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병역법 87조 위헌법률심판 제청
"벌금형 있어도 입법 취지 달성 가능"
병역 판정검사를 정당한 이유 없이 받지 않으면 옥살이를 하도록 규정한 병역법 조항의 위헌성을 헌법재판소가 따지게 됐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3단독 이광열 판사는 5일 병역법 제87조 3항 위반 혐의로 기소된 A(22)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했다. 병역법 제87조 3항은 "병역 판정검사 또는 재병역 판정검사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의무 이행일에 검사를 받지 않으면 6개월 이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는 2020년 11월 첫 신체검사 당시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 재검사(7급) 판정을 받은 뒤 이듬해 5월까지 재검사를 받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병역법 제87조 3항이 징역형만 규정하고 있는 데다, A씨가 2020년 10월 사기방조죄 등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터라 실형이 불가피해 보였다.
A씨 측은 법원에 병역법 제87조 3항에 대한 위헌법률 신청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A씨 측은 "두 살배기와 한 살배기 딸을 홀로 양육하고 있어 전시근로역 편입 가능성이 농후한데도 신체검사를 마치지 않아 신청을 못 했다"며 "병역법 제87조 3항에 따른 형사처벌은 피해최소성 원칙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피해최소성 원칙은 어떤 목적을 위해 법적 수단을 동원할 때 최소한의 피해를 줘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광열 판사는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병역볍 제87조 3항에 징역형만 규정돼 있는 게 과하다는 취지였다. 이 판사는 "병역의무를 기피할 목적은 없지만 검사를 나중에 받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며 "이런 경우까지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건 행위와 형벌 사이에 균형을 잃는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병역법 제87조 3항의 입법 취지는 벌금형을 추가해도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 이 판사는 "해당 법률의 목적은 대상자로 하여금 병역의무 이행을 위해 병역 판정검사를 받게 하는 것"이라며 "벌금형과 징역형을 선택적으로 규정해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 판사는 이어 "징역형에 하한을 두지 않아 집행유예 또는 선고유예를 선고할 수는 있지만, 그럴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경우에는 직업선택의 자유 등에 더 큰 제한이 있으므로 해당 조항에 벌금형을 두지 않은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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