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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곡동 주부 피살 10년 만에… 대법 "정부, 유족에 배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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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곡동 주부 피살 10년 만에… 대법 "정부, 유족에 배상해야"

입력
2022.07.14 17:20
수정
2022.07.15 08:2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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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전과6범 서진환 '잡범' 분류
보호관찰소, 전자장치 감시 허술
1·2심은 "인과관계 없다" 유족 패소
대법 "현저한 법령 위반" 책임 인정
유족 "이제라도 책임 인정돼 다행"

"솔직히 많이 기쁘지 않아요. 사건 자체가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 더 커요. 10년이란 시간이 지나서 예전보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많이 괴롭습니다."

'중곡동 주부 살인사건' 피해자 유족

대법원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법원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진환(53)씨에게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남편 B씨는 여전히 힘들어했다. 서씨는 1991~2005년 강간미수, 강간, 강도상해, 강간치상 등을 저지른 전과 6범이었다.

서씨는 2011년 마지막 출소 후 다음해 8월 전자장치를 착용한 채 강간범죄를 저질렀다. 하지만 수사기관은 서씨의 범죄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서씨는 강간범죄 13일 만에 서울 광진구 중곡동 가정집에서 자녀를 어린이집 버스에 태워주고 돌아온 30대 주부 A씨를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흉기로 살해했다. 서씨는 이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

서씨는 어떻게 전자장치를 부착한 채 반복해서 강력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을까. A씨 유족은 2015년 검찰이 서씨를 잘못 기소해 범행을 막지 못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서씨가 2004년 강도·강간죄로 재판받을 때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으로 가중처벌을 받았다면, 2011년이 아닌 2013년 출소하기 때문에 범행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1·2심은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대법원은 이날 "국가의 책임이 인정된다"며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4일 '중곡동 주부 살인 사건' 피해자 A씨의 남편과 자녀들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경찰은 특수강도강간죄로 징역 7년을 복역한 서씨를 '첩보수집 대상자'로 분류해야 했지만, '절도죄로 징역 6개월을 복역한 잡범'으로 잘못 입력해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호관찰소는 서씨가 강간범죄를 저지른 당일에도 서씨를 감독했다고 기록했지만, 사건 발생 한 달 전부터 대면접촉을 하지 않았다.

서씨는 범행 한 달 전 전임 보호관찰관에게 "사람을 흉기로 찌르거나 성폭력하고 다시 교도소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했지만, 보호관찰관은 "그냥 하는 이야기"로 받아들였다.

1심은 서씨의 과거 범행에 대한 수사가 미흡한 점은 있었지만, A씨의 피해와 인과관계를 인정하긴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경찰과 보호관찰소의 제반조치에 다소 미흡한 점이 국가 배상책임을 져야 할 정도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경찰이 부착 장치자에 대한 확인조치를 철저히 하고, 보호관찰관이 서씨를 주기적으로 감독했다면 A씨가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경찰과 보호관찰관의 감독 미시행과 관련해선 "현저한 잘못으로 법령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사건 발생 10년 만에 국가 책임이 인정된 것이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소식을 접한 A씨 유족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이제라도 국가 책임이 인정돼 다행"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수사기관 등이 조금만 더 신경 쓰고 최선을 다했다면 좋겠다. 제대로 처벌되고 감독했다면 피해를 한 건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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