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어민 북송 과정서 배제된 통일부
3년 지나 자극적 사진 공개하며 전면 나서
"언제, 누가 데려갈지 놓고 부처 의견 달라"
컨트롤타워는 靑 안보실...검찰 수사 정조준
2019년 11월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놓고 수세에 몰리던 통일부가 공세에 나섰다. 사건 직후만 해도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고 했지만 최근 논란이 커지자 "북송은 분명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입장을 바꿨다.
통일부는 북송 당시 포승줄에 묶인 어민들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충격적인 사진까지 언론에 배포했다. 남북대화의 당사자가 여론전에 뛰어들면서 북한을 앞장서 자극하는 꼴이 됐다.
다만 통일부의 이 같은 태도 변화가 계산된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송 과정에서 국가정보원과 의견이 달랐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면서 책임을 피하고 결백을 강조하려는 제스처라는 것이다. 서훈 당시 국정원장은 탈북민 합동조사를 서둘러 끝낸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북송 방식'에 이견 보였나
두 부처의 판단은 무엇이 달랐을까. 2019년 11월 7일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받은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국회 취재진에게 포착되면서 일부 드러났다. 공동경비구역(JSA) 대대장(중령)이 보낸 메시지에는 “이번 송환과 관련해 국정원과 통일부 간 입장 정리가 안 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통일부는 “추방 결정과 관련해 통일부와 국정원 간 입장 차이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동시에 “북한 주민의 첫 추방 사례라는 점에서 범인 인계 방식과 관련한 실무 차원의 세부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전직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14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송환 결정은 정리가 됐지만 언제, 누가 데려가느냐 등 세부 절차를 놓고 생각이 좀 달랐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사건 당시 안보실로부터) 호송 요청이 왔지만 민간인 호송에 군이 관여할 부분이 없기 때문에 거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유엔사가 관할하는 JSA에 군이 아닌 경찰 특공대가 투입됐다. 북한 주민 귀환에 관여하는 통일부는 뒤로 빠지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측에 추방 의사를 타진하는 데 그쳤다. 통상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경우 타고 온 어선에 태워 북으로 보낸다. 하지만 이들이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이었던 만큼 도주 등의 우려로 인해 판문점에서 직접 북측에 넘기기로 했다. .
‘패싱’당한 통일부의 여론전?
이처럼 청와대와 국정원이 북한 어민 북송을 조율하면서 통일부는 '패싱'을 당한 격이 됐다. 국정원이 탈북민 합동신문조사를 주도하고 이후 대북 조치와 언론 발표는 통일부가 맡지만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통일부는 탈북 어민들이 북송되는 당일까지도 이 같은 사실을 언론에 알리지 않았다.
반면 이보다 4개월 전 ‘목선 입항 사건’ 때는 통일부가 북한 선원 송환을 미리 공지하며 전면에 나선 것과 대조적이다.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은 북한 어민들이 자필로 귀순 의향서를 작성한 사실도 뒤늦게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컨트롤타워는 결국 청와대
김연철 전 장관은 당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컨트롤타워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이라고 말했다. 김 전 1차장이 JSA 대대장으로부터 문자메시지로 직보를 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초 탈북 어민의 북송 지원을 군 당국에 요청한 것도 국가안보실이었다.
이처럼 강제 북송 과정에서 부처 간 묘하게 엇박자가 난 부분을 청와대가 총대를 메고 교통 정리한 셈이다. 향후 검찰 수사가 청와대를 정조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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