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회 에미상 13개 부문 14개 후보 지명
아시아 국적 배우·비영어권 드라마 작품상 후보 최초
"'오겜' 에미상 역사 새로 써"
K팝, 영화와 함께 미국 엔터 산업 'K스탠더드' 마련
'파친코'는 메인 타이틀 디자인 후보에
"광범위한 퇴짜 이해 어려워" 촌평도
"황 감독 시즌2 대본 집필 마치고 게임 선정 끝내"
한국 제작진과 배우들이 만든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비영어권 작품에 인색했던 미국 최고 권위의 방송 프로그램 시상식인 '프라임타임 에미 어워즈'(에미상)의 유리천장을 깼다.
올해로 74회를 맞은 에미상 주최 측이 12일(현지시간) 발표한 시상식 후보 리스트에서 '오징어 게임'이 13개 부문에서 14개의 후보로 지명됐다. 특히 이정재를 비롯해 오영수, 정호연 등이 아시아 국적 배우로는 최초로 주요 연기상 후보에 줄줄이 이름을 올렸다. '오징어 게임'도 비영어권 드라마로는 처음으로 시상식의 대상 격인 드라마 작품상 부문 후보로 노미네이트됐다. 미국 일간 LA타임스는 "'블록버스터 '오징어 게임'이 에미상의 역사를 새로 썼다"고 평가했다.
'일남'과 '상우' 에미상서 '오징어 게임' 한 판
'오징어 게임'의 수상 여부는 지켜봐야 하지만, 에미상 후보 발표만으로도 신기록 행진이다. 외국어 드라마로는 역대 최다 부문에 노미네이트됐고, 출연 배우 5명이 연기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기훈을 연기한 이정재가 드라마 시리즈 부문 남우주연상 후보로 호명됐고, 새터민 새벽 역을 맡은 정호연은 여우조연상 후보 그리고 새벽에게 일부러 게임을 져주고 죽음을 택한 지영으로 열연한 이유미는 여배우 단역상 후보에 지명됐다.
일남 역의 오영수와 상우 역의 박해수는 동시에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라 미국 드라마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끼리 수상 경쟁을 벌이는 진풍경도 연출하게 됐다. '오징어 게임' 배우들의 무더기 연기상 후보 지명을 두고 미국 방송 ABC는 "'오징어 게임' 배우들이 펼친 공연 자체를 높이 평가한 것"이라고 봤다.
"미국보다 한 수 아래 여겨졌던 장르물로 주목"
에미상 후보 발표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오징어 게임' 제작에 대한 조명이다. 주최 측은 연출 및 각본상(황동혁)을 비롯해 디자인상(채경선), 편집상(남나영), 특수효과상(정재훈 외), 메인 타이틀 음악상(정재일 외) 후보 등에 '오징어 게임' 한국 제작진을 줄줄이 올렸다. '오징어 게임'의 화려한 에미상 후보 입성은 한국 드라마가 K팝, 영화와 함께 미국 할리우드 시장에서 문화 상품의 표준 즉 'K스탠더드'를 만들어가고 있는 신호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김형석 영화평론가는 "'오징어 게임'의 에미상 후보 입성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한국 드라마의 시장 장악력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특히 늘 미국보다 한 수 아래라 여겨졌던 장르물로 주목받은 게 의미가 있다"고 진단했다.
에미상은 그동안 영어로 제작된 드라마에만 작품상 수상 자격을 줬다. 하지만 미국에 본사를 둔 넷플릭스가 제작하고 현지 배급 등을 목표로 제작한 것이 고려돼 '오징어 게임'이 에미상 후보에 오를 수 있었다는 게 현지 매체들의 설명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넷플릭스를 타고 한국 드라마의 시장성이 극대화되는 추세"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더 이상 언어가 장벽이 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줬다"고 의미를 뒀다.
황 감독은 이날 넷플릭스를 통해 "'오징어 게임' 에미상 후보 지명을 계기로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서 전 세계가 서로의 콘텐츠를 즐기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이 더욱 활짝 열리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오징어 게임' 관계자들에 따르면 황 감독은 시즌2 대본 집필을 최근 마쳤다.
이번 에미상 시상식에서 오징어 게임의 최대 경쟁작은 25개 부문에 걸쳐 후보에 오른 HBO 드라마 '석세션'이다. 작품상, 남우주연상 등 주요 부문에서 맞붙는 두 작품 간 경쟁은 넷플릭스와 HBO 간 양강 대결의 성격도 띠고 있다. 물론 에미상 수상 여부를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지만 넷플릭스 역대 최고 시청시간(16억5,045만 시간·4주 기준)을 기록한 '오징어 게임'으로 이정재와 정호연이 3월 미국배우조합상에서 남녀연기상을 받는 등 여러 시상식을 휩쓸어 에미상 본상 수상 가능성은 충분하다. 후보만이 아니라 수상으로 진정 새 역사를 쓰게 될 날이 머지않은 셈이다.
'파친코' 홀대 촌평도
'오징어 게임'과 경쟁 상대로 거론됐던 애플TV+ 드라마 '파친코'는 메인 타이틀 디자인 후보(루시 킴 외)에만 이름을 올렸다. 영화 전문매체인 인디와이어는 "스트리밍 조회수 등이 후보 선정에 작용했겠지만, 광범위한 부문에서 퇴짜를 맞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촌평했다.
반대로 예상을 깬 후보 지명도 이뤄졌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위대한 국립공원'의 해설자로 우수 내레이터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에미상 시상식은 9월 12일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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