 50개국 이상에서 발급하고 있다.

꽤 많은 국가들이 디지털 노마드 비자 발급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격 근무자를 유치해 국가 경제 발전으로 이어가려는 속내도 있다. 이렇게 되면 디지털 노마드는 더 많은 선택 앞에 놓이게 된다. 앞으로 전 세계는 '원격 인재' 유치를 위한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노마드 비자=국가 경제'...이탈리아의 속내는?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탈리아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 앞 카페. 커피가 놓인 탁자 위에 노트북을 켜고 일한다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현실이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어떤가.

이탈리아는 최근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새로운 비자 발급을 앞두고 있다. 적어도 오는 9월까지는 유효기간 1년이 유지되는 비자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미 피렌체와 베니스는 디지털 노마드가 들어와 연착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이탈리아가 본격적인 '디지털 노마드 천국'으로 나아가려는 이유가 있다. 국가와 지역 사회에 많은 혜택을 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관광산업에 의존하는 국가이자 유럽에서 65세 이상 노령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이는 경제적인 발전 가능성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탈리아는 젊은 '원격 인재'를 끌어오려고 정부가 나섰다. 원격 근무의 성장을 활용해 외국 자본을 지역 경제에 투입하려는 전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관광산업이 침체되자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려는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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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노령화된 국가의 해법도 외부에서 찾았다. 루카 카라베타 오성운동당 의원은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젊은 디지털 노마드를 이탈리아에 손님으로 모이게 하는 것뿐 아니라 이곳에 자리를 잡고 거주하도록 하는 데 있다"고 BBC에 밝혔다.

이탈리아는 현재 이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 원격 인재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정보통신기술(ICT) 네트워크 강화와 교통시설 개선 등에 100만 유로(약 13억 원) 이상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카라베타 의원은 "이탈리아는 전 세계 약 4,000만 명으로 추산되는 디지털 노마드 시장의 5%를 유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탈리아의 희망은 그저 꿈이 아니다. 실제 성공사례가 있다. 칠레는 2010년 시작된 '스타트업 칠레'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 기업가들을 끌어들였다. 칠레는 이들에게 1년 동안 자신의 신생기업을 세우게 하고 현지 인재들에게 멘토링할 수 있도록 비자와 현금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10년 후 칠레는 기업인들에 스타트업 성공 국가로 눈도장이 찍혔다. 인재 멘토링 프로그램 덕분에 칠레 기업가들은 비건식품 기술회사 낫코(NotCo)와 주문형 식료품 배달앱 코너숍 등을 포함해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회사를 오픈했다. 프리트위라지 추드허리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부교수는 칠레의 사례를 두고 "단 1년만이라도 재능 있는 외국인을 초대한다면 생태계가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말했다. 이어 "원격 인재가 지역 경제에서 소비하며 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지역 기업가들과도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격 근무자, 한 달 생활비 적당한 국가는?

LG전자 제공

LG전자 제공

원격 근무를 위한 나라 선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두말할 것 없이 금정적인 부분을 떠올릴 것이다. 최근 캐나다 CTV뉴스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리우 공인재무분석가(CFA charterholder)는 2019년부터 6개국에 살면서 디지털 노마드로 일했다. 원격 근무 베테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터. 원격 근무자로 일하려면 어떤 국가의 물가가 매력적일까.

리우씨는 저비용 국가로 동남아시아와 남미 국가를 꼽았다. 태국과 인도네시아, 베트남 같은 동남아시아와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등 남미 사람들은 한 달에 800달러(약 105만 원) 미만으로 산다고 한다. 리우씨는 한 달에 1,500달러(약 197만 원)로 편하게 지냈다고 했다.

중간 비용이 드는 국가는 포르투갈과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같은 서유럽이다. 이곳에선 한 달에 2,000~3,000달러 정도로 예산을 책정할 수 있다고 한다. 물가가 비싼 나라는 미국과 프랑스, 독일을 비롯해 호주, 일본, 싱가포르 등이다. 리우는 이곳에서 한 달에 3,000~4,000달러 예산을 잡았지만, 저예산 여행자의 경우 2,000달러 이하도 문제없다고 한다. 리우씨는 "당신이 선택한 국가에서 비용을 얼마나 쓸 것인지는 중요한 요소"라며 "많은 디지털 노마드들이 아시아와 동유럽 또는 남미 등 물가가 저렴한 국가에서 시작할 듯하다"고 전했다.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받기 가장 좋은 나라는?

최흥수 기자

최흥수 기자

먼저 자신이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받을 자격이 되는지 알아야 한다. 비자가이드월드에 따르면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받기 위해 충족해야 하는 자격 조건은 △18세 이상 △특정 월 소득이 있어야 하며(국가마다 다름) △전 세계 어디에서나 일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있어야 한다.

비자가이드월드가 추천하는 국가는 독일과 코스타리카, 크로아티아, 노르웨이, 멕시코, 포르투갈, 체코, 아르헨티나 등이다. 독일은 '프리랜서 비자'를 소지하면 필요에 따라 파트타임 계약을 통해 다양한 스타트업 또한 개인과 일할 수 있어서 매우 인기가 높은 편이다.

코스타리카는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렌티스타 비자'를 마련했다. 이 비자를 소지한 사람은 최대 2년까지 체류할 수 있으며 연장도 가능하다. 다만 월 2,500달러(약 330만 원)의 수입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크로아티아는 2019년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만들었다. 프리랜서 근로자가 일하는 동안 이곳에 거주하도록 장려하기 위한 비자다.

노르웨이는 세계에서 물가가 비싼 곳 중 하나다. 하지만 원격 인재가 북극해상에 위치한 스발바르섬에 거주하길 원한다면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제공한다. 비자의 유효기간은 '평생'이다. 그곳에 머무르는 데 필요한 자금이 충분하다는 것만 증명하면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멕시코는 디지털 노마드를 위해 임시 거주 비자를 내세웠다. 이곳에서 1년 체류한 뒤 최대 3번까지 비자를 연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비자로 4년 이상 체류할 순 없다.

포르투갈은 'D7 수동 소득 비자'를 내세우고 있다. 원격 근무자는 충분한 소득과 그 돈의 출처를 밝혀야 한다. 1년 동안 체류할 수 있으며, 그 이후 한 번에 2년씩 연장할 수 있다. 또 해당 비자로 5년 체류했다면 포르투갈어 시험에 합격하는 조건으로 거주 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

체코도 디지털 노마드에게 인기 있는 국가다. 이곳은 프리랜서 비자를 제공한다. 1년 유효기간이 지나면 2년 더 연장할 수 있다. 단 소득이 5,600달러(약 735만 원)임을 증명해야 한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5월 원격 근무자를 위한 특별 비자를 출시했다. 일부 국가가 해외에 기반한 기업에서 일하는 디지털 노마드를 선호하는 대신 자국 기업에서 일하는 것도 허용하고 있다.

일부 카리브해 국가들은 해당 비자 신청 수수료가 가장 높으며 가족 신청의 경우 최대 3,000달러로 전해졌다. 조지아 같은 나라에선 더 많은 디지털 노마드를 유치하기 위해 비자를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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